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나사로에게 피해를 끼친 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나사로가 먹도록 허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눅16:23에 의하면 그는 지옥에서 고통을 당했습니다.    대체 그는 나사로에게 뭘 잘못했다고 지옥까지 간 것일까요?

500년 전의 조선 왕보다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더 부요하게 살고 있습니다.    왕에게는 없었던 냉장고를 가지고 있으며, 수명도 더 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그리고 찌든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왕에게는 없던 비누와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행복지수는 왕보다 많이 낮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부라는 것이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기준이 더 작용함을 알 수 있습니다.

“초가삼간도 난 만족하네” 라는 노래처럼, 초가집만 있는 마을에서는 초가삼간에 살면서도 아무 부러울 게 없습니다.    하지만 35층짜리 고층 아파트로 둘러쌓여 있다면, 2층 집에 살아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자괴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상대적 빈곤의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복음에서 얘기하려던 부자의 죄는, 자신보다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돕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부의 격차를 보고도 안일하게 방치한 것이 바로 죄였습니다.    아무리 단칸방에서 라면만 먹으며 살더라도 자신보다 어려운 노숙자를 본다면, 우리는 그를 예수처럼 생각하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조금이라도 도와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참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며, 우리 기독교인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불평등한 세상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누가복음의 부자와 같은 죄를 짓는 일입니다.    좀 더 나아가자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고, 선한 청지기의 사명을 저버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경제학 이론에서는 최부유층의 소득이 최빈층보다 30배 이상 격차가 벌어질 경우, 폭동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산업혁명으로 인해 자본가 계급이 급속히 신장하고 서민들과 격차가 커지자, 프랑스 혁명과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한편, 독일의 비스마르크는 선제적으로 사회복지와 의료보험 등을 실시함으로써 폭동을 예방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독재자가 부를 과도하게 축적하려고 할 때, 민주화 항쟁이 일어났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성경적인 행위입니다.    시편기자는 주님은 인간 세상에서 힘있는 자들을 끌어내리시는 분임을 여러 시편에서 줄곧 노래합니다.    한나의 노래도 그러하고 마리아의 찬가도 그러합니다.    매카시즘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사회주의가 사회악인 것처럼 묘사되기도 하지만, 성경은 자본주의보다는 사회주의적 사상에 더 가깝습니다.    공산혁명의 문제는 자신의 주장을 폭력으로 관철시키려는 데 있었지, 평등한 사회를 꿈꾼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결코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성경은 희년사상을 이야기합니다.    사자와 어린양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거대한 벽으로 빈민가와 부촌을 나누는 것은 죄라는 것을 성경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크리스찬은 거창하게 사회변혁에 뛰어들지 않고도, 일상생활에서 성경의 희년사상을 실천하면서 살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수입의 1/10 한도 내에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 현금으로 내도 좋고 자신이 직접 도와도 좋습니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십일조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찾아서 돕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 연대하는 것, 이것이 크리스찬이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해야 하는 주님의 지상명령입니다.    땅끝까지 주님의 증인이 되는 것은 예수님 믿으라고 전도하는 것도 있지만, 예수님처럼 사는 것도 포함됩니다.    사회의 불의와 불평등을 보고 방관하는 것은 죄입니다.

부자는 자신의 부는 주님이 주신 것이고, 자신은 그것을 관리하는 청지기에 불과함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나사로에게 먹고 남은 부스러기나 주며 거지취급을 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소유를 나사로와 나눠야 했습니다.    사회적 구조를 개혁시켜서 보다 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걸 못해서 지옥에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