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살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9월 26일(월)부터 28일(수)까지 서울연회 강서동지방 배광교회(담임 이학성 목사, 이하 이 목사)에서 동행 플러스가 열렸습니다. 2016년에 시작된 동행 플러스는 감리교회 목회자 가정을 초청해 사랑으로 섬기는 목회 협력 프로그램입니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되었다가 재개된 제5차 동행 플러스는 삼남연회 경북동지방(감리사 염요섭 목사) 14개 교회 26명을 초청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가정도 있었지만, 자가용으로 KTX로 고속버스로 비행기로 그리고 저 멀리 울릉도에서는 3시 30분 동안 여객선을 타고 2시간 걸리는 KTX를 갈아타고 한달음으로 달려오기도 했습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교회 버스를 타고 배광교회에 도착하니 담임목사를 비롯해 부교역자들과 장로들이 함박웃음으로 맞아주었습니다. 배광교회는 도심 속에 있지만, 신앙의 지조를 지키는 대나무와 올곧은 믿음을 가진 소나무와 합성목재 데크가 조화를 이루며 편안한 정원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가정별로 기념사진을 찍고 1,700여 석의 본당을 방문해 기도하고 사회관 1층 샤론 카페로 향했습니다. 필자는 스포일러(spoiler)가 되어 일부를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애썼다.

S 권사의 사회로 진행된 작은 음악회는 새벽기도를 마치고 올라온 육신의 피로도 풀어주었고 영혼도 재충전해 주었습니다. 음악전공자들로 구성된 [예마본 선교단]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니라 한 곡 한 곡 삶의 체험이 담겨있는 찬양을 올렸습니다. 입으로 부르지는 못해도 귀로 들을 수 있다고 음악성에다 영성이 담긴 곡이라고 금세 알아차렸습니다.

영혼을 충전 받았으니 이제 육신도 채울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회관 지하에 차려진 만찬은 잠시 다이어트를 잊게 할 정도로 풍성했습니다. 염 감리사가 감사기도를 드리고 천국에서나 맛볼 특별식을 대접받았습니다.

사회관 3층 드림홀에서 정신과 전문의인 H 집사의 [우울과 절망 중에 있을 때, 신앙인의 자존감]이란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에 앞서 우울 문진을 했는데 한 사람도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H 박사는 개인 문진이 아니라 체면을 차려야 하는 집단 문진이라 우울증을 감춘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H 박사는 1강에서 마음 헤아리기와 관점 취하기를 하면 내 마음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고 아울러 타인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말로 베인 상처가 칼로 벤 상처보다 깊게 팬다.’라고 목회자 사이에서도 대화의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2강에서 과부의 두 렙돈과 달란트의 비유를 정신의학자의 관점으로 해석하며 주님은 작은 목회를 해도 ‘사랑하는 아들아, 잘했다. 애썼다.’라고 칭찬하신다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아 필자의 열등감은 스르르 녹으면서 자존감은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3강에서 우울과 절망 중일 때 칭찬하시는 하나님의 관점을 취하여 어쩔 수 없는 일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어쩔 수 있는 일은 내가 전념하면 된다고 마무리했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너무 민감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교회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해 올림픽 대교의 불빛을 보며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힘들지, 밥이나 한 끼 먹자.

