농본주의를 말한다

(<농본주의를 말한다> 우네 유타카, 김형수, 녹색평론, 2021)

‘지속가능’이란 단어를 자주 듣는다. 지속가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생태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지속가능이란 단어를 언급한다는 말은 우리의 지구가 지속불가능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플라스틱 신드롬이란 노래의 후렴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세상 모든 걸 다 가지려 하지마 꿈은 꿈대로 남겨둬
세상 모든 걸 꾸미려고 하지마 지금 이대로 살면 돼

자연은 생멸(生滅)이란 순환을 통해 지속된다. 새로운 생명을 위해 이전 세대가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는 삶을 모든 만물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만 그것을 거부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모든 것을 영원히 소비하려니 지구는 지속불가능로 추락하고 있다. 소유와 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를 극복할 방법은 농본주의라고 김종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농본(農本)이란 무엇인가? 우네 유카타는 <농본주의를 말한다>에서 다치바나 고자부로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은 농사(農)를 기본으로 천지자연의 은혜를 받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으며, 미래에도 영구히 그럴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식의주’는 필수이며 제일의 필요는 식(食)이다. 먹는다는 행위는 농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며 농은 천지자연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이것은 영원히 되풀이된다. 하지만 농이 지속가능하지 못한 시대를 살고 있다. 자본시장의 구조 속에 1차 산업으로 분류된 농은 2,3차 산업의 밑밥이 되어주고 있다. 이런 경제적 구조로는 농을 착취한다. 농에게 증산(增産)이란 미덕을 요구하는 자본주의는 화학농업에 따른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뿐이다. 

농은 농사라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농사를 위해 자연을 보호하고 가꾸며 천지유정을 귀하게 여기는 삶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농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자연을 보호하고 아끼는 천지유정의 가치전환, 경자유전의 원칙과 같이 토지의 소유를 개인이 아닌 마을의 소유로, 증산으로 소득증대를 말하는 자본주의로부터 분리, 마을 중심의 순환경제를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농본주의의 실현가능성에 질문을 던진다. 경제성과 정치적 해법을 따진 현재의 산업구조 안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농본주의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이 그리듯 ‘눈먼 자들의 도시’ 속에 살고 있다. 이 시대는 농본주의라는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실험하고 구체화시키는 눈뜬 자들의 도시를 갈망하고 있다.

이원영 목사 (예장통합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