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안 쪼개서 이스라엘이 종살이 했나?

한국 개신교에서는 많은 설교자들이 교인들에게 “하나님께 제사(예배)를 잘 드리면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고 가르쳐 왔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성경 구절 중의 하나가 창세기 15장 10절이다. 즉 “아브람이 그 모든 것을 가져다가 그 중간을 쪼개고 그 쪼갠 것을 마주 대하여 놓고 그 새는 쪼개지 아니하였으며”라는 말씀이다. 말하자면 아브람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 중에 새를 쪼개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사를 잘못 드렸고, 그래서 하나님은 그 제사를 받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아브람의 제물에는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지 않았고, 불 대신에 솔개가 내려와 제사를 방해했고, 그리하여 캄캄한 어두움이 임하는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창세기 15장 13절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반드시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사백 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히리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이 제사를 잘못 드린 벌로 인하여 그의 자손들이 애굽에서 400년 동안 종살이를 하고 괴로움을 당하게 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교자들은 이 내용을 자기네 교인들에게 적용하여, 여러분도 제사(예배)를 소홀히 드리면 안 되며, 정성과 진심을 다해 드려야 복을 받는다고 주장해 왔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 자기 방법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창15:10의 말씀 내용에 대해 개신교의 많은 목사들이 해 왔던 주장이 올바른 것인지,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창세기 15장 5-13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5절: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6절: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

9절: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나를 위하여 삼 년 된 암소와 삼 년 된 암염소와 삼 년 된 숫양과 산비둘기와 집비둘기 새끼를 가져올지니라

10절; 아브람이 그 모든 것을 가져다가 그 중간을 쪼개고 그 쪼갠 것을 마주 대하여 놓고 그 새는 쪼개지 아니하였으며

11절: 솔개가 그 사체 위에 내릴 때에는 아브람이 쫓았더라

12절: 해 질 때에 아브람에게 깊은 잠이 임하고 큰 흑암과 두려움이 그에게 임하였더니

13절 :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반드시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사백 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히리니 (한글개역개정성경)

본문에는,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다시 한 번 언약을 확인시켜 주시고, 아브람이 그분의 말씀을 믿음으로 인해 의롭게 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6절). 그리고 하나님은 그 약속의 증거를 언약 의식을 통해 보여주셨다. 즉 본문 9절에서,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제물을 가져오도록 명하셨다. 10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짐승의 희생물을 통해 아브람과 언약을 맺는다. 아브람은 새를 제외한 모든 동물을 취하여 그 중간을 쪼개고, 그 쪼갠 것을 마주 대하여 놓았다. 그리고 13절에서 하나님은 아브람의 자손들이 애굽에서 400년 동안 종살이를 할 것이라고 했다.

위의 본문 10절에서, 희생 짐승의 중간을 반으로 쪼개어 마주 대하여 놓는다고 했다. 이 행위는 당시 중근동 지역에서 사람들끼리 상호간에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당사자들은 희생 짐승을 잡은 뒤에 그것의 고기를 양편으로 벌려 놓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의식을 뜻한다. 이것은 만약 쌍방 중에 누구든지 계약을 깨뜨리면, 그 쪼개진 짐승처럼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엄숙한 서약 행위였다. 하지만 당시에 새처럼 작은 것은 쪼개지 않고, 그냥 죽여 놓기만 했다. 즉 레1:17에 “새의 날개들과 함께 찢되 둘로 쪼개지는 말지니라.”라고 했다.

구약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한 이후에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언약을 맺을 때는 짐승을 잡아 그 피를 언약 당사자에게 뿌렸는데, 여기서 짐승을 어떻게 죽였느냐 보다는, 죽였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언약을 어기는 사람은 누구든지 이처럼 죽임을 당하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서로 약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브람이 새들을 쪼개 놓지 않은 것이, 하나님의 저주를 초래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13절은 하나님께서 아브람과 언약을 체결한 내용인데, 그때 하나님은 아브람의 후손이 이방의 객이 되어 400년 동안 종살이 할 것을 말씀하셨다. 이것은 저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아브람의 후손들이 하늘의 별과 같이 많은 민족을 이루는 방법이며 계획이었다. 말하자면 아브람의 후손이 가나안에 머무는 동안에는, 그 후손들이 한 민족을 이루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스마엘처럼 가나안 사람들과 통혼하여 이방인의 피가 섞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들을 이집트 땅으로 보내어, 그곳에 따로 거주지를 정하여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계획하신 것이다.

