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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우리, 함께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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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12월 04일 (일) 00:04:44
최종편집 : 2022년 12월 04일 (일) 00:05:22 [조회수 :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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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전체 인력 중 37%에 이르는 정리해고에 반발하여 공장을 점거해 77일 동안 농성 중이었다. 마침내 8월 4-5일, 경찰특공대와 기동대는 이들을 진압했는데, 축구장만큼 넓은 공장 지붕 위를 달리며 마치 토끼몰이하듯 노동자를 향해 무자비하게 진압봉을 휘두르던 장면은 고스란히 TV 방송을 탔다.

공장 위로 낮게 날던 경찰 헬기는 웅장한 소리와 함께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노동자들을 위협하였다. 헬기에서 최루액 봉지를 던지던 경찰의 모습이 흡사 베트남 전쟁영화 플래툰에서 보았던 모습과 중첩되면서 전쟁을 연상 시켰다. 제 국민을 상대로 전쟁판을 벌인 경찰은 이후 당시 사용했던 경찰 헬기 수리비용을 쌍용차 노조에게 떠넘겼다. 그 액수가 이자에 이자를 붙여 무려 30억 원이다.

대법원 판결이 의미 있다는 것은 13년 전 경찰진압에 대한 법적 평가 부분이다. 판결문은 진압과정에서 방법과 장비 사용은 경찰 재량이라고 전제하면서, 다만 “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장비를 사용해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경찰 직무수행은 위법”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생명·신체 위해를 면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직접 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 장비를 손상시켰다면 이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 대법원은 헬기 수리비 손해배상 의무에 대해 쌍용차 노조에게 면죄부를 주는 한편, 정부의 무리한 강제진압을 정죄한 셈이다. ‘불법 진압에 대한 정당한 방위’라는 최종심 판결이 나기까지 무려 6년 5개월이 걸렸다. 쌍용차의 경우, 13년 동안 해고 노동자 30여 명이 계속 자살하는 등 국민적 반향이 매우 컸다.

쌍용차처럼 여전히 크고 작은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여기저기에서 진행 중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노란봉투법’ 제정 시도는 13년 전의 현실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하여 강제로 업무개시명령을 하는 정부의 입장을 보면, 이를 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손해배상 소송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사실 트럭의 주인인 그들이 손해와 위험을 감수하면서 운송을 거부한 것을 불법파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 열흘 가까운 시간은 전국에서 물류와 유통이 멈춰 서면서 동네 주유소와 건설 현장, 수출입 항만에 이르기까지 물류 노동의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안심운임제를 요구하는 물류노동자들의 안전은 국민 모두의 안전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1일, NCCK 인권센터는 올해의 인권상을 수여하였다. 2022년으로 36년 째 계속 해 온 일이다. 올해의 인권상의 주인공은 김혜진 님이다. 그이는 20년 동안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 갈등의 현장에 참여하여 정의로운 중재자로서 활동하였다. 그가 책임 맡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2002년 이래 우리 사회의 모순과 환부를 외면하지 않고 비정규직노동자의 삶, 건강한 노동, 국민의 안전과 생명 등을 위해 애썼다. 듣자니 한 여성의 헌신의 무게에 비해 인권상은 너무 작고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혜진 님은 인사말에서 “변화의 힘을 믿기 때문에.. 그 믿음으로 이 일을 계속한다”고 하였다. 누구나 김혜진은 될 수 없다. 비록 거리로 나서 어깨동무할 수는 없어도, 그럼에도 그들이 처한 응급상황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일, 고통받는 현실에 마음으로 다가가 응원하는 일은 더없는 힘이 될 것이다. 이는 갈등의 틈을 좁히고, 이해의 간격을 넓히는 일에 참여하는 일이다. 지금도 다양한 처지에서 천부적 인권과 사회적 인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실핏줄처럼 연결되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생기와 생명을 주고 있다.

고난모임은 2012년 11월부터 찾아가는 거리기도회를 시작하였다. 대한문 앞 쌍용차 단식농성현장에서 연 첫 예배부터 2022년 2월, 청와대 앞 스텔리데이지호 가족과 함께 하는 기도회까지 꼭 100회를 맞았다. 물론 지금도 거리에서 울부짖는 이웃의 아픔이 있는 한 거리기도회는 계속될 것이다. 내일 저녁에 열리는 ‘2022 고난함께 후원의 밤’의 주제는 “고난, 우리, 함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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