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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우리에게더 힘차게 호흡하고 달리고 헤엄치고 깊게 침잠하고 사유하고 성찰할 일이다.
김홍섭  |  iho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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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12월 05일 (월) 22:40:20
최종편집 : 2022년 12월 08일 (목) 02:47:32 [조회수 :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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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풍경

겨울은 춥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와 장갑을 끼게 한다. 가을 낙엽들이 길에 딩굴고 더러는 모퉁이에 쌓여 있다. 산에는 아직 남은 단풍들이 선연한 빛깔을 남기며 벗은 나뭇가지 사이에 시간의 볕에 조올고 있다.

겨울은 어디 먼 곳에서 전설처럼 소식들이 바람으로 들려와 오랜 옛날 이야기를 전한다. 어린 시절의 겨울은 추위 속에서도 바쁘고 신나는 시간이다. 연날리기, 딱지치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한 움쿰 딱지를 껴안고 집에 들어오면 큰 부자가 된 듯이 즐겁고 가슴 벅차다. 언덕 밑에서 군불을 떼며 두런두런 친구들과 신나는 얘기를 나누면 어느덧 겨울날이 이울고, 마을 공터에서 팽이치기와 수숫대를 이용한 활쏘기 등으로 마을 공간은 오히려 부족하다. 벼를 베어낸 논에 보리를 심으면 배어낸 모들의 뿌리들이 엉켜있는 모폭지를 들고 던지며 진영을 나누어 싸우는 놀이는 눈싸움과 같이 겨울의 중요한 놀이거리이다. 저녁에는 불놀이와 언덕에 불태우기는 추운 겨울에 뜨뜻한 겨울나기로 안성맞춤이다. 물 담아 놓은 논이나 웅덩이에서 썰매타기는 추울수록 재미있는 동네 놀이다. 저문 줄 모르고 노는 재미도 멀리서 부르시는 할머니, 어머니의 소리에 아쉬운 듯 집으로 향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집안에서 어머니가 구워 놓으신 고구마나 옥수수는 감칠 맛난다. 화롯불에 밤 구워 먹기는 늘상 있지 않는 겨울재미다,

오늘날 우리의 겨울은 지역마다 보다 체계화된 다양한 놀이와 축제들이 있다. 눈썰매타기, 빙어낚시 대회, 개울 물고기 잡기 등 동심을 부르는 많은 놀이들이 있다. 특히 동지나 설날, 대보름 등 명절에는 특유의 다양한 놀이와 음식으로 온 가족이 즐거워지고 이웃과의 돈독한 정을 주고받는 풍습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기도하다. 청년들은 대보름의 불 싸움과 나무하고 12그릇 찰밥 먹기 등으로 힘자랑을 하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참새 사냥이나 꿩 사냥 등으로 소일하며 마을 사람들 끼리 윷놀이, 화투놀이도 하곤 한다.

오늘 날의 겨울은 문명의 발전으로 조금씩 변화되어 가고 있다. 어른이 되어도 겨울은 움추려들기 쉬운 마음을 자극하는 호기심이 일어나게 된다. 시원한 겨울바람을 맞고 싶기도 하고, 자동차나 기차로 겨울 명소를 찾아 고즈넉한 카페나 숙소에 하룻밤 먹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다. 시원한 수정과나 식혜는 겨울의 깊고 정결한 맛을 전해준다. 쫄깃한 인절미와 겨울 밤하늘에 울리는 찹쌀떡 장수의 정겨운 목소리에 겨울밤은 깊어간다.

유년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겨울은 우리에게 진한 서정과 추억이 얽힌 예술로 깊이와 정감을 더해 간다. 정지용의 <향수>는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로 겨울의 그립고 아릿한 정경을 우리 뇌리에서 되새기게 한다. 김재호 시, 이수인 곡의 <고향의 노래>도 “국화꽃 져 버린 겨울 뜨락에/창 열면 하얗게 뭇서리 내리고/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라고 노래하며 아름다운 선율로 고향 겨울의 깊고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추위는 더 맹위를 떨치고 소설, 대설과 소한, 대한의 깊은 겨울의 골짜기로 내려갈 것이다. 마른 가지에 눈보라 치고 겨울밤의 달빛도 더 차갑고 대지의 기운도 열어 얼음과 침잠의 시간이 깊어질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더 춥고 외로워질 수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고 긴 겨울여행을 떠나는 <겨울 나그네> (Winterreise)의 슬프고 외로운 노래처럼 겨울은 우리로 하여금 깊은 고독과 심오한 성찰을 갖게 한다. 내면의 깊은 명상을 통한 명징한 깨달음과 옹골찬 저항의 정신을 만나게 된다. 동토의 땅에도 깊은 호흡과 기다림이 있고, 얼음장 밑에서 겨울을 나는 물고기들의 낮은 숨소리와 더 튼실하게 뿌리 내리며 단단해져 가는 나무들과 구근들의 견고한 탐험들은 화사한 새 봄을 묵묵히 준비하고 있다. 더구나 매서운 바람과 냉기의 추운 동천에도 태연히 겨울잠을 자는 짐승들과 곤충과 생물들의 끈질긴 생명력이라니! 북극의 심해를 헤엄치는 혹등고래와 얼어붙은 툰드라를 거친 숨과 콧김을 안개처럼 품어 올리며 달리는 순록 떼들의 힘찬 달음질을 바라볼 일이다. 이 겨울은 우리 더 힘차게 호흡하고 달리고 헤엄치고 동시에 깊게 침잠하고 사유하고 성찰할 일이다.

 

< 겨울 강변에서>

김홍섭 시인

우리는 지금 저 겨울로 나갈 일이다.

저 동토의 들판에 찬바람과 맞서

긴 호흡을 하며 저 바이칼 건너, 흥안령

넘어 온 순수와 맞다을 일이다.

 

아무르강, 흑룡강 건너 백두산 두만강 압록강 건너

개마고원 넘어온 저 차디찬 순수를 호흡할 일이다.

우리 영혼을 차디찬 각성과 날선 칼날로 곧추 세울 일이다.

 

이 얼어붙은 겨울은 만상이 땅속에서 자라 크고 뿌리 내리고 살지는,

꽃피우고 잎새 내고 가지 뻗어

마침내 열매 맺는 원초의 본능이리니

그 깊은 심연은 높은 비상의 뿌리이리니.

만상을 덮는 숲의 깊은 심연이리니

 

인동의 오늘은 우리의 기쁨,

함묵의 시간은 검은 자유의 바다,

무와 허적의 공간은 존재의 어머니이리니

 

우리 다시 겨울 강물의 깊 푸른 흐름을 바라보자

아니 그 차디찬 고독에 뛰어들어 힘차게 헤엄치는

가물치 잉어 같이 거슬러 오르자.

 

쉬지 않고 달리는 참치 같이

북극 심해 헤엄치는 혹등고래 같이 바다로 달리자

차서 더 명징한 바다와 동천(冬天)을 날아오르자.

 

추운 얼음의 오늘은 순풍과 새싹의 시작이리니

시베리아 건너 온 삭풍은

곧 꽃 만개한 들판, 풀종다리 작은 노래이리니

모천을 오가는 연어 떼

대양을 거슬러 헤엄쳐 온 고래 떼들의 군무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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