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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과 전환사회를 향한 종교의 실천
유미호  |  ecomi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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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6월 07일 (수) 01:33:45
최종편집 : 2023년 06월 07일 (수) 01:35:23 [조회수 :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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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과 전환사회를 향한 종교의 실천

(<7개 종교 연대, 탄소중립 실천 지침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2023)

 

기후위기 연구를 파업하고 기후 대응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건, 기후과학이 기후위기를 충분히 증명했는데도 정책이 제대로 응답하지 않아다는 이유에서다. 칼 세이건과 같은 유명 과학자들은 이보다 앞서 종교계에 환경 문제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도 있다.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정치, 경제, 과학뿐 아니라 도덕적 정신적 노력이 중요한데 종교가 그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에서다. 

실제로 ‘자연을 지키는 7가지 믿음(SEMES7A)’이란 다큐멘터리를 보면 다른 지역, 종교,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고유한 신앙과 문화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데, 그들만의 자연에 대한 이해와 삶의 방식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 생태계를 회복한다. 발리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침묵과 명상의 날(녀피)은 1일 탄소 배출량을 3분의 1까지 줄인다. 자연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바깥에 나가지 않을 뿐 아니라 공항까지 폐쇄한 결과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책이 나왔다. 7개 종단의 기후위기 대응 이행정보가 담긴 ‘7개 종교연대, 탄소중립 실천지침서’다. 종단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환경부가 만든 탄소중립 실천지침과 더불어 기후위기에 공감하며, 에너지, 소비, 수송 자원순환, 흡수원 등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다양한 내용이 제공된다. 

종교시설의 탄소 배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어느 정도나 될까? 종교시설 하나가 건물에서 전기. 가스. 수도. 식품(소비), 쓰레기를 통해 배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도들의 가정과 일터에서 배출하는 것까지 모든 영역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2050년 탄소중립의 성패는 종교계 기후위기 대응이 좌우한다고 할 수 없으려나?

이 지침서에는 탄소 감축 효과도 같이 제시되어 있는데, 탄소중립은 한 번의 감축 행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속적 실천이 있어야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 실천이 빠른 시기 안에 효과를 내려면 제도와 정책에 근거한 사회시스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이번에 함께 발간된 개신교, 불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의 지침서를 보면 모두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 행동하게 하는 마음이 짙게 밴 교훈적 말씀이 가득하다. 종교인으로서 정부 정책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할 일까지 연결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기대가 된다. 

다만 우려되는 건, 지침서가 각 종단의 현장으로 구체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제작 후원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파악한 대로 2,000만 명의 종교인 중 일부만이라도 제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탄소중립의 실현은 수월할 수 있다. 그들이 지금 먹고 입고 쓰고 이동하는 등 삶을 위해 내리는 결정이 지구에 해로우면, 우리 모두에게 미래는 있을 수 없다. 

종교인들의 효능감 있는 변화를 위해, 우리가 집중할 것은 무엇일까? 전 세계 여러 국가와 도시의 협약, 과학기술의 발전이 문제를 해결하리라 생각하고 기대해 왔지만, 지금껏 효과는 미미했다. 아니 오히려 상황이 위급해졌다. 지금은 종교인들이 이렇게 되도록 무관심했던 것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마음을 돌이켜 행동하도록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할 때다. 

기후위기를 넘어서려면 지구적 차원, 국가적 차원의 논의와 행동이 필요하지만, 에너지, 교통, 소비, 먹을거리, 자원순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의식 성찰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의 기초를 단단히 세울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기후위기는 생태계 자체의 문제이기보다 사람의 태도와 마음의 문제이니, 종교계가 그 역할에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지 싶다. 

사실 그동안 종교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신앙적 가치체계를 바탕으로 대응해 왔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지구 생태계 복원을 위한 비전을 분명히 하고,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각자의 신앙적 가치를 확립하고 그를 삶과 사회 속에서 구현해간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종단마다 이 지침서를 통해 그 희망을 우리 모두의 집, 지구에게 선물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종단 내 신도들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는 이들이 물질적 탐욕과 편리함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삶의 태도를 온전히 변화시키는 기적의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다. 한 사람일지라도 그가 먹는 다른 마음과 삶의 태도는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적 행동을 바꾸기 마련이다. 생각을 바꿔 행동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전환될 것이다. 

지구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기후재난이 극심해지고 있고, 그 피해를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이들이 겪고 있다. 지금 당장 그들을 중심에 두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종교인들이 지구 한계 내에서, 보다 공정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지구 공동체를 이루어사는 날을 그린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 감히 희망으로 상상한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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