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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풍성한 광장시장 고향 손칼국수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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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11월 29일 (화) 21:57:57 [조회수 : 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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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종로5가에 있는 광장시장을 찾은 적이 있다. 이전에도 몇 번 가본 적이 있었지만 가족들과 모두 함께 간 적은 처음이다. 먹거리가 풍부한 시장답게 그날도 예전처럼 사람들로 가득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피해 지나다니면서 보이는 수많은 음식들의 모습이 낯설고 신기했다. 

광장시장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광장시장은 1904년 을사보호조약 체결 후 일제가 화폐정리사업을 단행하면서 조선 상인의 기반을 흔들자 일본의 경제 침략에 맞서 국권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김종한 외 3인이 토지와 현금 10만원을 기반으로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상설 시장이다. 조선 상인들이 1905년 7월에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일본인들이 경영권을 행사하던 다른 시장과 달리 광장주식회사가 운영하던 동대문시장은 순수 조선 자본을 바탕으로 한 조선인 시장의 명백을 꿋꿋이 지켰다. 

종로 4가와 예지동 일대에 자리 잡은 베오개(이현梨峴)시장은 조선후기 서울의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1905년 한성부 시장개설 허가를 낼 당시에는 동대문시장으로 명칭을 정하였으나 1960년대 이후에는 ‘광장시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원래 청계천 3, 4가에 있던 광교(너른 다리)와 장교(긴 다리) 사이에 있다고 하여 첫머리를 따서 “광장(廣長)시장”이라 이름 지었다. 두 다리 사이를 복개하여 만들려고 했지만 당시 토목 기술로는 큰 비를 견디지 못하여 배오개로 터를 다시 잡았고 이후에는 한글 발음 “그대로 널리 모아 간직한다“는 뜻을 담아 현재의 광장(廣藏)시장”이 되었다.

광장시장에는 정말 다양한 메뉴들이 있다. 육회, 빈대떡, 잔치국수, 김밥, 떡볶이, 오뎅을 비롯한 분식, 횟집과 매운탕집, 만두와 칼국수집, 다양한 전, 호떡과 샌드위치, 팥죽과 호박죽, 잡채, 비빔밥과 요즘 보기 힘든 수구레국밥집도 있었다. 어떤 곳은 이름난 가게인지 줄을 길게 늘어선 집도 있었다. 광장시장에서 탄생한 음식이 있다면 마약김밥이라 불리는 꼬마김밥이다. 마약김밥은 현재 전국에서 판매되지만 광장시장이 최초 발생지이다. 단무지와 당근을 넣어 참기름을 바른 꼬마김밥을 겨자소스를 찍어 먹으면 코끝이 찡하고 톡 쏘는 맛이 강렬해서 중독을 부른다 하여 마약김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 가족은 전체 한 바퀴를 구경하면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떡볶이와 김밥과 오뎅을 파는 매장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빈자리가 난 곳을 찾아 앉은 것이다. 떡볶이와 오뎅,  마약김밥과 우뭇가사리를 주문했다. 다 먹고 난 뒤 한 번 더 자리를 옮겼다. 두 번째 장소는 넷플릭스 “길 위의 셰프들”편에 나온 ‘고향 손칼국수’집이다. 전 세계 1700만 명이 보고 있는 넷플릭스에 나왔으니 광장시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노점이다. 나도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사실 이 집을 찾아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지나가다 보니 넷플릭스에 출연한 사진을 크게 홍보하고 있어서 호기심에 간 것이다. 유명한 만큼 20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다른 집보다 공간도 2-3배 크고 일하시는 분들도 다섯분이나 있었다. 

“길 위의 셰프들”에 출연한 분은 “조윤선”이라는 이름의 여사장님이다. 다큐에서 소개된 그녀는 남편이 과거 자동차 부품대리점 사업을 하다 빚을 많이 지고 망한 후에, 친정어머니께서 전수해주신 칼국수음식을 가지고 광장시장 골목에서 자리를 잡았다. 시장사람들의 시샘과 텃새를 극복하고 열심히 장사를 하여 결국 빚을 다 갚고 아들을 포시즌스 호텔 중식당 쉐프로 키워냈다. 

메뉴로는 손칼국수, 만두칼국수, 수제비, 만두수제비, 칼제비, 잔치국수, 냉면, 떡국, 떡만두국, 만두국, 손만두는 고기만두와 김치만두가 있다. 우리 세 식구는 수제비와 손칼국수, 그리고 손만두를 시켰다. 가격은 6-7000원씩이다. 밑반찬으로는 김치와 열무김치, 그리고 만두를 찍어먹는 소스로 송송 썰은 파가 섞인 양념장이 나왔다. 칼국수는 나무도마에서 투박하게 칼로 썰어낸 약간 두꺼운 면발인데 식감이 부드러우면서 쫄깃했다. 육수도 멸치와 새우로 국물을 내어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감자도 들어있고 김가루와 호박고명도 올려져 있다. 옛스러운 시장스타일 손칼국수이다. 수제비도 같은 국물에 같은 반죽을 써서 비슷한 느낌이다. 한쪽에서 계속 빚고 있는 만두는 바로 바로 삶아 꺼내놓는다. 

가격대비 괜찮은 맛이지만 솔직히 정말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동네 내가 잘 가는 음식점의 만두와 칼국수가 훨씬 맛있다. 하지만 이 음식은 그냥 맛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여겨졌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전쟁터와 같은 시장속에서 가슴속에 한을 꾹꾹 누르며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쳤던 한 여인의 고달픈 삶이 빚어낸 특별한 맛이기 때문이다. 다큐에서 “삶은 이렇게도 고단하기도, 보람되기도 하구나”하는 여사장님의 독백이 자꾸 떠오른다. 

광장시장의 전체적인 평가를 하자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꼭 한번 가보면 좋을 듯 한 한국전통시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한국의 먹거리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고 먹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 자체로만 냉정히 평가하자면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음식가격도 비싸지는 않지만 결코 저렴하지도 않다. 혹시 차를 가지고 가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한 시간에 만 원 정도 되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좁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음식을 내 주는데 깨끗한 위생 상태를 기대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생동감 넘치는 삶의 치열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장 감성을 경험할 수 있기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분들은 꼭 한번 가볼만한 시장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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