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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신비를 드러내는 계절
최재석  |  jschoi4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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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5월 08일 (월) 15:13:00
최종편집 : 2023년 06월 18일 (일) 06:11:57 [조회수 : 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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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길을 가던 아주머니가 이팝나무꽃 가지를 끌어 내리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그걸 꺾으면 안 되는 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내 생각과는 달리 그걸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지금 나는 향기는 아카시아 향기예요.’ 그 아주머니는 아카시아 향을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이팝나무꽃에서 나는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요즘 길가에나 공원에 이팝나무의 흰 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마치 눈이 나뭇가지에 쌓여서 눈꽃을 이룬 듯하다.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이팝나무꽃에는 향기가 없다. 그런데 우리의 눈길을 끌지 않는 수수한 아카시아꽃에는 우리의 코를 즐겁게 하는 향기가 있다. 꽃들은 피는 시기도, 모양도, 향기도 각각 다르다. 그리고 죽은 것 같던 나무들에서 꽃이 피고 잎이 나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가! 

천문학자 아인슈타인은 신비로운 우주를 관찰하면서 그런 우주를 만든 신을 믿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우주까지 살피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 주변의 봄꽃들에서 생명의 신비를, 하나님의 솜씨를 발견한다. 바울도 자연 가운데서 하나님의 능력을 볼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롬 1:20).

올봄에는 내가 몇 번이나 더 이 아름다운 봄꽃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산책하면서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꽃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직 서리 바람이 가시지 않았을 때에 봄을 알리는 매화꽃, 거의 동시에 노란 꽃을 뽐내는 산수유, 바로 이어 피는 풍만한 하얀 목련, 이때 내 단골 식당 앞에 서 있는 동백나무에서 빨간 꽃이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그 옆에 있는 산당화에서도 해맑은 붉은 꽃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같은 때에 개나리가 노란 입을 벌린다. 개나리가 지기 조금 전에 벛꽃이 피는데, 내가 매일 가는 은구비 공원에는 벛나무 밑에 개나리를 심어서 노란 개나리꽃과 흰 벚꽃이 잘 어울려 보기 좋다. 그때쯤 진달래가 산기슭에 하늘거리며 발갛게 필 테지만, 내 산책길에서는 그 고운 꽃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쉽다. 

조금 기다리면 아파트 주변, 길가 그리고 공원에서 진홍, 분홍 혹은 흰 영산홍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봄날의 한국은 꽃의 향연장이다. 그래서 한국을 금수강산이라고 했는가?

꽃이 피고 지는 사이 나뭇잎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서 내 산책길 주변이 점차 녹색으로 변해간다. 버드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는 것을 아주 일찍 볼 수 있지만, 내 산책길 주변에는 버드나무가 없다. 내 신책길에서 가장 먼저 움터나오는 나뭇잎은 길가에 늘어선 중국단풍이다. 그다음 공원의 상수리나무잎이 누렇게 피어나다가 파래지기 시작하고 단풍잎이 움터나오는가 하면, 느티나무 가지에서도 잎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벚나무에서도 이팝나무에서도 잎이 돋는다. 벚나무에서는 꽃이 진 다음에 잎이 나오지만, 이팝나무에서는 잎이 먼저 나오기 시작하면서 꽃이 핀다. 이런 것도 퍽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짐승들이나 새들은 움직이고 소리를 내지만,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는 나무들이 어디서 그리고 누구에게서 이런 것을 배웠단 말인가! 지금 많은 사람이 진화론을 말하지만, 자연선택이나 적자생존으로 이런 생명의 신비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요즘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있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꽃이 우리의 눈을 끌고, 아파트 담장 위에서 덩굴장미가 빨간 얼굴을 요염하게 내밀기 시작하지만, 그런 꽃에는 향기가 별로 없다. 

아카시아꽃은 아름답지 않지만, 짙은 향을 내뿜는다. 여인네들이 지나치면서 짙은 향수 냄새를 풍길 때에는 역겨울 때가 많다. 그러나 아카시아의 향기는 짙으면서도 역겹지 않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 향기가 숨을 깊이 들이마시게 한다.

나는 길을 가다가 아카시아꽃 향기가 나면, 걸음을 멈추고 바람을 따라 그 향기를 날리는 나무를 찾는다. 그러나 멀리까지 향기를 흩트리는 그 나무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길가에 아카시아 나무가 있을 때는 그 앞에 멈추어 서서 잠시 그 향기에 취해 본다.

올해의 봄은 나에게 특별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봄이 오면 꽃이 피고 나뭇잎이 자라는 것을 무심코 보아 넘겼는데, 올봄에는 그것들을 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하나님의 솜씨를 마음에 새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글쎄 내가 내년에도 저것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까,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아름답게 그리고 신기하게 보인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생명의 신비를 드러내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하나님의 권능과 솜씨를 큰 소리로 찬송하고 싶다. 다음 헌금 특송에서는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노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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