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의 교리이든지 기독교의 교리이려면, 우선, 보편적인 세계기독교 공동체가 함께 고백할 수 있는 기독교신앙의 본질을 기본 바탕으로 포함해야 할 것입니다.

<교리적 선언>은 그 밑에 튼튼한 반석처럼 놓여야할 기독교신앙의 기초를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성서, 은혜, 교회, 하나님 나라, 종말론에 대한 신앙고백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 8가지 바탕이 되는 조항위에 조선감리교회의 신앙고백의 집을 지었습니다.

하나님에 관해서는 1조에서, 온 우주 만물의 창조자요 역사의 섭리자며 전 인류의 아버지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주만물의 출생과 “있음”이 어쩌다 “우연”하게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믿는 창조신앙과, 인류역사, 또한, 우연이나 자체의 필연법칙이나 단순히 인간의 이성과 행동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하나님의 깊고 높고 넓은 섭리가 있다고 믿는 섭리신앙 입니다.

바로 이 하나님이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저 멀리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인간과 인격적인 아버지의 관계를 맺는다고 믿는 인격신앙과, 하나님이 여럿이 있는 다신론이 아니라 한 분뿐이라고 믿는 유일신 신앙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감리교회의 3대 원칙으로 볼 때, 아쉬운 것은, 비록 “모든 선과 의와 사랑과 진리의 근원”으로서 하나님을 고백하고 있지만, 이 기독교의 바탕이 되는 보편적 신앙고백을 그 깊고 넓은 범위 안에서 유기적으로 한국적인 신앙고백의 차원으로 연결시키는 표현이 없다는 점입니다.

가령, 하나님이 우주만물의 창조자요 섭리자라고 고백한다면,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 그 활동과 영향 범위 안에 우리 민족의 터전과 역사와 문화를 구체적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이 있을법한데,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해서는 2조에서,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태어난 성육신과, 인간 죄의 대속자와, 더 나아가 세상의 구세주로 고백하고 있다.

예수는 초대교회의 가현설(Donasticism)의 주장처럼 하나님의 ‘환영’도 아니고 에비오니즘(Ebionism)처럼 ‘선택’된 자만도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몸으로 역사 속에 왔다고 믿는 성육신 신앙과, 인류를 죄에서 구원했다고 믿는 구속신앙과, 더 크게 전 세계의 구원자라고 믿는 구세주신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기독교회 전체가 공동으로 고백할 수 있는 기독교 신앙의 보편적인 바탕이었습니다. 여기에다가 교리적 선언은 당시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조선인들의 생명을 구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된 예수 그리스도 신앙의 새로운 해석을 덧붙였는데, 그것이 곧 우리 삶의 ‘스승’과 ‘모범’으로서의 그리스도였습니다.

성령에 관해서는 3조에서, 삼위일체론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성령의 존재론적인 본질이나 위치보다는 인간과 함께 있으면서 우리의 고통을 위로하고 새로운 삶의 힘을 주며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성령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어 신앙고백하고 있습니다.

성령을 우리 인생의 참여자와 동반자와 위로자 인도자로 믿고 있는 것입니다. 이점은, 사실, 한국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는 대목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 기독교인들이 초기부터 생생하게 경험해온 성령은 구한말과 일제식민지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오면서 뼈저리게 겪은 가난하고 험난하고 고통스러웠던 역경의 삶 속에 함께 동행 하며 새로운 힘과 위로를 주는 성령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점은 어떤 제한된 시대와 장소나 인간 사고의 유한한 벽에 갇히지 않고 자유 하여 “언제 어디서나 구원을 위해 역사하는 하나님 영”의 활동과 조선 땅이나 문화나 역사의 행로를 유기적으로 관련시켜 표현하는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은혜에 관해서는 4조에서, 우리 죄를 용서할 뿐만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 계속 함께 하는 충분한 은총을 믿는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의인화”와 “성화”의 온전하고 충분한 구원의 삶을 강조하는 감리교회 구원신학을 나타내는 대목이기도 한데, 기도와 사랑의 경건생활을 통해 기독교인의 성화와 완전의 삶으로 이끄는 하나님의 지속적이고 넉넉한 은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서에 관해서는 5조에서, 구약과 신약을 신앙과 실천의 충분한 표준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성서는 기독교인이 거기서 구원의 말씀과 삶의 가르침과 신학의 영감을 얻어야 하는 교회의 영적 샘이요 믿음의 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성서의 진리 내용을 어떤 관점에서 올바르게 파악하여 어떻게 건강한 해석을 할 수 있는 가입니다. <교리적 선언>은 이점에서 나름대로 명확한 태도를 보이려고 했는데, “구약과 신약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표현을 써서 성서에 대한 역사비평학을 받아들이면서 근본주의의 문자영감설과 무오설의 부정적인 한계를 넘어서려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물론, 성서적 기독교로서의 조선감리교회의 성격을 뚜렷이 고백하려고 했습니다.

