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과 28일 양일간 서울광림교회에서 개최된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5회 정기총회에서는 뜻하지 않았던 돌출적인 사건이 전개되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일부 평신도들을 중심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KNCC & WCC 탈퇴에 관한 건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었다는 속보가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서 극명한 이견들이 발표되고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다행스럽게도 이철 감독회장의 적극적인 중재로, 향후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서 보다 명분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결의를 유보하게 되었습니다.

1930년 조선감리교회가 창립을 선언할 때 조선감리교회의 한국적 특성을 설명하면서,“조선에 있는 모든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 보편적인 한 조선기독교회를 형성해야 한다.”는 에큐메니칼한 꿈으로 표출하였습니다.

세상에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따르는 교회는 비단 조선감리교회만이 아니다. 서구의 교회들이나, 당시 새롭게 출현하고 있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교회들이 다같이 한 하나님과 한 그리스도와 한 성령과 한 세례와 한 구원을 공통으로 고백하는 한 교회여야 했습니다.

참된 감리교회는 그리스도의 은총과 구원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넉넉한 교회입니다. 조선감리교회는 편협한 고집이나 왜곡된 선입견으로 오염된 교파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리스도의 보편적이고 넉넉한 사랑과 대도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다정다감한 형제애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개방적인 교회를 추구하였습니다.

처음에 감리교회나 장로교회 등 교파 교회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조선인들은 교파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남감리교회나 북감리교회가 두 파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우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교파’라는 것이 예수의 정신이나 기독교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 서구의 역사경험 속에서 형성된 상대적인 부산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조선에서만은 모든 교파가 하나로 만나 “조선기독교회”를 설립하는 편이 좋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변성옥은 이런 관점을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원칙상으로 하나가 될지니, 이는 그리스도가‘오직 한분이신 구주’가 되시는 까닭이다. 각종 교회의 분리는 각 파의 분립의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그리스도의 본의가 아님은 성경의 교훈으로 보아서 확실무이한 것이다. 예수께서 신자가 하나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기도하셨다. 금일에 분리 되어 대립한 각 교파는 그리스도의 이 기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맥락에서 양주삼은 남북감리교회의 합동을 “한국에 있는 모든 교파의 위대한 합동을 향한 한 걸음”으로 바라보기도 하였고, 제 1회 합동총회에서는 감.장 양교회 합동연구위원으로 윤치호, 오기선, 정춘수, 홍에스더, 노블, 하디를 선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조선감리교회는 남북감리교회만의 통합에서 만족치 않고 더 나아가 장로교회 및 기타 모든 교파들이 한국에서 하나의 조선기독교회를 형성할 날을 밤하늘의 빛난 별처럼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교리적 선언의 기독교적 특성을 3가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먼저, 복음적 성격이다. 그들은 조선감리교회의 신앙고백을 기독교의 공통 기반이요 유산인 예수 그리스도 복음에 바탕을 두고 거기에 충실히 뿌리내리게 하려고 했습니다. 이점은, 또한, 교리적 선언의 서문에서 “기독교의 원리가 시대를 따라 여러 형식으로 교회 역사적 신조에 표명”되었고 그 내용이 다름 아닌 “복음적 신앙”이라는 고백과, <교리와 장정>의 “합동의 교리적인 터전은 개신교의 공통적인 복음적 신앙이다” 라는 표현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둘째로, 시대적으로 유연성 있는 자유주의적 성격입니다. 성서에 나타난 그리스도 복음에 충실하고 기독교신앙고백역사의 맥락에 서려는 그들의 의도는, 흔히 있는 경우와는 달리, 그들의 신앙 의지와 자유를 과거의 틀에 매이게 하는 덫으로 작용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지난 역사에 튼튼히 뿌리내리면서도 거기에서 자유하여 조선의 환경과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방향에서 기독교 신앙의 근본 내용을 새롭게 이해하여 표현하려는 노력을 뚜렷하게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리적 선언의 에규메니칼 성격입니다. 감리교회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고백하는 모든 교회가 언제 어디에서든지 한결같이 고백할 수 있는 본질적인 요소와 내용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신앙공동체로서 조선감리교회가 추구했던 보편적 성격과 통하는 맥락이기도 했습니다.

조선감리교회, 그것은 실로 성령의 새로운 숨결 안에서 온전하고 충만한 구원의 내적 경험과 외적인 증거를 함께 나누는 자유와 기쁨과 능력의 산 교회를 추구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감리교회는 개인의 구원과 성화의 울타리 안에 있는 편협한 교회가 아닙니다. “사랑으로 완성되는 신앙”과 “사회적으로 표현되는 구원의 외적 증거”에 바탕을 두고 사람이 그 안에 살고 있는 창조의 전 영역에 걸쳐 사회적 성화를 이루기 위해 사회적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가 감리교회입니다.

2030 메소디스트포럼(Methodist Forum)

총무 곽일석 목사(iskwa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