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음성을 듣고 문을 여는 게 ‘영접 구원’인가?

한국 개신교 선교단체 중 하나인 ‘한국대학생선교회〈CCC〉’는 1950년대 미국의 신복음주의자인 빌 브라이트가 창시하였다. 우리나라에는 1958년에 김준곤 목사가 소개하였다. 이 선교회는 1980년 ‘세계복음화 대성회’와 1995년 ‘세계선교대회’ 등을 통해 한국 교회의 제자화 운동과 영적 부흥에 기여해 왔다고 한다. 또 이 선교회는 보다 효과적인 복음 사역을 위해 ‘4영리’를 통한 개인 전도가 특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198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개신교의 수많은 전도단체나 교회들이 사영리를 이용해 전도를 해 왔다.

사영리(四靈理)란 한국대학생선교회에서 만든 복음 전도용 소책자이다. 이 사영리는 4가지 영적인 원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네 번째 원리는, 구원받지 못한 불신자가 개인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영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사용하는 성경 구절이 요한계시록 3장 20절인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어라”는 말씀이다. 이렇게 하여 상대방의 권유에 따라, 각자가 마음 문을 열고 예수님을 영접하면 구원을 받는다고 권유할 때 이 말씀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계3:20의 말씀은 구원받은 교회 신자들을 위한 말씀이지, 구원받지 않은 불신자를 대상으로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권유하기 위한 말씀이 아니다.

- 여기서는 계3:20과 관련하여 이 말씀이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요한계시록 3장 14-22의 말씀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14절: 라오디게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

19절: 무릇 내가 사랑하는 자를 책망하여 징계하노니 그러므로 네가 열심을 내라 회개하라

20절: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22절: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한글개역개정성경)

본문은, 예수님께서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당시 라오디게아 교회는 교만과 무지, 자기 만족과 세상 속에 안주함이 특징적으로 나타나 있는 교회였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배도하는 교회를 떠나, 명목상의 교회인 라오디게아 교회 밖에 서서, 신자들로 하여금 그분 자신과의 교제 가운데로 나아오라고, 각 신자들 개인의 마음 문을 두드리시며 초청하고 계신다.

위의 본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4절에서 사도 요한은 라오디게아의 지역 교회에 편지를 보냈음을 알 수 있다. 또 22절에서 성령님께서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임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계3:14-22 말씀 내용은, 예수님께서 라오디게아 교회의 성도들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또 19절에서 보듯이, 예수님은 라오디게아 성도들을 책망하고 징계하신다고 했고, 이어서 그들에게 열심을 내고 회개하라고 촉구하신다. 그리고 20절에서, 예수님은 라오디게아 교회 성도들에게 각 개인의 마음 문을 두드리시고, 또 함께 음식을 나누고자 하시면서, 예수님과의 교제 가운데로 나아오라고 초청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말씀들을 불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복음 전도의 본문으로 사용하거나, 목사들이 강단에서 구원받지 못한 자들에게 예수님을 구세주로 영접하라고 요청할 때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본문 내용은 구원받지 못한 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특히 20절에 “내가(예수님)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이라고 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을 영접할 것인가’라든지, 또 예수님이 문을 두드리고 계시므로, ‘예수님을 믿으라고 두드리는 것’이 아니다. 이 말씀은 앞서 언급했듯이, 잘못을 저지른 라오디게아 성도들에게 회개를 촉구하고, 이후에 그들과 함께 진정한 영적인 교제를 나누자는 말씀이다.

