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네식구를 만나기 위해 떠난 두 번째의 요코하마 방문이다.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한 하네다공항에서
오매불망 귀여운 손녀를 만났다.
잊지 않고 카메라 셧터를 누른다.

1년도 안됐는데 저들끼리 일본어로 말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무릎에 앉은 막내의 체중이 꽤 묵직해졌다.

저들 아빠가 갓나서 일본에서 자라더니
저들도 일본에서 지내는 게 우연은 아닌 듯
이왕이면 장차의 세계가 하나이듯
저들도 언어의 자유로움으로 지식의 교류 이루어
행복했으면 좋겠다.

두 언니가 학교 가면 남는 건 린이와 나
한 컷이라도 더 찍으려고 지시하면
지시하는데로 따라주는 린이가 마냥 사랑스럽고....

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산보하자고 꾀는 건 내가 답답해서인데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겨우 3맥미터 떨어진 스토아에 가서
일본의 맥주를 사고 아이들 근것질 과자를 사는 일은
내 영혼의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할머니의 인기도 얻고 싶어서이다.

일본에서 찍은 아이들하고의 사진은 이것뿐
차마 셔터를 눌러달라고 누구에게 부탁할 수 없어서 그러하니
그저 추억을 가슴에 담아둘 판이다.

찬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셋이 모이면 어쩌면 하는 짓도 저리도 같은지...
TV에서 어린이프로가 나오면 일제히 서서 율동을 하는데
방이 비좁아서 카메라를 들고 나도 왔다갔다 정신이 없다.

물론 며느리가 없을 때 활개를 치는 나.

린이가 방학을 해서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니
보름동안 나는 한시도 아이들 곁을 떠나지 않은 셈.

잘 놀다가도 제 맘에 들지 않으면 눈물보가 터진다.
"여자는 울 때도 예쁘게 울어야 한다"는 내 말에 
뚝 그치고 또 다시 놀이에 열중하는 린이, 그래서 더욱 귀여운 린이... 

잘 돌아왔습니다 보름만에 돌아온 내 자리 제일 먼저 베란다의 카랑코에 화분을 보니 죽지 않고 용케 살아있음에 놀랍기도 하고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부지런히 물을 주었다. 나의 무성의에도 생명을 이어나갔으니 그동안의 원망 어찌 필설로 다할까.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마음이 있을진대 무심한 주인을 향해 말없음 속의 숱한 말을 서로들 나누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고마운 건 화분뿐이 아니었다. 제 자리를 잘 지켜주고 있는 세간이며 묵묵히 편지함에 갇혀있던 사랑(?)의 우편물 모두 매일 같이 동고동락을 한 PC조차... 그리고 보름 동안 시어미 시중 들고 옷이며 신발을 챙겨 사주고 짐까지 싸준 며느리의 정성을 어찌 빼놓을 수 있으리. 달리는 버스에서 바라본 한강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러면서 낯선 땅이라도 밟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혼자의 돌아옴 때문이었을까? 두어 시간 하늘에 떠서 자신을 돌아보았다. 정말 공중에 떠 있는 바람같은 존재인 나, 이제 집에 돌아가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다시 사는 기분으로 살아야 하는데... 새롭게 뜻을 세우고 살아야 하는데... 아~~ 모르겠다. 어쨌든 님들께 인사를 드려야겠는데 "덕분에 동심으로 돌아가 보름동안 손녀와 잘 놀다 왔습니다.  이제 앞으로 여러분과 또 가까이 할 일을 생각하니  더 부지런히 열심을 다해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