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린 시절에 오일장(五日場)에 가면 대장간을 자주 구경 갔습니다. 이두박근을 뽐내는 대장장이 아저씨가 화로에서 시뻘건 쇠막대기를 꺼내 모루 위에 올려놓고 뭉툭한 망치로 ‘쾅~쾅~’ 내리쳤습니다. 불에 달궈진 쇠막대기는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종잇장처럼 펴지면서 모양을 갖춰갔습니다. 아저씨는 쇠집게로 집어 물속에 푹 담갔습니다. ‘치익~~’ 쇠막대기는 검푸른색으로 변했습니다. 아저씨는 망치로 때리고 집게로 구부리면서 농가에서 필요한 연장을 뚝딱 만들었습니다. 인심 좋은 아저씨는 끝이 무디어진 호미를 가져오면 몇 번의 담금질을 하고 웃으며 내주었습니다. 남자들이 사용하던 화가래도 아저씨의 손을 거치면 여지없이 끝이 날카로운 농기구가 되었습니다.

목원인의 밤은 무딘 도구를 날카롭게 만드는 대장간이다.
모교(母校)로부터 멀리 떨어져 유배지(?)라는 오해를 사기도 하는 삼남연회에서, 끝이 무뎌진 농기구를 날카롭게 벼리는 대장간이 있습니다. 목원인(牧園人)에게는 ‘목원인의 밤’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재개된 제4회 목원인의 밤은, 목원인들을 끈끈한 정(情)으로 결속시키는 접착제일 뿐만 아니라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써 주소서!’ 목청껏 외쳤던 뜨거운 가슴을 재점화시키는 번개탄이기도 했습니다. 황동현 회장은 열악한 환경에서 목회하고 있지만 동문이라는 말만 들어도 의지가 되고 힘이 된다며 사명을 감당할 힘을 얻어 가라고 초청했습니다. 친교부장인 여성구 목사가 진행한 ‘천국행 윷놀이’는 상금을 타서 지방별로 회식하자는 선한 욕심으로 치열한 명승부를 펼쳤습니다. 천국까지 가까이 갔다가 처음으로 되돌아갈 때는 한편에선 탄식이 다른 한편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박상은 목사 부부가 인도한 찬양 시간은 세속에 젖었던 지저분한 마음을 정화해 하나님께로 고정하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네 자녀를 키우며 목회에 전념하는 신실한 젊은 목사가 있어 감리교회는 여전히 희망이 있었습니다. 

삼남연회 정동준 감독은 디모데 후서 4장 7~8절을 본문으로 사도 바울이 ‘나의 달려갈 길을 마쳤다.’라는 뜻은 죽을 각오로 목회했다는 의미라고 재해석했습니다. 정 감독은 고향 교회 권사들이 자신을 열심히 봉사했던 청년으로 기억한다며, 나의 역량이 얼마가 되든 주신 달란트를 최대한 발휘하라고 격려하였습니다. 박준복 총무가 진행한 광고 시간에 전임 회장인 신태성 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였고, 자랑스러운 목원인 상을 둘로 나누어 지역사회 어르신들과 아동 청소년들을 사랑으로 섬긴 강석효 목사가 시니어 부분을, 웨슬리 신학을 전공하고 평신도들에게 감리교인의 정체성을 심어준 하정완 목사가 주니어 부분을 수상했습니다. 협성 동문회 이승환 회장은 ‘섬기면 하나가 되고 더 섬기면 더 하나가 된다.’라며 목원인의 밤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삼남연회는 동문의 밤에 서로 방문하며 축하해 주는 전통이 있는데, 감신은 다른 장소에서 모임을 했습니다. 황병원 전 감독이 축도하고 예배를 마쳤습니다. 서지혜 목사는 동문의 밤을 수놓은 아름다운 사연들을 한 컷 한 컷 소중하게 담았습니다.