그런데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계3:20 말씀을 ‘복음 전도’의 본문으로 사용해 왔다. 어떤 설교자들은 본문을 가지고 말씀을 전하면서, 예수님에 대해, 그분은 문 밖에 서서 당신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서 ‘제발 문을 좀 열어다오 네가 열어주어야만 내가 들어갈 수 있단다’라고 했다. 또 ‘문을 여는 손잡이는 안쪽에만 있기 때문에, 바깥에서는 문을 열 수 없고 안쪽에서 문을 열어 주어야만 그분이 들어올 수 있다’라고 설교를 해 왔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무디 성경 주석」 책에는, 요한계시록 3장 20절의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즉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이라는 말씀을 라오디게아 교회의 성도들에게 해당하는 말씀임을 망각하고, 구원받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복음 전도의 초대로 해석하고 적용한다면, 이것은 ‘말씀의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라고 했다. 말하자면 「무디 성경 주석」 책은, 수많은 사람들이 본문 말씀의 배경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복음 전도용으로 잘못 인용하고 적용해 왔다고 지적한 것이다. 당시 「무디 성경 주석」 책의 집필자들은, 이 책을 집필할 당시 실제로 수많은 개신교인들이 본문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신약성경 요한복음 1장 11절에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라고 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세상에 오셨을 때, 그분은 자기 백성들에게 메시아로 그분 자신을 제시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그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요한복음 1장 12절에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라고 했다. 이 구절은, 분명하게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는가를 말씀하고 있다. 이는 누구든지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 곧 그분의 이름을 믿는 것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말씀이다. 이것은 인간의 선행과 율법을 지키거나, 교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나, 교회를 위해 충성을 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요1:12 말씀처럼, 단지 믿음으로 예수님을 구원자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복음 전도와 관련된 성경 말씀으로써, “마음으로 예수님을 구원자로 영접하는 성경 구절은, 요한복음 1장 12절의 말씀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요한계시록 3장 20절 말씀은 복음 전도와는 무관하며, 상술한 바와 같이 라오디게아 교회 내에서 징계와 책망을 받아야 할 성도들에 해당하는 말씀이다. 그리고 이 말씀을 신약시대에 적용한다고 하면, 구원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적용해서는 안 되며, 라오디게아 교회처럼 잘못을 회개하지 않는 교회 성도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신약성경 마태복음 14장 30절에 “베드로가 바람을 보고 무서워 빠져 가는지라 소리 질러 이르되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했다. 이 말씀은 바다 위를 걷다가 물에 빠진 베드로가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다. 여기 나오는 ‘구원’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물에 빠진 육체의 구원’을 뜻한다. 그런데 앞뒤 문맥을 무시하고 베드로가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했으므로 이 구원을 ‘죄로부터의 구원’이라고 해석한다면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앞뒤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며, 문맥 안에서 특정 부분만 뽑아낸 잘못된 해석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요한계시록 3장 20절 말씀, 즉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의 구절도 라오디게아 교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불신자를 위한 영접 기도로 사용한다면 이것은 전체 문맥 안에서 특정 부분만 뽑아낸 잘못된 해석이다. 이것은 앞의 마14:30의 베드로가 물에 빠져 ‘나를 구원하소서’를 앞뒤 문맥을 무시하고 ‘죄로부터의 구원’이라고 해석하며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대학생선교회’에서 만든 4영리라는 소책자는 계3:20 말씀을 잘못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이 선교회의 영적 수준이 하수(下手)임을 드러낸 셈이 된 것이다. 또한 이 내용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사용해 온 한국 교회와 또 수많은 전도 단체들의 영적 수준도 한국대학생선교회처럼 저급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성경 말씀을 잘못 읽고 해석하며, 또 잘못 적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뒤 문맥이나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적용한 것이 문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독교 이단이나 사이비들은 그들의 사용 목적에 따라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성경 구절 속에 들어 있는 앞뒤 문맥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성경 해석은 전체 문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다는 말인데, 이것을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앞뒤 문맥을 잘 살피면서 성경을 제대로 읽으면 그 말씀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성경 해석’에 관한 무지로 인하여, 엉터리 설교자들의 그릇된 성경 해석에 속아 많은 피해를 입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깨어있는 신자들은 성경 해석에 있어서 여러 참고서적과 건전한 성경 주석의 영향으로, 올바른 성경 해석에 대한 영적인 눈이 뜨여 잘못된 해석에 쉽사리 속지 않는다. 따라서 서두 부분에 제시한 본문 내용도, 적지 않은 신자들이 이 구절이 복음 전도 시의 영접 기도에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교인들은 여전히 엉터리 설교자들에게 세뇌되어 그릇된 해석과 설교를 그대로 믿고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일반 기독교 신자들은 이런 엉터리 설교자들에게 속아서는 안 되며, 또 깨어 있는 신자들은 엉터리 설교자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