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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의 영성 민들레국수집 서영남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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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4월 04일 (화) 23:34:24 [조회수 : 4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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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분이 있다. 인천시 동구 동인천 역 근처에 위치한 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씨다. 5년 전 김기석 목사님의 글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 분에 대한 영상들을 여러번 보고 참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민들레국수집은 노숙자를 위한 무료식당이다. 이 식당을 통해 노숙자를 섬기는 서영남씨는 카톨릭의 수도사로 25년을 일하다가 2003년 4월 1일, 그의 나이 마흔 아홉에 종자돈 300만원과 6인용 식탁 하나로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이 식당을 만들었다. IMF로 실업자와 노숙자가 넘쳐나는 시절에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인들을 대하는 태도가 못마땅해 제대로 된 '무료식당'을 연 것이다. 올해가 20년째이다. 식탁은 6개로 늘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간단한 뷔페식으로 운영하고 매일 400-500명의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그는 도로시 데이라는 미국인 여성이 운영했던 ‘환대의 집’을 모델 삼아 이곳을 열었다. ‘환대의 집’은 1930년대 경제공황 중에 가난하고 병든 이, 고아, 노인, 여행자 등 누구에게나 따뜻한 안식처가 된 곳이다. 민들레라는 이름은 예수살이 공동체의 조카 민들레 서원식에 참석했다가 지었다. 그리고 예수살이 공동체가 추구하는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이 민들레국수집의 기본 정신이다.

20년 전에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면서 서영남씨는 네 가지만은 꼭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 기부금을 얻기 위한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다. 생색내는 돈을 받지 않는다. 조직을 만들지 않는다.’였다.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사람대접’이라 손님들이 눈칫밥을 먹지 않게 무료급식이라는 표시를 내지 않았다. 하얀색 바탕에 노란 글씨를 써서 되도록 눈에 뜨이지 않는 간판도 달았다. 십자가가 벽에 걸려 있지만 찾아온 이들이 마음에도 없는 기도는 하지 않아도 좋고, 잘 살아라, 일 해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서영남씨는 “민들레 국수집은 무료급식소가 아닌 환대의 집입니다. 곤궁에 처해 있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국수집을 찾아오시는 분은 누구라도 VIP로, 하나님이 보내주신 고귀한 분으로 여기고 대접하는 곳입니다” “밥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대접이지요. 배고픈 이들에게는 단순히 밥을 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귀한 마음으로, 소중한 정성으로. 깍듯하게 사람대접을 해야죠...” 라고 말했다. 처음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저 식사만 하던 손님들이 언젠가부터 '안녕하세요.' 인사도 하고 '잘 먹었다'며 고마움도 전한다. 

민들레 국수집 벽에 걸린 하얀 칠판엔 VIP 손님들의 이름이 죽 적혀 있다. 서영남 씨는 메모하지 않으면 잊어버린다며, 손님들의 이름을 잊지 않고 불러주기 위해 적어놓았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그는 손님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준다. 길에서 오래 노숙을 하다보면 자기 존재감을 잃게 되고 자포자기 하기도 쉽기 때문에,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서영남씨는 손님들에게 자주 말을 붙인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뜰하게 말을 붙이며 친분을 쌓는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은 자기 존재감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점점 자신감을 잃고 좌절하고 절망하죠. 이들에겐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들에게도 작지만 ‘비빌 언덕’이 필요해요. 제가 서 있어야 할 곳은 바로 거기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서영남씨의 사랑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민들레의 집과 민들레 꿈 공부방을 열었고. 민들레희망센터와 민들레 진료소를 열었다. 어린이 밥집과. 어르신 민들레국수집,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다. 필리핀 어머니를 위한 다문화 모임도 시작했다. 이제 그의 나이 예순 아홉이다. 여전히 그는 이 시대의 약자들을 향한 이 환대의 실천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천사의 표정을 알고 싶다면 서영남씨의 미소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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