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미지근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김화순  |  givy4u@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3년 03월 06일 (월) 04:17:30 [조회수 : 3353]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사람들의 욕망을 읽어 내어 소비하게 만드는 광고회사의 성공과 좌절을 그린 드라마의 최종편에서 한 배우가 던진 대사가 가슴에 남는다. 최고의 자리를 과감히 걷어차고 소박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고장 난 냉장고에서 식어 빠진 맥주를 꺼내 마시며 씁쓸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 배우의 모습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감춰진 속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겠다. 

“미지근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드라마는 기득권 대 비기득권, 낙하산 재벌 3세와 자수성가 흙수저 여성, 백조처럼 우아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우리들의 처절한 모습을 아프게 그려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기다리지 못하고 너무 서두르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실수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따라 하느라 많은 것을 놓친다. 조금만 느려도 실패하게 될까 두려워 앞만 보고 달린다. 우리들은 쉽게 걸음을 멈추지 못한다. 여유 하나 없이 순간순간 변화하는 계절이나 아름다운 풍경 따위를 놓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직장 상사는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칼같이 체크하고 직원들의 작은 실수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결국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사람이든 도시든 무엇이 좋고 나쁜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함께 지낼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의 시간, 감정과 생각의 사계절을 충분히 경험해 보아야 한다. 얼마나 살기 좋은 도시인지는 도시의 어느 한 곳만을 보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의 숨결과 분위기를 시간을 두고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든 도시는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또 함께 걷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매 순간 달리 느껴지기 때문이다.

겨우내 풀더미로만 보이던 식물이 봄이 되어 예쁜 꽃을 피우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마른 나뭇가지가 싹을 틔우는 생명의 신비를 우리는 살면서 내내 경험한다. 단지, 잘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인생은 정원과 같아서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뽑아 버려야 할 것들과 심어주어야 할 것들을 적절하고 조화롭게 일구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의 환대를 맛보게 된다. 
   
이 봄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작은 티끌이 두 눈을 가린 줄도 모른 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허망하게 맞이하고 싶지 않다. 나를 잊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 속에 파묻혀 살아가기를 과감히 멈추고 미지근함의 우아함과 매력을 한껏 누려보고 싶다. 조금만 속도를 늦추고 잊고 지냈던 사소한 것들을 음미하다 보면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찬란한 부활을 기리기 위한 사순절을 걷고 있다. 사순절은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아주 좋은 절기이다. 억압과 올무에 갇혀 있던 영혼을 끄집어내고 정신을 자유롭게 풀어주기에 이보다 적당한 때가 있을까. 평온함은 우리의 욕망을 걸러내고 무감각해져 있던 영혼은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김화순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25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