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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마지막 유혹》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1988)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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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11월 08일 (화) 00:45:31
최종편집 : 2022년 11월 08일 (화) 00:48:12 [조회수 : 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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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예수의 마지막 유혹》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1988)

 

영화 《예수의 마지막 유혹》은 아마도 예수님에 관한 영화 중 가장 논쟁적인 영화일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최후의 유혹』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가 예수님과 관련해 거의 신성모독처럼 보이는 문학적 상상을 영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다. 그가 누구인가? 2020년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을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그에게서 배웠다며 존경하는 감독으로 치켜세웠던 바로 그 감독이 아닌가?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일반적으로 영화가 소설의 힘과 감동을 모두 표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탁월한 감독을 만난 덕분에 영화는 소설 못지않은 탁월함을, 소설과는 또 다른 영화적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 처음에 자막으로 인용한 카잔차키스의 책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영화는 영과 육의 처절한 전투에 관한 탐구다. 그리고 영화는 “이 영화는 복음서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영혼의 갈등에 대한 허구적인 탐구에 근거를 둔 것이다.”라는 말을 통해 영화의 성격을 분명하게 밝히며 영화를 시작한다. 니코스 카잔치키스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인간의 영혼 안에서 벌어지는 영과 육의 갈등과 투쟁을 십자가 위에서 예수께서 받으신 마지막 유혹이라는 모티프로 풀어나갔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 역시 예수님의 일대기가 아닌 예수께서 받으셨을 유혹, 즉 그의 내면에서 일어났을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의 투쟁을 영상화한다. 그리고 이 영혼의 투쟁은 십자가상의 마지막 유혹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이처럼 영화가 복음서의 행간과 문학적 상상력을 다루었기에 영화는 보수 기독교계의 거친 저항을 받기도 했다. 아무리 유혹과 관련된 상상이라지만 어떻게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내려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신성모독이 아닌가? 그러나 영화는 신성모독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인간인 예수께서 우리처럼 유혹을 받으신 이야기, 하지만 그 유혹을 신적인 결단으로 마침내 이기신 이야기인 것이다. 그 영혼의 유혹을 너무나 깊이 사색했기에 영화는 이런 오해를 피할 수 없었을 뿐이다.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뜻밖에도 십자가상의 마지막 유혹이라는 착상은 단지 소설적, 영화적 상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놀랍게도 마태복음에서 이 유혹의 단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다음과 같이 조롱한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너나 구원하여라.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마 27:40) 그런데 이 조롱에 포함된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이라는 말은 예수님 사역의 처음 장면인 광야의 시험에서도 나온 말이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말해 보아라.”(마 4:3)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여기에서 뛰어내려 보아라.”(마 4:6) 시험하는 자는 광야에서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거든’이라는 말로 예수님을 유혹했다. 그리고 이 똑같은 말을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다시 들으신다.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나는 진정 하나님의 아들인가? 과연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바로 이 순간 영광과 권능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예수님은 순종의 죽음으로 유혹을 이기시고, 마침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신다. 마태복음은 예수께서 사역의 마지막에서도 처음과 똑같은 유혹을 받으신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께서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셨다는 사실을, 우리처럼 유혹을 받으셨다는 사실을, 바로 그렇기에 우리를 위로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영화는 이 사실에 대한 묵상이기도 하다.

“우리의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받으셨지만, 죄는 없으십니다.”(히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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