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서평>

나형석 교수(협성대)

새물결 모임은 영적이고 실천적이며 정책적 차원에서 감리회를 개혁하기 위해 2017년 6월 창천교회에서 결성되었습니다. 본서는 새물결이 그런 운동의 실천 과정 중 출판한 첫 저서라고 발간사는 밝히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참된 서평은 본서의 메세지가 다양한 독자들의 마음에 남기는 인상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짧은 서평에서 저 역시 수많은 독자들 중 한 사람으로서 본서가 제 마음에 일으킨 반응들을 정리해 여러분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서평 대신 질문자와 답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에 넘치는 피드백을 써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시간 관계 상 제가 느끼는 이 책의 가치 그리고 그것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나름의 제안 등을 제 서평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저는 예배학자이며 감리교 목회자이고 무엇보다도 감리교인으로서 이 책이 제게 남기고 간 느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우선 목차가 제게 호기심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감리교 회중과 목회자들로부터 다양한 신학적 영역에 해당되는 무려 20개의 질문과 답들이 백과사전식으로 나열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배학적 주제에만 갇혀 있던 제게는 더욱 그랬습니다. 모든 질문들은 정교하고 친절하게 분해되었고 답은 수식이나 기교없이 정갈하고 반듯하게 주어졌습니다. 하나같이 나름 매력적이라 제 시야를 지나가는 각각의 주제들이 마치 다양한 색과 맛을 지닌채 제 시선과 손길을 끌어대는 회전 초밥집의 초밥 접시들 같았습니다. 
이 정도 사전적 지식이라면 각 주제에 대한 충분한 안내의 기능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개인적으로 각 글의 말미에 주제에 따라서는  pro 와 con 으로 나누어 독자를 위해 책 한 두권 정도(further reading) 소개받았으면 생각도 들었습니다. 

2
예배학자로서 다양한 주제들을 접하면서 그것들의 예배적 함의가 무엇인가라는 도전적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반려동물에 대한 질문 앞에서 제게 떠오른 단어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말씀과 성례(세례와 성찬), 생애주기 예문, 안수목회 그리고 교회당의 구조. 아마 창조론과 구원론 그리고 종말론에 대한 조직신학적, 역사적 조명과 심리학적 접근 등이 모두 함께 있어야 반려동물에 대한 목회적 접근이 적절히 이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영역의 주제들이 서로를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적절한 주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은 여러 영역 간 간학문적, 다층적 콜라보 작업이 책의 내용으로 소개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학문은 나누지만 사실 삶과 목회적 현장은 늘 입체적이기 때문입니다.