둘째 날 [목회와 설교] 강의 시간에 이 목사는 동행 플러스를 시작한 계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양복을 맞추러 갔다가 ‘배광교회에서 음식 대접도 받지 못했다.’라는 볼멘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지방 목사들에게 양복을 맞춰주면서 감리교회를 섬기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감리교회 목회자 중에 누군가 수술비가 부족하다면 일면식이 없어도 마음에 품고 어떻게든 도울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 목사는 일과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10월에 있을 ‘난치병 환우를 돕기 위한 생명 살리기 사랑의 장터’는 벌써 27번째나 되었습니다. 이 목사의 목회는 한 마디로 긍휼의 목회였습니다. ‘긍휼’은 헬라어로 ‘스프랑크논(σπλάγχνον)’인데, ‘연민, 동정, 자비’ 등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원래는 ‘창자, 내장’이란 뜻입니다. 그 동사형 ‘스크랑크니조마이(σπλαγχνίζομαι)’는 ‘불쌍히 여기다.’라는 의미입니다. 긍휼은 누군가의 아픔을 보면 ‘진짜 안됐다.’라고 동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애간장이 타고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아파한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안타까운 현실을 함께 마음 아파하면서 최선을 다해 자비를 베풀어 주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예수님의 사역 출발점은 긍휼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시각장애인을 불쌍히 보시고 눈을 고쳐주셨습니다(마9:27). 예수님은 큰 무리를 불쌍히 보시고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마14:14). 이 목사는 동역자를 만나면 ‘코로나로 힘들지? 밥이나 한 끼 먹자!’라며 토닥여주는 목사였습니다. 이 목사가 긍휼의 목회를 하자, 교인들이 감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인 중에 거금을 내는 부자는 없었지만, 작은 정성을 모아보니 사랑의 온도계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이 목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교인들도 단어로 배운 사랑이 아니라 어깨너머로 배운 사랑을 오래 간직했습니다. 이 목사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자 천문학적인 교회 부채는 시나브로 줄어들었습니다. 부채를 갚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면 교인들의 지갑도 닫혔을지 모릅니다. 하늘의 일을 했더니 땅의 창고가 채워졌습니다. 배광교회는 목사와 교인들 간에 신뢰가 쌓여갔고, 목사는 교인들을 자식처럼 아끼었고 교인들은 이 목사의 설교에 은혜받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최고로 중요한 사람이야!

셋째 날 [예배 회복과 성찬]이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이 목사는 성찬식 전문가답게 다양한 성찬식 예문을 만들었습니다. 감리교회 예배서를 반영하고 성찬 찬송가에서 선별해 교인들이 아플 때나 개업할 때나 군대 갈 때나 여러 사례에 맞춰 성찬식을 거행했습니다. 그 넓은 본당을 오로지 한 가정을 위해 개방했습니다. 교인들은 담임목사가 자신들을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준다고 감동하였습니다.

성찬식은 예수님이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그 사랑을 오늘에 재현하는 예식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듯이 성찬식 때 빵과 포도주를 듭니다. 예수님의 살이 찢기셨듯이 성찬식 때 빵이 부서집니다. 예수님이 자기의 피를 흘리셨듯이 성찬식 때 포도주를 나눠줍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 예수님과 영원히 하나가 됩니다. 이 목사는 성찬의 의미를 설명하기보다 담담히 성찬식을 시연해 주었습니다. 이 목사의 퍼포먼스가 거룩하게 느껴졌고 찬송이 내면을 요동치게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통성기도는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저절로 뜨거워졌습니다. 성찬식은 눈으로 보여주는 설교라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로뎀 나무 숯불처럼 쉽게 식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 목사에게 섬김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고 했으면 좋겠다.

예수님의 공생애가 인류를 VIP로 대우한 것이듯이, 배광교회는 우리를 귀중한 손님으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지저분한 발을 물로 씻어 주었고 머리에 향기로운 올리브기름을 부어주었고 볼에 사랑스럽게 입을 맞추어주었고 가슴으로 안아주었습니다. 목이 울컥했습니다.

동행 플러스가 이 목사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의지로 추진되었다면 누군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일 텐데, 부교역자들의 말 한마디와 표정 하나하나에서 진심이 묻어났습니다. 어쩌면 젊은 교역자들이 이렇게 반듯할까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장로들은 이 목사의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궂은일을 마다치 않는 구역장들의 섬김은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데코레이션 하나하나가 간식 한 봉지마다 손 땀이 묻은 게 보였습니다. 필자는 버스를 운행하는 간사에게 수고했다고 감사했더니, L 집사는 “오히려 제가 충전되었습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배광교회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섬기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을 나누려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갑자기 정말 잘 왔다고 안도했습니다. 감리교회 목사인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주님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필자는 소감문을 쓰면서 이 목사에게 초청해 달라고 귀찮게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필자는 ‘내가 감리교회를 무시하고 있구나!’ 자책했습니다. 우리 감리교회는 역사를 선도하는 자랑스러운 공교회입니다. 필자는 은퇴하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bucket list)에 동행 플러스를 새로 넣었습니다. 이 목사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달라는 문의가 빗발쳤으면 좋겠습니다. 감리교회는 아직 온기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삼남연회 경북동지방 창대교회 여성구 목사(선교부 총무)

▲ 여성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