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법을 배우기> 시어도어 다이먼, 원성완, 민들레, 2017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태어나서 걷고 말하기를 배우고, 성장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기 역할을 찾기 위해 배우고, 성인이 되어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 배우고, 가정에나 사회 속에서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배움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역량을 키운다. 자본시장에서 역량강화(力量强化)는 소득증대와 연결된다. 한국사회에서 배움은 사회적 우위를 점하고 권력과 부를 소유할 수 있는 통로다. 그래서 학원가는 늘 북새통이다. ‘배우다’는 말은 어떤 물건에 물이 배어들게 하는 인위적 행위다. 한국사회에서 지식과 기술은 객관적 사물, 물체로 여겨진다. 사람이란 박스에 지식이나 기술이란 내용물을 집어넣는 행위를 배움(암기)이나 교육(주입)으로 생각한다. 

잘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시어도어 다이먼’의 <배우는 법을 배우기>란 책을 들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이렇게 말한다. 

“나는 수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쓰기, 말하기, 공잡기와 같은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느라 애쓰지만 거기에 필요한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배움과 가르침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배움은 의식적 행동이지만 의식, 즉 생각하기 전에 배우는 행위로 뛰어드는 점을 배움의 악습으로 지적한다. 공받기를 생각해보자. 공을 받기 위해서는 공이 날아오는 방향과 궤적을 파악한 후 받아야 한다. 공받기에 집중하느라 공의 움직임을 읽지 못하면 공받기에 실패한다. 배우기 위해서는 늘 하던 방식대로 행하는 것을 멈추고 배움의 과정을 의식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기계적 반복이 아닌 배움의 과정에 자신의 통찰과 이해, 지성을 적용하라고 충고한다.

배움을 단지 습득의 차원으로 이해하는 한국사회에서 적용하기 힘든 말이다. 우리의 교육은 정답을 암기하고 답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위계를 만들어 질문없는 사회, 순종적 인간을 만들고 있다. 배우는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기계적 암기와 주입으로 얻은 외적 성취는 배움의 척도가 될 수 없고 이런 배움이 지배하는 사회는 악의 평범성을 낳고 학습의 가치를 기교나 경쟁력으로 만들 뿐이다. 오늘 우리사회의 혼란과 갈등은 어쩌면 참된 배움을 상실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배움은 산의 정상을 나 홀로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산을 오르면서 자연과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며 배움을 통해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우주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가운데 나답게 자신을 가꾸는 행위다. 이런 배움이 우리 사회에 상식이 되고 실현되길 기대하며 저자의 마지막 말은 옮긴다.

“그저 무언가를 제대로 하려고 애만 쓰는 방식으로 배우는 것은 결코 교육적인 경험이 아니며 스스로를 기계적이고 우둔하게 만드는 과정일 뿐이다. 반면 배움이 목표에 이르는 수단을 ‘지성적으로’ 갈고 닦는 것일 때 배움은 참된 교육적 과정이 된다. 우리는 이를 통해 단지 기술의 향상과 숙달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원영 목사(예장통합총회농촌선교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