교회에 관해서는 6조에서, 살아계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된 신앙인들의 모임으로 고백하여 교회의 “하나됨”과 “보편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감리교회와 장로교회와 천주교회 등 그 어느 교회를 막론하고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고, 또 하나가 되어야만 합니다.

교회의 “보편성”의 강조는 조선감리교회의 에큐메니칼한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회의 목적을 예배와 봉사에 국한시킴으로서, 구체적으로 “선교(Missio)”와 “교제”(Koinonia)와 “교육”(Didache)을 포함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관해서는 7조에서, 하나님의 “뜻”을 초점으로 하여 고백하고 있습니다. 곧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의 뜻이 실현되고 모든 사람들이 한 형제자매로 사는 인류사회를 하나님 나라로 믿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초기부터 조선민족의 구원과 사회개혁을 위해 투신했던 한국감리교회의 적극적이고 책임적인 사회참여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내재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 점도 특이합니다.

종말론에 관해서는 8조에서, 의의 최후 승리와 영생을 믿는다는 고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불의와 부조리가 판을 치는 세상 같지만 하나님의 “의”의 최후 승리를 통해 인류 역사가 완성 된다는 굴하지 않는 확고한 믿음의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또한, “영생” 신앙으로 유한하고 일시적인 한(恨)많은 이 세상의 현실에 갇히지 않고 오히려 숭고하고 가치 있고 영원한 참된 삶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에서 살펴본 교리적 선언의 기독교적 특성을 3가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먼저, 복음적 성격입니다. 그들은 조선감리교회의 신앙고백을 기독교의 공통 기반이요 유산인 예수 그리스도 복음에 바탕을 두고 거기에 충실히 뿌리내리게 하려고 했습니다.

이점은, 또한, 교리적 선언의 서문에서 “기독교의 원리가 시대를 따라 여러 형식으로 교회 역사적 신조에 표명”되었고 그 내용이 다름 아닌 “복음적 신앙”이라는 고백과, <교리와 장정>의 “합동의 교리적인 터전은 개신교의 공통적인 복음적 신앙이다”라는 표현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둘째로, 시대적으로 유연성 있는 자유주의적 성격입니다. 성서에 나타난 그리스도 복음에 충실하고 기독교신앙고백역사의 맥락에 서려는 그들의 의도는, 흔히 있는 경우와는 달리, 그들의 신앙 의지와 자유를 과거의 틀에 매이게 하는 덫으로 작용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지난 역사에 튼튼히 뿌리내리면서도 거기에서 자유 하여 조선의 환경과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향에서 기독교 신앙의 근본 내용을 새롭게 이해하여 표현 하려는 노력을 뚜렷하게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리적 선언의 에규메니칼 성격입니다. 감리교회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고백하는 모든 교회가 언제 어디에서든지 한결 같이 고백할 수 있는 본질적인 요소와 내용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신앙공동체로서 조선감리교회가 추구했던 보편적 성격과 통하는 맥락이기도 했습니다.

2030 메소디스트 포럼(Methodist Forum)

총무 곽일석 목사(iskwa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