3. 
이성이 구원을 가져다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거짓 걸림돌을 제거하고 위장을 벗기며 우상을 파괴하고 마귀화된 거룩을 부수는 하나님의 손에 들린 몽둥이와 채찍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를 회개의 자리, 가장자리, 하나님의 참된 질문 앞에 세우는 일까지는 하는 것으로 압니다. 보통 교회에서 이성에 근거한 질문은 믿음 부재의 병증으로 터부시되고 대부분의 질문은 믿음의 이름으로 길들여지고 허락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본서의 질문은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신 이성에 근거해 만들어진 질문들입니다. 양재훈 교수는 발간사에서 “궁금해서 질문했는데 오히려 고민과 궁금증만 가중시킨 듯 하다”며 그럼에도 그는 본서의 목적이 그런 과정을 거쳐 감리교인들을 “참된 고민”에 이르게 하려는데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책의 본질을 고민에로의 초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도에 깊이 동감하고 그것이 본서의 가치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상당히 성깔있고 대책없이 던져지는 돌 같은 질문도 있습니다. 오히려 더 큰 질문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그런 질문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길을 찾다”라는 책명은 길을 찾았다라는 뜻 보다는 “계속 찾고 있다”, “더욱 심각한 질문에 휘말려 든다”로 읽힙니다.
그런데 질문에는 절대적이지는 않아도 답은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한 예를 들어 수많은 사본들, 정경화 과정, 그 위험한 번역과정에 대한 역사적 이성적 분석은 성경무오설(축자영감설)의 거짓을 깨뜨렸지만 그래도 그것이 “성경이 신앙과 실천의 표준”이 된다는 감리회 교리적 선언의 성경이해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현재 우리가 가진 답 정도는 암시되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본서는 이 시대의 감리회 공동체의 실체를 양이나 규모 혹은 수와 같은 계량적 기준이 아니라 저들이 어떤 질문과 기도를 드렸고 어떤 대답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라는 신앙과 실천의 기준에서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본서는 감리교의 영적 지형을 보여주는 현재의 자화상으로서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감리회의 정체성을 담아낸 역사적 사료로서 그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의 출처를 넓혀 농촌, 도시, 교회 사이즈, 연령, 성에 따라 다양한 질문을 받고 그것에 대답해 보는 것도 현재 우리의 자화상을 책임있게 그려 나가고 후에는 우리의 믿음을 전승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5. 
본서는 20개의 질문을 다섯 개의 영역으로 분류했는데 결국은 신앙과 실천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물결 운동이 감리교의 영적 실천적 갱신 운동을 표방하고 실체적 변화를 의도한다면 이는 신앙과 실천에 대한 감리교의 영적 룰(헌법)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감리교 영적 공동체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교리와 장정에는 이런 신앙(교리적 선언 1930, 감리교선언 1997, 존 웨슬리의 표준설교, 찰스 웨슬리의 찬송시, 25개조 강령)과 실천(사회신경 1930, 1997)에 대한 기본 헌장이 소개되어있습니다. 사실 이미 필자들은 본인들이 다루는 주제들이 신앙과 실천에 관련된 신학적 주제임을 인식하고 그런 관련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새물결은 본서출판의 목적이 단지 대한민국의 기독교인 일반의 신학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감리회라는 역사적 신앙공동체를 갱신하는데 있는 한 자신들의 출판을 통해 다루는 모든 주제들과 답이 교리와 정정에 명시된 신앙과 실천의 룰에 대한 지속적 재해석 과정이라는 점을 어떤 식으로든 분명히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예를 들어 본서가 다루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답은 이미 부분적으로 혹은 함축적으로 1930년 1997년의 사회신경 주제들에 담겨있습니다. 그런 주제들에 대한 현재적 재해석 혹은 새로운 주제를 사회신경에 넣는 일들이 새물결이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그런식으로만 감리회가 새물결의 도움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목회자 서평>   

안 중 덕 목사
(샘터교회, 새물결 삼남연회 공동대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짠맛을 되찾게 하겠느냐? 짠맛을 잃은 소금은 아무 데도 쓸 데가 없으므로, 바깥에 내버려서 사람들이 짓밟을 뿐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세운 마을은 숨길 수 없다. ...이와 같이, 너희 빛을 사람에게 비추어서,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여라.”(마태복음 5:13, 14, 16/새번역)

  교회(敎會)라는 신앙공동체는 존재의 목적이 분명하다. 세상을 위해서다. 세상을 위한 소금과 빛, 즉 세상의 부패를 방지하고, 어두움에 갇힌 세상에 빛을 비추어 만물을 드러나게 하는 사명과 역할이 있다. 세상에서 정의와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교회는 맛을 잃었고, 빛을 잃었으며, 길을 잃었다. 오늘날 천하에 드러난 한국교회의 민낯이 이를 증명한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교회의 착한 행실을 보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오늘 교회의 모습은 이와 정반대에 놓여있다.
  교회는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매우 낯선 경험을 해야 했다. ‘예배 없는 교회, 교인 없는 예배’를 드렸다. 언택트(Untact) 상황과 뉴 노멀(New Normal)이 일상이 된 시대를 거치면서 교회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었다. 필연적으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은 강화되었고 교회의 신뢰는 추락하고 말았다. 더욱이 교회 안에 침투한 왜곡된 정보(가짜 뉴스)와 정치적 선동으로 공회로서의 교회는 기능을 상실하였고, 사회적 위기 속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교회의 본질은 훼손되었으며, 그리스도인은 선택적 복음과 표층적 신앙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급성장한 한국교회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기독교의 반지성주의와 주술적 신앙, 그리고 세속화와 기독교의 배타성이 표면으로 극명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포스트 코로나에 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 시작할 무렵 ‘감리회목회자모임 새물결’의 새로운 집행부가 ‘길을 찾다’라는 기획시리즈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적어도 한국교회와 교인들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겪어 온 혼돈과 혼란을 감안할 때, 이는 시도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교회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동안 누구도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옳은 길로 이끄는 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시대를 통찰하고 새로운 안목으로 길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그것이 ‘새물결’이어서 자랑스럽다.

