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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그 사람이 싫다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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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3월 19일 (일) 22:45:55 [조회수 : 3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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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 없이 그냥 싫은 사람이 있다. 딱히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사사건건 거슬리고 신경 쓰이고 같은 공간에 함께 있을 때는 그 사람으로 인해 공기가 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직장의 동료나 상사뿐만 아니라 때로는 가족, 특히 자식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알려진 대로 이것을 그림자 투사라고 부른다. 마음의 그림자에 사로잡혀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나의 어두운 면, 의식으로 끌어 올릴 수 없는 뒷면에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내용들인 그림자는 자주 외부의 대상에게 투사된다. 이때는 강렬한 감정이 수반되어 아무리 떼어 놓으려 해도 떼어 놓을 수 없을 만큼 그 감정에 집착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 감정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도 없다. ‘왠지 모르게 그 사람은 보기만 해도 싫다, 자꾸만 나를 불편하게 한다’고 할 때 그림자의 투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때로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화를 낸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말과 행동에 화를 내곤 하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화를 낼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대부분 내가 싫어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자녀에게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특정한 언행이 이유 없이 싫다면, 그에게 투영된 감추고 싶은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태어났을 때 부모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성장기에는 타인을 매개로 자아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형성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반대로 나를 통해 상대를 파악하려 한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같다, 다르다, 좋다, 나쁘다’의 기준은 내가 될 수밖에 없다. 즉 투사는 세상의 중심에 나를 두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러한 그림자 투사는 몇 가지 심리적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우선 타인의 언행을 나의 기준으로 해석한다. 이때 공감이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아전인수격으로 타인의 언행을 왜곡하기 쉽다. 왜곡되게 해석된 타인의 언행에서 은밀한 욕망이나 감추고 싶은 약점을 발견한다. 그림자가 짙은 사람일수록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약점을 가진 사람이 하는 별생각 없는 말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타인의 언행에서 부정적인 심리를 느끼게 되는데, 불쾌하거나 거북한 정도일 수도 있고 심하면 혐오스러울 때도 있다. 경우에 따라 극단적인 증오를 품을 수도 있다.

누군가를 주는 것이 없이 미워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조직 생활을 하는 구성원이나 공동체에 바람직하지 않다. 비인간적인 선입견은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는 것이 좋다.

남이 알까 두려워 꼭꼭 숨겨둔 자신의 욕망과 약점을 철저히 분석해 보는 것이 하나의 해결점이 될 수 있다. 누군가 이유 없이 싫어질 정로도 숨기고 싶은 약점을 언제까지 계속 안고 살아갈 것인가? 시간을 내어 성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원인과 결과, 문제점과 대응책 등을 준비하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솔직한 고백 또한 도움이 된다. ‘저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같은 말을 해도 유독 얄미운 이유는 그 모습 속에 나의 약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야’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믿을만한 대상에게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은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털어놓는 것만으로 부정적 심리상태가 줄어들게 되는 것을 우리는 자주 경험하지 않는가.

이러한 방법으로도 해결이 어렵다면 과감히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그림자 투사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장년의 나이에 누군가 주는 것 없이 미워하는 추한 심리상태를 경험하고 있다면 그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하루라도 빨리 상담과 치료를 통해 그림자 투사를 극복하는 것이 좋다. 그림자는 인격이 성숙하게 되는 필연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성숙을 위한 진통의 순간이며 자기반성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좀 더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그림자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보자.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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