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김은섭 지음, 나무발전소. 2020년 10월 31일 출간

목사로써 살아가며 해야 할 일 중에 하나가 아픈 성도들을 위로하는 일이다. 진단과 치료법이 명확한 질병에 대해서는 낙심하거나 두려워 말고 힘과 용기를 내서 치료의 과정을 잘 견디라며 기도하지만 그다지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치료의 과정을 잘 따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치병에 걸린 성도들, 그 중에서도 암에 걸린 환우들이다. 오늘날 암은 정형화 된 치료법이 있기 때문에 불치병이라 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암의 종류에 따라, 도 연수에 따라 생존율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아직도 난치병이라 불리고, 실제 어렵게 치료 받다가 원하는 대로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불치는 아니지만 난치, 즉 치료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암 환자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은 항상 무겁다. 특히 암에 걸린 성도들을 바라보는 목사의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시선은 흔들린다. 믿음이 주는 소망이 있지만 그래도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암 환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목회하면서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는 암 환자들을 비롯한 난치 및 불치병 환우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공감하려 할 때 좋은 안내가 될 수 있는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이다. 제목부터 매우 직관적인 이 책은 난치 및 불치병에 걸린 사람의 심정을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사람이 죽을병으로 아프면 무슨 생각이 날까? 자기에게 집중할 것 같은데 뜻 밖에도 가족들 걱정부터 하게 된다고 한다. 하기야 죽을병을 앓고 있는 그 순간에 나만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참 쓸쓸할 것 같지 않은가? 내가 걱정해야 하고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살아갈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죽음을 인식하면 본질만 남는다는 잡스의 말처럼 매일 반복되는 괴롭고 힘든 회복 과정을 겪다 보면 이제껏 중요하게 생각했던 세상의 것들이 사실은 별것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신기하게도 환자가 되면 큰 바람은 없다.”

“금쪽같은 주말 저녁시간에 교통지옥을 뚫고 꾸역꾸역 와주었다.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아픈 나를 보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나는 당연히 감동하고 고마워해야 마땅하다. 마음은 그랬다. 그런데 바깥세상의 차디찬 냉기를 품은 멋들어진 코트와 도톰한 파커를 입은 지인들을 보자, 나조차 당황스럽게도 내 심사는 ‘확~’ 틀어져버렸다.”

필자의 경험 상, 암에 걸린 환자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공감이 가는 글들이다. 난치 혹은 불치병에 걸려 몸이 아프면 마음도 같이 아프고 힘들어 세상과 자신을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보기 어렵다는 것과 변화무쌍한 심리 및 감정 상태를 잘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만약에?”였다. 만약 내가 암에 걸린다면, “만약 내가 불치 혹은 난치병에 걸린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런 질문들 속에 환우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필자 같은 목사를 비롯하여 환우들을 만나는 이들, 또 불치 혹은 난치병에 걸린 당사자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