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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에 누굴 찾아갈까요?
신현희  |  juventusjesu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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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년 01월 20일 (금) 01:25:19 [조회수 : 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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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설 민심을 어떻게 자신에게 돌릴지 혈안이 되어 교차로 신호등 기둥마다 현수막을 내겁니다. 연휴 맞이하는 직장인들의 관심은 무엇일까요? 대체공휴일이 있어 명절 짧아질 걱정이야 없지만 주말에 있는 설 연휴가 아쉬울 것입니다. 설 당일이 화요일이나 목요일이면 하루 이틀 연차를 잇대어서 한 주를 내리 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겠지만, 이번에는 설이 일요일이니 깨끗하게 마음을 비웠을지도 모릅니다. 어두운 경제 전망을 내놓는 언론이야 어떻든 3년 만에 찾아온 설 대목을 기대하는 상인들도 있겠지요. 어쨌든 감염병 사태가 종반으로 가는듯한 것이 분명합니다. 불과 작년, 재작년 이맘때 요란했던 설 명절 가족모임 인원 제한 공지가 전혀 들려오지 않으니 새삼스러울 정도입니다. 장거리를 운전해야할 가장들에게는 이동 개시 시점이 신경 쓰일 터이요, 명절 음식 장만과 제사상을 차려야하는 것에 온통 마음이 쏠린 이들도 있겠습니다. 명절의 가족 친지 모임 세태가 변했다지만, 명절 가사 노동이 현실인 주부들에게는 애초부터 피하고 싶은 부담일 것입니다.

집안마다 같은 사정이 있겠냐마는 애타게 보고 싶지만 건강문제가 염려되어 마음 놓고 오라 할 수도 없던 부모세대와 명절연휴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은근히 편했다 생각했을 자녀세대 모두에게 피치 못할 큰 핑계거리는 다 사라졌습니다. 코로나-19가 가르쳐준 교훈은 만나서 어떻든지 우리는 만나야 될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만나야할 사람이라면 기회가 있었을 때 미루다가 후회하지 말아야한다는 것도 분명해졌습니다.

명절에 누굴 찾아가면 좋을까요?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이번만큼은 이 사람을 제일 우선으로 하고 싶습니다. 힘든 것도 알고 보면 지금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힘겨운 현실 속 숱하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주위를 둘러봐도 반가운 얼굴이 없을 때 외롭습니다. 반가운 사람 하나 있으면 곁에 아무도 내게 관심 없다 해도 괜찮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어 시간이 훌쩍 빨리 지나가는 바람에 연휴가 짧게 느껴지는 것이 유일한 단점입니다.

만나야 될 사람도 있습니다. 정해진 것은 없다지만 관계에서 오는 의무감이든 업무상 만남이든 마땅히 만나야할 사람을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만나야 될 사람은 어쩌면 가장 소중한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만나온 시간이 그만큼 쌓여있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만남은 아니라할지라도 두터운 관계라는 증거입니다. 마땅히 만나야 될 사람이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만나야 될 사람을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면 필경 화목이 있을 것입니다.

주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받기 위해서라면 멀리서 수고를 감수하고라도 찾아갑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게 무엇이든 유익하다면 받고 싶은 것이 사람입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을 주기에 꼭 찾아갈 때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정말 만나고 싶었던 것은 내게 뭐라도 주고 싶어 하시는 그 분의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주시던 세뱃돈과 선물에만 온통 관심 있었지만, 이제는 계시지 않은 할머니 사랑이 문득 사무치게 그리운 것처럼 말입니다.

주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선한 뜻을 품고 내가 무엇인가를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지만 어쩌면 나를 가장 기다리고 있을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두고 인간의 무의식에 감춰진 우월감에서 비롯된 시혜 행위로 규정하고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그렇다고 내게 그저 있으니 나누고 싶은 따뜻함까지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사정을 운운하며 선물을 할까 말까 말이 많지만 올해도 생각나서 꼭 뭔가를 주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한겨울에 맞이하는 설이지만 따뜻한 정서가 배어있는 것도 이런 넉넉함 때문일 것입니다.

높은 사람, 유명한 사람은 굳이 내가 찾아가지 않아도 만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접견 일정을 조정하고 계실지 모릅니다. 산 정상처럼 보기에는 높으나 가보면 외롭고 바람만 많이 불어 춥고 외로울지도 모르겠다는 괜한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다음에 찾아뵙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외로운 사람은 만나러 갈 수도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불러내야합니다. 생각한다했지만 늘 생각에만 그쳤던 그 만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만나고 전화하고 연락할 생각하니 나흘도 짧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다 만날 수도 없는 통에 부담만 더 늘어난 기분입니다. 소홀했다는 미안함 품고 주소록 끌어올리며 생각해 봤습니다. 어디서 복사해 와서 붙이는지 창의성도 부족하다 싶은 ‘메신저 한 컷 설 안부 인사’도 귀합니다. 헤아리고 생각해서 말 한마디 걸어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습니다. 한참을 오지랖 넓게 생각하다보니 의외로 늘 가까이 있는 그 사람이 많이 외로웠겠다 싶습니다. 이번 설 만남과 연락으로 가장 바쁠지 모를 그 시간에 외로운 그 사람과 시답지 않은 말이라도 두런두런 하면서 같이 산책해야겠습니다.

 

신현희 / 안산나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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