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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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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4월 13일 (목) 00:57:11 [조회수 : 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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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종일 내렸다. 덕분에 산천초목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하루내내 온 비는 초목의 성장판을 활짝 열도록 했다. 성장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비가 내리는 중에도 집 앞에 보이는 풀들이 자라는 것이 보였다. 비가 그친 뒤 살펴보니 풀들만이 아니라 먹을만한 나물들도 밤새 쑥쑥 일어나 있었다. 감사하고 기뻤다. 이번 비가 지난주 걱정했던 봄 가뭄을 –충분하진 않지만- 조금은 면해준 것 같다. 교회의 여선교회 회장은 부활주일에 쑥향기 가득한 쑥설기를 집으로 가는 교우들 손에 쥐어 주었다. 쑥이 없어 걱정했던 것과 달리 쑥설기는 쑥을 얼마나 넣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진하고 향긋했다. 그에 따라 회장님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게 하루만의 비는 모든 작물에 생명을 이을 젖줄을 선물한 것이다. 

땅이 보드라워졌다. 참깨를 심을 밭에 삽질을 하니 지난번보다 훨씬 깊게 파였다. 삽으로 파고 넥기로 흙을 고르고 평평하게 폈다. 중간중간 작년에 심었던 쪽파는 삽으로 떠서 한쪽으로 옮겨 심었다. 그리고 엄청 올라온 들풀꽃들은 삽으로 떠낸 뒤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흙을 털어내고 저만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던졌다. 내가 이렇게 무정하게 굴어도 들꽃들은 어찌나 생명력이 길던지 내년이면 뽑았던 그 자리에 다시 솟아날 것이다. 부활절이 봄날 그것도 4월에 있을 수밖에 없는지 들과 산을 보면 생생하게 목격하고 증언할 수 있다. 자연의 이치를 알면 신앙고백도 저절로 풍성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점점 변해가는 기후 환경이 우리의 정서도 메마르게 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열심히 무식하게 밭을 갈다보니 넓은 두둑이 하나 완성됐다. 다음 주에는 퇴비를 뿌리고 다시 한번 밭을 뒤엎어 줄 계획이다. 그러면 올해의 참깨는 그 어느 해보다 풍년을 맞을 것이라 보는데, 이 또한 내 계획과 기대와 희망이지 자연이 꼭 그렇게 해주란 법은 없다. 그저 심으면 심는대로, 자라면 자라는대로, 키우면 키우는대로, 마지막으로 거두면 거두는대로 겸손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처음부터 가져야 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세월 속에서 희망이란 이름하에 실망과 절망과 포기를 반복하였던가. 그러니 10년 차 된 농부는 이제 순순히 자연 이치에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안된다기보다 늘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일 때, 처음부터 생색내지 않고 사심을 품지 않을 때 때로는 자연의 풍요로움에, 때로는 자연의 비정함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여기저기 널려 있던 쪽파를 캐서 한쪽 귀퉁이에 심었다. 생각보다 제법 나왔다. 작년에 심을 때는 한 구멍에 한 뿌리씩 심었다. 쪽파는 너무 이른 철에 심어서 제때 잘 활착되지 못했다. 그리고 중간에 비가 하도 와서 모조리 녹았다. 그래서 아예 없을 줄 알았는데 지난 매서운 겨울을 뚫고 올봄에 고개를 삐죽이 내밀더니 비 한번 신나게 맞고 한뼘 정도 자랐다. 그것들을 심으려 했더니 분명 한 뿌리씩 심었는데 자라서 캔 것은 여러 뿌리가 엉켜 3배 이상의 수확이었다.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결실이다. 이럴 때 기분이 좋은 것이다. 작은 열매이지만 예상치 않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거둬들인 지금! 큰 기쁨이다. 

지금 거두고 새롭게 심은 쪽파 정도면 혼자서 충분히 먹고도 남을 양이다. 옆에는 이웃에서 얻어 심은 대파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먹고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의 재화를 곰곰이 살펴보니 사람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세상의 빈곤과 가난은 나눔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혼자인 나마저도 먹을 만큼에서 하나둘 더 얹어서 저장하거나 혹은 썩혀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나이가 듦으로 해서 비우고 나누는 습관은 점점 흔해야 하고 또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어제 제주도에 사시는 목사님이 한라봉을 보내주셨다. 봉지 너댓개를 열어 소분했다. 목사님 덕분에 오늘 나눔을 실천한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나눌 때 더 풍성해지는 것인데, 돌이켜보면 자연의 이치를 자주 거스르며 왔다. 올해는 거스르는 삶의 습관을 줄이도록 하자. 사실 10년의 농사가 나눔과 비움을 충분히 가르쳐주지 않았던가. 10년의 농사가 도로아미타불이 되지 않도록 자연의 이치에 머리만이 아닌 몸으로도 순응토록 하자. 하루하루 농사에 임하는 나의 자세가 갈수록 묵직해진다. 철이 드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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