그런데 한국 개신교의 많은 목사들은, 본문 10절에서 아브람이 새의 희생물을 둘로 쪼개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된 제사를 드렸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상술했듯이 구약성경 레1:17에 “새의 날개들과 함께 찢되 둘로 쪼개지는 말지니라.”라고 했다. 말하자면 제사장은 그것을 제단 위에서 곧 불 위의 나무 위에서 태울지니 그것은 태우는 희생물이요”라고 했다. 이처럼 레위기에는 분명히 ‘새의 희생물은 둘로 쪼개지 말라’고 쓰여 있다. 따라서 아브람이 새를 쪼개지 않았기 때문에 희생물을 잘못 준비했다고 하는 주장은 옳지 않은 것이다.

- 위의 본문 말씀과 관련하여 본문 내용을 올바로 해석한 다음 두 분의 견해를 살펴보자.

먼저, 장로교 개신대학원대학교의 손석태 교수는 그의 저서 「성경을 바로 알자, 39쪽」라는 책에서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400여 년 동안 노예살이를 한 것은 하나님의 저주였는가? 라고 질문하면서, 한국의 대중 설교자들 가운데는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400여 년 동안 노예살이를 한 것이 하나님의 저주였다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창세기 15장에 보면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짐승들을 쪼개 놓으라고 하였는데 아브람이 소와 염소와 양만 쪼개 놓고 새들은 쪼개지 않아서 그의 후손들을 저주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문은 여호와께서 아브람을 저주하는 내용이 아니다. 본문에서 당시 아브람은 아들이 없었으나,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그의 몸에서 자식을 낳게 하고, 그의 후손이 하늘의 별과 같이 많게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5절).

