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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문 닫기 싫으면
신현희  |  juventusjesu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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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12월 22일 (목) 22:38:56 [조회수 : 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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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빌라 지하 03호 주소로 찾아간 것은 지난 늦가을이었다. 행정복지센터 복지과에서 그분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처음 두 번 방문은 인기척도 없고, 휴대전화 연락처도 없어 들고간 반찬을 문고리에 걸어두고 올 수 밖에 없었다. 세 번째 방문 만에 그 이OO씨를 만날 수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담배연기가 퍼져 나왔다. 집 안에서 얼마나 피워댔는지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스크 쓰고 있기를 잘했다 싶었다. 반쯤 머리가 벗겨지고 수염이 거뭇거뭇한 60대 남자의 모습이 애잔했다. 공장에서 사원들에게 주는 조끼 같은 것을 걸치고 있었는데 가뜩이나 어두운 반 지하 불도 켜고 있지 않았다. 불청객 찾아와서 간만에 열린 현관문으로 비껴드는 빛에 슬며시 드러난 방에는 여기저기서 주워 모아온 고물, 재활용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반찬을 전해주면서 밥은 해드시냐 물었더니 한쪽 바닥에 놓인 전기밥솥을 가리켰다. 방안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오늘 초면이라 좀 더 친해지면 들어가리라 마음먹었다.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하고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어 감당 못할 말을 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제가 해결 못해도 교회와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에 이야기해서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긴요한 도움이 될까 합니다.”

2주가 지나서 다시 찾아가니 그에게 휴대전화가 생겼다며 번호를 알려줬다. 그동안 전화도 없었으니 필요한 것이 있었대도 내게 연락할 수 없었을텐데 생색만 내고 갔었던 것이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왔지만 필요한 것을 알아서 요청할 정도면 지금 이 모습은 아니겠다는 판단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울 마음이 있다면 찾아서 도와야한다. 내가 찾아갈 수 없으면 그 사람을 찾아가줄 다른 사람들에게라도 당부해야한다. 이음새에서 물이 방울져 떨어지는 보일러를 당장 고쳐야한다. 그길로 같이 나서서 동네 백반집 밥이라도 먹으면서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가족들과도 끊어진 휴대전화 주소록에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들 연락처 몇 개를 남겨주고 사용방법을 알려 줘야 한다. 걸어서 방문할 수 있는 가까운 교회와 연결해주고 싶은데 망설여지는 것은 왜인가? 성탄절 예배와 점심 애찬에 초대했더니 그건 싫으시단다. 사흘 정도 남았으니 그 사이에 오실 마음 있으면 차로 모시러 오겠다고도 했다.

“전에도 OO교회 다녔었는데요, 교통사고 난 뒤로 헌금 할 형편이 못되니 나오지 말래요.”

잠깐만!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교회가 정말 그랬을까 싶은 이야기인데 그 다음 한 마디가 더 웃긴다.

“그러더니 그 교회 얼마 안가서 문 닫았더라구요.”

헛웃음이 났지만 동네 목사 귀에는 ‘불친절한 음식배달업체 악성 댓글에 문 닫는 소리’처럼 들렸다. ‘교회 문 닫고 싶지 않으면 잘해라!’ 주의 음성치고는 상당히 거칠거칠했지만 교회 문 닫기 싫어서라도 가난한 성도들에게 신경써서 잘해야겠다.

뭐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손 놓고 있다가는 후회할 것 같다. 강압적 선의와 무관심한 존중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망설여질 때가 이만저만 아니다. 주제넘게 그 사람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것도 무례한 일이지만, 적합성 따지고만 있다가 바로 옆방에서 도사리고 있는 고독한 죽음이 그를 덮쳐올 것만 같은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만난지 두 달 지났다. 세 번의 만남이 있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보내준 업체가 방에 쌓여있던 쓰레기들을 모두 치웠지만 이내 다시 입구부터 쌓이기 시작했다. 오늘보니 성탄절 되기 전에 따뜻한 물은 나오겠다. 연말연시고 뭐고 빨리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가난한 사람들도 살만한 꽃피는 봄이 오면 나도 교회 폐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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