  새물결 신학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개해 온 ‘길을 찾다’ 기획시리즈가 온라인에서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켜 오다가 최근 책으로 발간되었다. 온라인의 글과 달리 필요할 때마다 주제와 내용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이책의 각별한 기능을 고려할 때, 『길을 찾다』의 출간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책의 목차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듯이 전통적으로 기독교 안팎에서 제기되어 온 질문들과 최근 사회적으로나 교회를 중심으로 대두된 이슈에 관한 성경적, 신학적 해석과 신앙적 질문에 관한 해답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경에 관한 질문을 비롯한 교회와 목회, 신앙생활,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관련한 질문에 대한 총 21개의 꼭지를 다루고 있다. 특히 젠더 문제, 차별금지법 논쟁과 같은 민감한 질문과 반려동물, 기후 환경 문제 등 중요한 질문에 관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주제의 질문에 관해 길을 안내해 준 집필진의 면면을 보면 그 분야에서 오랜 연구와 활동해 온 이들이어서 믿고 읽게 된다. 다만 집필자에 대한 전이해가 없는 독자를 위해 책날개에 개별적으로 소개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길을 찾다』는 몇 가지 유의미한 함의가 있다. 첫째는 길을 잃은 교회를 위해 길을 묻고 길을 찾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점, 둘째는 현장에서 질문을 길어 올리고 전문인의 의미 있는 답변과 대안이 제시되었다는 점, 셋째는 계시와 이성, 신앙과 신학, 교회와 사회 등 균형 잡힌 신앙과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가진 특징을 정리해 보자면, 우선 신선한 기획과 시의적절한 의도를 들 수 있다. 교회다움을 상실해 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바람직하고 성경적인 길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시의적절하다. 특히 주제선정과 집필진의 선정, 질문과 응답의 형식으로 내용을 구성한 점에서 기획력이 돋보인다.
  다음으로는 각 주제에 관한 진술 방식의 다양성과 분량의 적정성을 들 수 있다. 집필자가 질문의 주제와 성격에 따라 각각 학문성과 현장성을 감안하여 진술한 점에서 독자를 배려하고 있으며, 주제의 경중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분량으로 전개하여 독자가 집중할 수 있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질문과 내용으로 구성된 것이다. 각 주제의 글이 기본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독자는 글의 내용과 구성을 쉽게 추론하게 되어 이독성(易讀性, readability)이 높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성급하게 편집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독성((可讀性) 좋지 않은 글씨체의 선정과 글씨 크기, 책의 내용과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 표지 그림, 책날개의 공백, 목차에서 각 제목에 번호가 빠진 것, 집필진에 대한 별지 소개가 없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다.
  다음으로는 내용 구성에서 ‘교회와 정치’에 관한 주제가 포함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 한 권의 책에 궁금한 내용과 주제를 모두 다룰 수 없지만 한국 교회의 정치적 편향성과 정치로 인한 교회의 분열, 교회를 가장한 일부 정치적 선동세력이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장의 목회자의 입장에서 이번에 출간된 『길을 찾다』는 매우 소중한 목회적 자원이 될 것이다. 목회자는 목회 현장에서 교인은 물론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질문에 적절한 응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설명과 응답, 그리고 이해를 시키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이와 관련한 문제에 접근하도록 도울 수 있는 기존의 적합한 자료를 구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교회가 길을 잃고, 선명한 대안도 없이 표류하거나 침몰해 가는 상황에서 올바른 길을 안내해 줄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길을 찾다』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다시 길을 묻게 하고, 새로운 길, 옳은 길을 찾아가도록 이끌어 주기에 충분하다.
  『길을 찾다』는 신앙공동체가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책이다. 독서를 통해 개인의 궁금증을 풀 수 있고, 학습 도서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인도자가 먼저 내용을 파악한 후 토론 질문을 제시하고 함께 나눈다면 공동체 의식과 성장의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여러 손길로 빚어진 『길을 찾다』가 감리교회를 넘어 길을 잃은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손에 들려져서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참된 그리스도인의 길로 인도하는 매개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