이에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믿을 수 있는 증거를 보이기 위해 짐승들을 가져오라고 명하자, 아브람은 그 명령이 무엇임을 알고 그 짐승을 쪼개어 놓은 것이다. 밤이 되자 하나님은 횃불로 임하셔서 그 고기 사이를 지나가셨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아브람과 언약을 체결하신 것이다. 이때 하나님은 아브람의 후손이 400년 동안 종살이 할 것을 말씀하신다. 이것은 저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아브람의 후손들이 하늘의 별과 같이 많은 민족을 이루는 방법이다. 즉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이집트 땅으로 보내어 그곳에 따로 거주지를 정하여 주고, 그곳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도록 하신 것이다. 이 종살이는 하나님의 예정이고 섭리였다. 그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복주시고 민족을 이루시기 위해 세우신 놀라운 계획이었다. 다시 말해 고난과 종살이가 반드시 저주는 아니며 그것은 복을 받기 위힌 통로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는 자신의 글에서 “창세기 15장에는 하나님께서 ‘아브람이 믿음으로 의롭게 되며 믿음으로 약속을 받아 누린다(6절)’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리고 창15:10에 ‘아브람이 그 모든 것을 가져다가 그 중간을 쪼개고 그 쪼갠 것을 마주 대하여 놓고 그 새는 쪼개지 아니하였으며’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 개신교의 많은 목사들은 이 구절에 대해 교인들에게, ‘하나님께 제사를 잘 드려야 복을 받고, 제사를 잘못 드리면 큰 저주를 받게 된다’고 가르치고, 또 하나님께 정성껏 진심으로 제사를 잘드려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하는데, 이것은 본문을 잘못 이해하고 해석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정 목사는 부연하기를, “창15:10에서 아브람은 하나님께 잘못된 제사를 드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과 아브람이 언약을 맺는 이야기다. 하나님께서는 성도들과 희생물을 통해서 언약을 맺으시는 분이다. 시50:5에, ‘나의 성도들을 내게로 모을지니 곧 희생물로 나와 언약을 맺은 자들이라’고 했다. 이처럼 창세기 15장은, 하나님과 아브람이 짐승의 희생을 통해서 언약을 맺는 내용이다. 그리고 창15:9에서,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에게 짐승들을 준비하도록 명하셨지, 그에게 희생 헌물을 바치라고 하지 않으셨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쌍방 간에 언약을 세울 때 짐승을 죽여서 둘로 쪼개고 그 조각들 사이로 지나감으로써 언약이 체결되었음을 선언했다(렘34:18). 그런데 하나님과 아브람 사이의 언약 의식에서는 하나님만이 지나가셨다(창15:17). 그러므로 이 언약은 아브람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하나님께서 친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 약속을 이행하신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브람의 자손들은 저주를 받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람의 후손들로 하여금 이집트 생활을 하게 하신 것은 아브람의 잘못된 제사 때문에 그들을 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집트의 풍부한 자원으로 그들을 강하고 번성한 민족으로 키우기 위함이었다. 즉 창15:14에 ‘또한 그들이 섬길 그 민족을 내가 심판하리니 그 뒤에 그들이 큰 재물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아브람의 후손들을 이집트에서 강성하게 만들어서 큰 재물을 가지고 나오게 하시고, 그들을 다시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게 하여 그 땅을 차지하도록 하신 것은 아브람의 후손들에게 주신 큰 복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창세기 15장은 사람이 믿음으로 의롭게 됨을 보여 주는 말씀이지, 희생 헌물을 잘 드려서 하나님께 인정을 받거나, 희생 헌물을 잘못 드려서 저주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 위와 같이 창세기 15장의 내용을 올바로 해석한 손석태 교수와 정동수 목사의 견해를 살펴보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많은 한국 개신교 목사들이 창세기 15장의 내용을 왜곡하여,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짐승들을 쪼개 놓으라고 했는데 소와 염소와 양만 쪼개 놓고, 새들은 쪼개지 않아서 아브람의 후손들을 저주하셨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400년 동안 종살이를 한 것은, 하나님의 저주였다고 가르쳐 왔다. 하지만 이런 설교는 성경의 전반적인 내용과 앞뒤 문맥을 무시한 무지한 목사들의 자의적인 해석이거나 아니면 이것을 잘못 해석한 성경주석들을 모방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와 같이 성경 말씀의 전반적인 내용을 무시한 채, 신중히 연구하지 않거나 또 부실한 성경주석을 참고하여 설교를 하면 큰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설교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 설교를 듣는 교인들도 함께 구덩이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목사들이나 교인들은 성경 말씀을 올바로 관찰하고 제대로 해석해야 하며, 항상 자신들의 믿음의 근거를 성경의 여러 말씀과 상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약성경 창세기 46장 3절에,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하나님이라 네 아버지의 하나님이니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고 했다. 그리하여 야곱의 가족이 애굽으로 내려가 그 후손들이 400년 동안 종으로 살면서 고생을 했다. 그들이 출애굽할 때는 약 200만 명의 인구가 되었다. 신명기 10장 22절에 “애굽에 내려간 네 조상들이 겨우 칠십 인이었으나 이제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하늘의 별 같이 많게 하셨느니라.”고 했다. 이것은 앞서 창세기 15장의 본문에서 설명했듯이, 하나님께서 아브람과 약속하신 언약이 성취되었음을 상기시키는 말씀이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400년 동안 종살이하면서 고난당하고 저주를 받았다고 잘못 생각했을지라도, 위에서 제시한 말씀과 같이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저주가 아니라 복을 주셨던 것이다. 때문에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고난과 저주로 보이는 것도, 그것이 나중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복임을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당시의 고난과 종살이는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이 축복을 위한 통로가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스라엘의 애굽에서의 종살이 400년은 하나님의 예정하심과 섭리였던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복을 주셔서 민족을 이루고 세우시기 위한 놀라운 계획이었다. 따라서 서두에 언급했듯이, 국내 개신교의 저급한 목사들이 창세기 15장 5-13절의 내용을 왜곡하여 “하나님께 제사(예배)를 잘 드리면 복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라는 말은 잘못된 가르침인 것이다. 그리고 “새를 쪼개지 않아서 이스라엘이 종살이를 한 것은 하나님의 저주였다.”라는 것도 엉터리 해석인 것이다. 결국 많은 목사들의 이러한 잘못된 설교는 성경의 전반적인 내용과 앞뒤 문맥을 무시한 자의적인 해석 내지는, 초창기부터 한국 개신교 목사들의 잘못된 성경 해석에 따른 주장을 맹목적으로 답습해 온 결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영적 분별력을 가진 신자들은 이런 저급한 한국 개신교 목사들의 엉터리 설교를 용납하지 말고 거부해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