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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듣는 부고
신현희  |  juventusjesu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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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12월 31일 (토) 00:17:29 [조회수 : 3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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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춥고 눈이 자주, 많이 오는 겨울입니다. ‘죽음이 통계와 숫자로 치환 될 수 없다’는 경고가 들려오는 이때, 성탄을 전후해서 나흘간 매일 날아오는 ‘카톡 부고(訃告)’에 겨울철 기온이 내려갈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초과사망을 기준)는 통계 수치를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공실 없이 사람들로 가득한 장례식장 빈소와 시신 화장을 위해 추모공원에 늘어선 버스를 보고 있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전달의 편의성 때문에 노소를 무론하고 금방 적응한 인터넷 메신저 부고장을 사람들이 두루 사용하고 있습니다. 상조회사들의 차별화 전략 덕분에 이제 터치 몇 번이면 화환과 부의금을 앉은 자리에서 전화할 필요도 없이 상가(喪家)로 보내고, 상주에게 위로 메시지까지 작성해 보낼 수 있습니다. 고인의 영정사진, 생전 영상이 아련히 지나가고 장례식 장소와 일정, 유가족 관계까지 스마트폰 메신저 터치 서너 번이면 훤히 알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 네비게이션으로 연결되어 길 안내도 곧장 해줍니다. 부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찾아서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던 잠깐의 망설임까지도 링크 링크! 연결 연결! 손쉽게 알려줍니다. 삶 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간단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원활한 연결에 친밀감과 진정성은 따라오지 않는 느낌입니다. 

  부고만 간단해진 것이 아닙니다. 죽음의 처리가 깨끗하고 수월해졌습니다. 장례예식과 화장, 봉안당에 안치하는 과정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화장시설로, 거기서 다시 먼 매장지로 가기 위해 번거롭게 차에 타고 내리고 줄지어 올라가는 사람들의 행렬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효율성과 편의성이 힘을 쓰면 기다림, 애도와 추모, 또는 그런 절차와 예식들은 우선적으로 간소화 되거나 생략됩니다. 유족들을 지켜보고 있으니 언제 울어야할지, 언제 찬송을 불러야할지, 언제 서로를 안아줘야 할는지 때를 몰라 엉겁결에 지나가 어리둥절할 때도 있었습니다. 

  성탄절부터 나흘간 연일 문상을 가거나 장례 예식에 참여하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의 온도차가 커졌습니다. 전도서 말씀처럼 지혜롭고자 한다면 잔치집 보다는 초상집에 잠잠히 머물러야 하겠는데, 앞세운 사람들 못지않게 산사람들과 약속을 지키자니 어느새 만나서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자리에 와있습니다. 귓전에는 아직도 ‘그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장례식 찬송이 맴도는데 손으로는 젓가락질을 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확인하고 돌아온 다음에도 부인할 수 없는 허기와 계속되는 대화가 다 한데 섞여있습니다. 마음은 아직 추모공원에 있는데 몸은 다시 일상에 와 있습니다. 죽음과 삶 어디쯤에서 갈팡질팡 우물쭈물하다가 어느 날 부름 받아 먼 길을 나서야하는 운명이 새삼 느껴져서 연말이 조금 쓸쓸하고 처연하게 느껴집니다. 훅하고 불어오는 바람이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끝이 있다는 것과 무력함을 자각한다는 점에서 연말에 맞이하는 죽음의 소식은 아픈 유익입니다. 계속 될 내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니 떠나는 분들이 주는 선물 같은 교훈입니다. 삶과 죽음이 마냥 끝자락에 있는 줄 알고 살던 사람에게 코앞에 와있는 죽음을 마주하게 하니 헛된 일과 무익한 습관을 정리하게 만들게 해줍니다. 조급증이 나서 안달하는 마음 가라앉고, 굉장한 일을 하겠다는 허황된 생각을 툭 내려놓습니다. 하루 한 시간, 한 사람, 한 가지 일이라도 소홀히 대할 수 없다는 견실한 마음은 덤입니다. 

  차마 지우지 못한 연락처, 남겨진 사진처럼 내 곁을 지나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간 한 사람의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고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마감되지 않은 오늘이 내일 흔적으로 남아도 해는 뜨고 새날이 옵니다. 오는 시간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아 무덤덤한 사람에게 죽음의 소식은 역설적이게도 희망의 균열과 파장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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