박준선 준비 위원장은 일일이 전화해 찬조를 요청하고 지역장들을 독려해 참석 인원을 배가시켰습니다. 동문 가족을 포함해 165명이 ‘소고기 버섯전골’로 천국에서 맛볼 성찬을 미리 시식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을 부른 장한이 사모가 찬양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연예 기획사를 통해 대중 가수로 데뷔했지만, 영혼이 피폐해진 방황의 끝자락에서 하나님을 만나 목사의 며느리이자 목사의 아내가 된 삶을 간증하였습니다. 장 사모는 찬양사역자로 사역하면서 어디든 부르면 모이는 인원이나 사례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갔다며, 목원인의 주제곡인 찬송가 323장 ‘부름받아 나선이몸’을 부르며 목원인의 가슴에 불을 지폈습니다. 목원인에게는 주님이 처음 부르셨을 때의 소명감을 회상시키는 찬양이자 팍팍한 목회 현실을 감내하게 하는 사명감을 되살리는 찬양이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기도와 성경 읽기를 강조해야 신앙이 유지된다.
충청연회 하늘중앙교회 유영완 전 감독은 마태복음 7장 16~19절을 본문으로 ‘좋은 나무가 돼라’라는 특강을 했습니다. 유 감독은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셀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기에 물을 흡수해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광야에서도 잎은 이슬을 발산하고 그늘은 주변 기온보다 낮아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감독은 안이 썩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감독은 과거에 아픔이 있었지만, 이제는 선교 조각 공원 안의 ‘축복의 동산’에 예수님의 활동을 12개의 주제로 나누어 조형물을 만들었다며 비로소 예수님이 있으신 대학교(?)가 되었다고 자랑했습니다. 목원의 주인은 예수님이셨고 앞으로도 예수님이 목원을 이끄실 것입니다. 서기인 고영대 목사는 귀를 수술하느라 참석하지 못했지만, 명찰과 숙소 배정 등을 완벽하게 준비하였습니다. 부서기인 이성윤 목사는 동문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간식을 풍성히 준비해 주었습니다. 회계인 유성환 목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회계의 달인이었습니다. 북극의 찬 공기가 물러간 하루였지만 밤공기는 여전히 쌀쌀했습니다. 동문회에서 세심하게 배려해 ‘내 이쉬(איש)와 내 잇샤(אישה)’가 스르르르~ 잠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영성신학을 전공한 목원대 교목실 권진구 교수는 ‘한국 개신교 영성과 기도’라는 주제로 새날을 열었습니다. 권 교수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인용하며 한국 기독교와 세계 기독교의 현실을 샅샅이 파헤쳤습니다. 권 교수는 서구 기독교가 망한 줄 알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개신교인이 가장 많은 나라는 아직도 미국이라며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벨기에는 기독교인으로 길러졌다는 비율이 높았고, 포르투갈은 기독교인인 게 자랑스럽다는 비율이 높았으며, 오스트리아는 교회를 다니든 안 다니든 하나님이 소통한다는 비율이 높다는 통계를 제시했습니다. 권 교수는 무슬림들은 어려서부터 길러져 종교를 절대 안 버린다고 단언했습니다. 권 교수는 자녀들과 매일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다며 스스로 맡기지 말고 사랑으로 권면하라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권 교수는 기독교 영성은 평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매일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 것은 율법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권 교수의 강의를 통해 ‘코로나 시국’을 이기는 방법은 여전히 담임목사의 열정적인 설교와 속회의 따뜻함 돌봄이라고 깨달았습니다. 

박준복 총무가 진행한 행운권 추첨 시간은 목원인의 훈훈한 정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선배가 상금을 받으면 후배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선물도 선후배로 자연스럽게 흘렀습니다. 선배가 선배인 것은 일찍 입학해서가 아니라 예수님을 일찍 닮아서라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목원인들은 사역으로 지친 영육을 깨끗이 치유 받고 내년을 기약하며 사역 현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서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땅을 파다 보면 아무리 쇠로 만든 농기구라도 무뎌집니다. 날마다 성령님으로 충만해도 때때로 탈진이 예기치 않은 손님처럼 찾아옵니다. 목원인들은 동문의 밤을 기점으로 다시 날카로워졌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호감은 날로 낮아져 가고 있지만, 영성에 대한 갈망은 거꾸로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목원인들은 시대를 역행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광활한 삼남연회는 감리교회 부흥의 불꽃이 튈 기회의 땅입니다. 삼남연회 목원 동문들을 주목해 주십시오.

삼남연회 경북동지방 창대교회 여성구 목사

▲ 여성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