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스승이 남기고 가는 것은 얼굴이다
김화순  |  givy4u@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3년 05월 21일 (일) 21:35:24 [조회수 : 3907]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헤아려보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비슷하게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스승을 만나는데, 막상 그 안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떠올려지는 스승과의 추억은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남 혹은 인연이라는 것이 때론 그 폭과 넓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니 마음을 채우고 있는 스승들과의 추억은 아스라하기만 하다. 공책 위에 끄적거리던 손을 조용한 미소로 바라보시던 얼굴, 스승이 남기고 가는 것은 얼굴이다. 스승은 얼굴을 남김으로써 수많은 닮은 꼴들, 아름다운 닮은 꼴들을 키워낸다.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에서 수학, 법학, 역사학 등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는 윌(맷 데이먼)은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인해 세상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불우한 반항아로 등장한다. 윌의 재능을 알아본 MIT 수학과 교수는, 아내를 잃은 상실감을 안고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 대학 동기인 심리학 교수 숀(로빈 윌리암스)에게 윌을 부탁한다. 스승 숀은 삐딱한 천재 소년 윌을 만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제자에게 인생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스승은 말한다. “네 머리만 믿고 잘난체 사는 것이 삶이냐” 제자도 이에 질세라 “아내도 잊지 못하고 사는 당신의 삶은 무엇이냐”라고 항변한다.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가, 불우한 삶을 살아간 둘은 이렇게 닮아 있었다. 거칠기만 하던 윌은 스승인 숀과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상처를 위로받으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사실 닮은 꼴을 빚어가려면 수많은 상호작용과 개인과의 만남이 깊어져야 하는데 수십 명과 함께 하는 열악한 교육터에서 <굿 윌 헌팅>의 모습은 이상적인 장면으로 느껴지긴 한다. 아직 어떠한 얼굴도 찾아내지 못했기에 거울처럼 비춰진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 나와 너의 얼굴을 매만지고 고쳐줄 수 있는 교육, 그러한 거울 같은 교육의 장이 확대된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스승 혼자가 아니라 제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멋진 세상 말이다.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는 날로 더해지는데 학교 폭력 등 입을 다물 수 없게 하는 일들이 교육의 현장에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의 폭력성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부터 형성된다지만, 외부적인 원인으로는 공부와 입시라는 과중한 스트레스, 그리고 폭력적인 매체들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폭력도 학습의 결과이다. 요즘 아이들의 뇌는 지나치게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사람은 보는 대로 행동하고 들은 대로 말하는 법이다.

말로 인한 상처는 주먹으로 인해 입은 상처보다 훨씬 더 깊고 오래 간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사람은 자기 생각의 수준대로 말하고 표현한다. 그래서 지저분하고 천박한 말로 상대를 모욕하고 상처를 주는 것은 사실상 내 인격의 수준을 스스로 깍아 내리는 일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새겨주어야 한다. 내가 욕을 하지 않는 이유, 내가 욕을 쓰면 안 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이는 상대를 배려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우쳐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거나 함부로 보지 않고,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법이라 가르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닮은 꼴 스승과 제자를 길러내는 교육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의 인성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그냥 바라보면서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이 아닐 것이다. 인간다운 인간을 길러내는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향후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떤 고민을 하게 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아름다운 스승을 떠올려보고 싶었다.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그중에서도 나를 가르쳐줄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만큼 크나큰 행운은 없을 것이다. 소심했던 어린 시절, 지식 이상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해 주신 스승이 계셨고 정체성 혼란으로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던 시절, 건강한 정신과 삶의 온전한 가치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신 스승이 계셨기에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 얼굴이 내 안에 남아,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일이 무엇인지 전해주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소망한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김화순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23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