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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를 위한 변명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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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10월 29일 (토) 06:00:22
최종편집 : 2022년 10월 29일 (토) 06:06:57 [조회수 : 2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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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첼리스트의 사적인 통화 내용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사건의 내용이나 진위 여부를 따질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첼로가 그런 자리에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을 뿐입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아름다운 악기가 저급한 이슈에 연루되어 억울하게도 그 일과 관련된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 정작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오늘은 첼로를 위한 변명을 대신 해 볼까 합니다.

첼로의 원래 이름은 비올론첼로(violoncello)입니다. 그래서 악보 등에서 그 이름을 약자로 표시할 때, ‘Vc.’라고 쓰는 것이지요. 참고로 바이올린은 ‘Vn.’이고 비올라는 ‘Vla.’입니다. ‘~cello’는 이탈리아어의 축소형 어미입니다. 그런데 왜 콘트라베이스보다는 작긴 하지만 현악기 중에서 꽤 큰 축에 드는 이 악기에 ‘~cello’라는 축소형 어미가 붙었을까요? 그 앞에 붙은 ‘violon’ 현대의 바이올린이 아니라 ‘비올족’ 악기에 속하는 ‘비올라 다 감바’이기 때문입니다. 

1991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에 등장하는 악기가 바로 ‘비올라 다 감바’입니다. 현대의 첼로보다 크고 지판도 넓으며 기타처럼 프렛이 붙어 있는 악기입니다. 그러므로 첼로라는 악기는 ‘작은 비올라 다 감바’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이지요. 피아노도 그 원래 이름은 ‘피아노-포르테(Piano-forte)’였습니다. 기계적 방식으로 현을 뜯어서 내는 피아노의 전신인 ‘쳄발로’는 큰 소리와 작은 소리를 구별하여 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손가락의 힘을 잘 살려 해머로 현을 쳐서 내는 피아노는 큰 소리와 작은 소리를 구별하여 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혁신적인 악기를 ‘피아노-포르테’라고 불렀고 나중에는 ‘피아노’가 된 것이지요. 그래서 피아노의 약자가 ‘Pn’이 아니라 ‘Pf,’로 표기되는 것입니다.    

한편, 비올론첼로는 점점 민첩하고 섬세한 연주를 위해 작게 계량이 되다가 1700년 초반에 악기 제작으로 유명한 스트라디바리가 가녀린 목과 아름다운 몸선을 자랑하는 약 75cm 길이로 첼로를 제작하였는데, 이후 이것이 첼로의 표준 크기가 되었습니다.

첼로 연주는 듣는 것만큼이나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리 사이와 가슴으로 악기를 완전히 껴안고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하기 때문입니다. 그 소리에 익숙해져서 저절로 연주자의 표정과 움직임을 떠올릴 수 있을 때 까지 첼로 연주는 직접 감상하거나 되도록 실황 영상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첼로를 연주할 때 연주자의 전존재는 첼로와 함께 울립니다. 음향학적인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첼로는 남성의 목소리와 비슷해서 테너가 부드러운 중음을 노래할 때 주파수가 맞으면 첼로도 함께 울리곤 하지요.

사람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 소리에서 중요한 것은 ‘비브라토(떨림)’입니다. 활이 현을 스치는 순간, 현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활을 쥐지 않은 첼리스트의 다른 손은 정확한 음을 찾아 핑거보드에 손가락을 올려 또 다른 비브라토를 만들어냅니다. 자신의 일부인양 악기를 꼭 껴안고 온 마음과 정신을 손가락 끝에 모아 비브라토를 만들어 내는 첼리스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시각화된 음악이 되어 줍니다. 첼로야말로 온몸으로 연주하는 악기라고 할 수 있지요. 

저의 선생님은 노래할 때 첼리스트가 만들어 내는 비브라토를 생각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첼리스트가 혼을 다하여 비브라토를 만들어 내듯 테너는 목이 아니라 자신의 심장에 비브라토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악기가 사람의 노래를 따라 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칸타빌레(노래하듯이)’라는 악상표현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첼리스트가 비브라토를 만들어내는 영역 역시 심장과 가슴 근처입니다. 

첼로를 비롯한 현악기의 내부에는 매우 단순하지만 중요한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사운드 포스트’라는 작은 막대기입니다. 악기의 안쪽 중간 부분에서 유약도 바르지 않은 작은 막대기가 악기의 앞판과 뒤판을 연결함으로 악기 전체가 함께 울리도록 도와줍니다. 연주자와 악기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사운드 포스트가 있어서 몸과 악기와 연결 되어 함께 울리는 것이지요. 전자 첼로에서는 그러한 섬세한 울림을 얻을 수 없습니다. 

첼로의 또 다른 매력은 활을 긋는 방향에 있습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활을 긋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올려 긋는 활과 내려 긋는 활의 편차가 커집니다. 그러나 첼로는 보잉을 좌우로 합니다. 물론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잉을 할 때 힘을 더 받기는 하지만 그 편차가 상하로 활을 그을 때보다는 덜합니다. 그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연주자의 힘이 더 요구되어 더 깊은 열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그토록 감동적일 수 있고 가브리엘 포레의 ‘꿈꾸고 난 후’나 생상스의 ‘백조’와 같이 우아하고 감각적이고 평화로운 노래에 첼로가 적격이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첼리스트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로 잘 알려진 파블로 카잘스와 다닐 샤프란(Daniil Shafran, 1923~1997)입니다. 카잘스와 바흐에 관해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기에 오늘은 다닐 샤프란이 연주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Arpeggione Sonata in A minor, D. 821)연주를 소개합니다. 

아르페지오네는 첼로와 기타를 결합한 악기로 첼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타처럼 지판이 있다는 것과 첼로보다 현이 두 개 더 많은 6줄이라는 것입니다. 이 곡은 슈베르트가 친구이자 아르페지오네 연주자였던 빈센츠 슈스터를 위해 작곡한 것이지만 오늘 날에는 대부분 첼로로 연주되며 그중에서도 다닐 샤프란의 연주는 그 예술성과 기교에서 여전히 독보적입니다. 그의 연주를 보고 듣노라면 음악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그 사실을 마치 처음 깨닫는 것처럼, 깨닫게 됩니다. 더불어 10월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10월’도 함께 선사합니다. 아름다운 악기 첼로와 함께 멋진 가을날 되시기 바랍니다. 

이 가을, 반나절 동안 첼로 소리를 들으며 첼로를 위한 글을 쓰게 해 줘서 고맙긴 하지만, 다닐 샤프란의 연주를 듣고 한 가지 제 나름의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거니와 제가 사랑하는 악기 첼로와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저는 우리의 대통령이 그런 장소에서 첼로 반주로 동백아가씨를 불렀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https://youtu.be/jNBDP0OMnXs

 

https://youtu.be/66eBS42l1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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