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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여행하라
김국진  |  산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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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3월 17일 (금) 07:32:06
최종편집 : 2023년 03월 17일 (금) 07:33:51 [조회수 :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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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여행하라> 임영신 이혜영 공저, 소나무, 2009

세계가 100명밖에 살지 않는 마을이라면,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을 사람은 14명뿐이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중동이라는 거대한 세 지역에서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을 모두 합해도 14명 중에서 한사람 정도의 비율밖에 되지 않는다. 여행은 불공평한 노릇이다. 지구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나머지 86명의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여전히 평생을 두고 갈망하는, 이룰 수 없는 소원이다. 
 
동남아시아의 아름다운 숙소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여행자들이 하루에 쓰는 돈은 그곳 사람들 한 달 월급에 달한다고 하는데, 여행자는 많은데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왜 여전히 가난한 것일까? 우리가 여행하며 쓴 그 많은 돈은 무도 어디로 간 것일까? <희망을 여행하라>의 저자는 이렇게 여행에 대한 새로운 물음들을 던져준다. 

저자에 따르면 한 사람이 여행할 때 하루 평균 3.5kg의 쓰레기를 남기고,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주민 30명이 쓰는 전기를 소비한다고 한다. 고급 호텔의 객실 하나에서는 평균 1.5톤의 물이 사용되고, 골프장 하나에는 무려 다섯 개 마을의 농사와 생활에 필요한 물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리조트들은 바다의 주인이었던 현지인의 출입을 금한다. 가난한 어부들이 그들의 어장이었던 연안에서 고기를 잡다가 바다의 풍경을 어지럽히고 사유지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잡혀가기도 했다. 사파리 관광객을 위해 소수부족들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사냥 터전과 마을, 우물을 모두 빼앗긴 채 강제이주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히말라야의 포터는 고산병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에 도움 없이 홀로 하산하다가 숨을 거두었다. 그들은 짐을 나르는 도구가 아니다. 

저자는 여행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여섯 가지 주제로 묶어서 들려준다.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그리고 배움, 주제마다 뻔하지 않은, 묵직한 배움이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책이 소개해 주는 대안적인, 책임을 지고 희망을 주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점이다. 아무리 일상을 떠나왔어도 여행은 삶의 연장임이 분명하다. 타인이나 환경을 위하지 않던 사람이 여행한다고 갑자기 변할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몸매를 포함해서 나를 갑자기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은 버린지 오래다. 다만 요강 같은 통에 앉아서 생리기간을 보내는 동남아의 아주머니들보다 바느질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어설픈 솜씨로 대안 생리대를 가르쳐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준비할 수 있다면 족하겠다. 책에 실린 많은 사진에 담긴 표정을 보면 여행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착한 짓을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책에 담긴 희망의 방법들을 실천해보고 싶다. 그리고 살짝 그을린 얼굴 넉넉한 미소를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다. 책에 담긴 사진들처럼.

필자는 이상은씨가 부른 ‘삶은 여행’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들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신기한 노래다. 여행처럼 짧고, 언젠가 끝나니까 삶도 여행처럼 여기고 살아도 살아지겠다. ‘짧은 만남에서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해야할까?’ 목사로서 심방 가는 길에 가끔 했던 고민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받은 게 더 많다. 그러니 굳이 정의를 찾으며 살아야 하냐고, 여행까지 가서 공정을 찾아야 하냐고 투정부리지 않아도 괜찮겠다. 받을 게 더 많을 테니까.

김국진 목사 (산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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