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맷 타이비 저자, 이순희 번역, 열린책들

해마다 성탄절 시즌이 되면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된다. 아마도 바쁘게 삶을 이어오느라 생각지도 못했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리는 구세군 모금냄비 소리에 반응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알건 모르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고, 한 번도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를 종교적인 시각으로 말해 보자면 신께서 우리에게 덕행을 쌓고, 선한 양심을 일깨우며, 하늘에 상급을 쌓으라고 우리 곁에 두신 거적을 두른 천사와도 같은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데 가난이라는 것을 그렇게 종교적인 낭만성의 측면에서, 혹은 누군가를 위한 덕행의 측면에서 해석하지 않고 실제 가난한 사람들이 처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서 파헤쳐 본다면 어떨까? 가난의 현실 때문에 그들이 받게 되는 불이익은 무엇일까? 오늘 소개하는 책은 가난의 현실이 죄가 되기 쉽다는 현실을 파헤친 책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한국사회에서 암묵적인 신빙성을 지니고 통용되는 구절로, 재벌 총수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죄를 지어도 법에 의해 처벌 받지 않고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혹은 약하게 처벌 받지만, 사회적 약자들은 자신이 벌인 일에 보다 철저하고도 엄격하게 처벌 받는 현실을 빗댄 표현이다.

오늘의 책은 미국 판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피력하는 책이다.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범죄율은 낮아지는 것에 비해, 수감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다. 늘어난 재소자들은 주로 흑인, 히스패닉 등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빈곤한 부류들로 한 마디로 돈 없는 이들이 감옥 가는 확률이 더 높아졌다는 의미다.

저자는 그 원인에 대해 미국의 사법 체계가 경제 논리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미국 사법부는 한정된 자원과 시간에 최대한 많은 송무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돈과 인맥으로 무장한 기업인이나 거대 기업들을 상대하려 하지 않으려 하고, 반면에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조차 없어 쉽게 처벌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잡아들인다는 것이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가난이 죄가 되고 처벌까지 받는다는 그의 주장을 현장감 넘치고 생생한 취재와 사례를 바탕으로 뒷받침 한다. 저자의 주장과 그에 대한 논거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주장에 동조하기 쉽고 가난한 사람들이 죄인까지 되는 비참한 현실에 분노하기 쉬운데, 이는 독자의 공분을 끌어내려는 화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저자의 주장을 따라 읽다가 공분하는 것이 과연 저자의 화법 때문일까? 아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의 현실이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미국 사회의 생생한 사례들에서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아니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어쩌면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공통적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성탄절기에 불어 닥친 세밑 한파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이웃들을 살피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의 책이 말하는 가난한 이들이 죄인까지 되기 쉬운 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며 가난의 문제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일도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