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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칼럼] 관동대학살에 대한 기억 : 화해, 책임, 공동의 미래를 위한 출발
임재훈  |  jejastg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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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6월 05일 (월) 10:59:01
최종편집 : 2023년 06월 05일 (월) 11:08:00 [조회수 :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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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학살에 대한 기억 : 화해, 책임, 공동의 미래를 위한 출발

 

임재훈

지난 5월 29일 성령강림절 월요일(Pfingstmontag)을 맞아 칼스루에 지역 그리스도교 일치예배(Ökum. Gottesdienst zur Gebetswoche für die Einheit der Christen 2023)가 에큐메니칼 광장에서 드려졌다. 

펜데믹으로 인해 3년간 중단된 예배의 재개라 예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독일개신교회(Evangelisch), 루터교회(Lutherisch), 가톨릭교회(Katholisch), 구(舊) 가톨릭교회
(Altkatholisch) 그리고 한국감리교회(KMC)에 속한 참여자들 모두가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예배에 임하였다.  

이번 예배의 주제성구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그리스도인들이 선정한 “선을 행하라, 정의를 구하라”(Tut Gutes! Sucht das Recht!)는 이사야 1:17 말씀으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전쟁, 기후변동 등의 어려운 시기를 맞아 취약한 삶의 처지에 놓인 이들을 교회가 위로하고 함께하며 
그러한 사역이 가능하도록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해야 할 오늘의 상황에 부합하는 말씀이었다. 

 

   
▲ 그리스도교 일치예배
   
▲ 그리스도교 일치예배
   
▲ 그리스도교 일치예배

예배 중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기도하며 극복해야 할 과제에 대한 증언(Zeugnis)의 시간이 있었는데, 금년에 100주년을 맞이하는 관동대학살(1923)에 대해 소개하며 독일교회의 기도와 연대를 요청하였다. 아래의 글은 그때 소개한 내용이다.  

 

 

- 관동대학살에 대한 기억 : 화해, 책임, 공동의 미래를 위한 출발

1. 금년은 칼스루에에서 있었던 Schaufahrt(특정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벌이는 차량 퍼레이드) 90주년이 되는 해이다. 

 

   
▲ Schafahrt 90주년(1933)

1933년 5월 16일 국가사회주의자들(Nazi)은 7명의 저항 인사들을 개방된 차량에 태워 칼스루에에서 부룩살 북쪽의 키슬라우 수용소로 이동하는 광경을 시민들이 관람하게 하는 일종의 정치적인 쇼를 벌였다. 이러한 이벤트는 나치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저항 세력을 모욕하기 위한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당시 나치에 부역하던 언론은 이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고 수많은 시민이 연도에 나와 
개방된 차량에 탑승한 인사들을 야유하고 조롱하였다.  

칼스루에 역사기록관(Stadtarchiv Karlsruhe)은 90년 전의 이 일을 기억하고 도시 역사의 중요한 순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이번 달 5월에 칼스루에 시의 후원으로 여러 행사를 가졌다.  

예산과 심혈을 기울여 자신들의 흑역사를 진지하게 기념(Erinnerung an die schändliche 
Geschichte) 함으로 부끄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독일의 기억문화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 보니파티우스(Bonifatius, um 673-754/755)가 게르만족에게 복음을 전하고 카를 대제(Karl der Große, 747/748-814)에 의해 국교화된 기독교 신앙의 회개의 덕목이 민족 구성원들에게 철저히 내면화된 결과라 여겨진다.       

기억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화해(Versöhnung der Täter und Opfer)의 전제이며 공동의 
미래를 위한 출발점(Start in eine gemeinsame Zukunft)이다. 

   

2. 금년은 일본 간토(關東) 지역에서 발생한 관동대학살 100주년이 되는 해(100. Jahrestag 
des Kantō Massakers 1923 in Japan)이다. 

 

   
▲ 관동대학살 100주년(Kantō Massacre 1923)

1923년 9월 1일 일본 열도의 가장 큰 섬인 혼슈의 관동지역에 진도 7,9의 강진이 발생하였다. 일시에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고 무엇보다도 주로 목조로 지어진 전통가옥의 화재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였으며 궤멸할 정도의 피해로 인해 민심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대지진의 참변은 이후 끔찍한 외국인 혐오(fremdenfeindliche Ausschreitungen)로 이어졌다.  
  
일본 군국주의자들과 국가주의자들은 민심의 동요를 수습하기 위해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뜨리고 언론은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함으로 지진으로 
인한 군중들의 분노와 절망이 조선인 이주민들(koreanische Einwanderer)에게 향하게 하였다. 당시 한국은 일본제국주의 침략으로 1910년에서 1945년까지 일본에 식민지로 병합되어  있어 수많은 한국인들이 자의·타의로 일본에 이주하였다.         

불령선인(不逞鮮人)이 방화를 저지르고 우물에 독약을 탄다는 유언비어는 군중들을 흥분시켜 
각지에 조직된 자경단(自警團)에 의해 6600여 명의 조선인이 학살되었다. 이 집계는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 산하의 독립신문 특파원이 조사한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인원이 피살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경단은 외국인이 발음하기 힘든 단어를 말하게 해 액센트에 이상이 있을 경우 죽창·일본도·곤봉·철봉 등으로 조선인을 학살하였으며 심지어 경찰서로 피신한 조선인들까지 쫓아가 살해하였는데 일본 관헌은 이를 방조하였다.   
 
이후 일본 정부는 군대·관헌의 학살은 은폐하고 그 책임을 자경단으로 돌리는 데 급급하였으며 일부 자경단원은 형식상 재판에 회부 되었으나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석방되었다. 
 
해마다 9월이면 당시 조선인들이 가장 많이 희생당한 도쿄 아라카와 강변에서 재일교포와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추모제를 거행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관련 기록이 남겨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역사적인 제노사이드 범죄에 대해 현재까지 진상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더군다나 
사과는 불가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이러한 경향은 아베 정권 이후의 역사 수정주의의 대두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 4월 독일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Bundespräsident Frank-Walter 
Steinmeier)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바르샤바 게토 봉기’(1943) 80주년 추념식 자리에서 ‘우리 독일인의 역사적 책임에는 끝이 없다’(Für uns Deutsche kennt die 
Verantwortung vor unserer Geschichte keinen Schlussstrich)라고 발언한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억과 책임은 화해라는 기적을 낳으며 이는 우리를 미래로 이끈다’ (슈타인마이어) 

3.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동의 위기는 유럽에 거주하는 원주민(Einheimische)과 
이주민(Zugewanderte)이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의 유럽의 집’에서의 삶(das Leben im 
gemeinsamen europäischen Haus)에 갈등과 균열, 배제와 혐오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극단주의(Extremismus)로 나타나고 있으며 유럽에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사야 선지자의 입술을 통해서 주께서 말씀하신다.   

“선행을 배우며 정의를 구하며 학대받는 자를 도와주며 고아를 위하여 신원하며 과부를 위하여 변호하라” (사 1:17)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요 17:21)를 위한 기도는 오늘의 분열된 세계를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해 
우선해야 할 과제이다.  

주께서 그러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셔서 도와주시기를 간구드린다.    

성령이여 오소서, 저희 안에 거하소서! 
성령이여 오소서, 저희에게 이 세계를 치유하고 섬길 주의 영을 더 하소서!  

 

   
▲ 임재훈목사 

임재훈목사
독일 칼스루에벧엘교회 담임
유럽기독교문화예술연구원장
jejastg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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