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을 보면 거지 바디매오가 길에 앉았다가 나사렛 예수를 보고 소리 질러 이르되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막10:48)"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당시 바디메오는 물론 오늘날도 많은 신학자들과 기독교인들은 당연히 예수를 다윗왕의 자손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을 보면 이에 대한 근거로 예수의 족보가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아버지 족보가 필요 없는 동정녀 탄생

비록 그 두 족보가 서로 많이 달라서 우리에게 적지 않은 혼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 족보들은 구약에 예언된 메시야가 다윗의 후손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과연 예수님은 정말 다윗 자손일까? 나는 이 족보를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같은 복음서들은 또한 예수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고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마1:25). 만일 동정녀 탄생이 그대로 사실이라면 그 족보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동정녀 탄생이란 적어도 예수의 혈통적 아버지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어머니 마리아의 남편인 목수 요셉은 예수의 혈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논리상 예수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다윗 집안과는 아무런 혈연이 없다. 특정 인간이 동정녀에게서 탄생한 예수의 혈통적 아버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예수는 목수 요셉의 혈통이 아니다

이쯤되면 매우 혼란스런 문제가 발생한다. 즉 예수는 구약이 예언한 메시야와는 전혀 다른 메시야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혹자는 예수를 마치 목수 요셉의 양자처럼 간주해서 같은 집안이라거나 또는 영적 자손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억지는 누가 봐도 무리한 논리의 비약임을 잘 알 것이다.

구약에서는 분명히 다윗왕의 아버지인 "이새의 뿌리(사11:10)"에서 메시야가 올 것이라 예언했고 그 뿌리라는 단어는 명백히 인간의 혈통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복음서의 첫장부터 열심히 예수의 족보를 나열하고 다른 장에선 동정녀 탄생을 주장하는 게 도대체 논리적으로 말이 되냐는 것이다.

이게 과연 단순히 기존 신학과 교리의 오류인지 아니면 복음서 저자의 개인적 오류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냐는 거다. 왜 그 많은 신학자들은 이런 모순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현대 유대교가 전통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구약에서 예언한 그 메시야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면에는 이런 사실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검증하지 않는 신앙은 맹신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 제도권 교회의 신학과 교리에는 억지나 비약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초대교부들의 신학에도 오류가 아주 많았고 심지어 중세신학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근현대의 신학과 교리 또한 오류가 많다는 사실이다. 교단마다 교파마다 서로 다른 주장이 아주 많은 게 그 실제적 증거다. 그들 모두가 동시에 다 옳을 수는 없지 않은가. 주장이 서로 다를 때는 논리상 단지 그 중 하나만 옳거나 아니면 그들 모두가 오류일 경우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아무 때나 아멘하며 믿는 중세적 맹신에서 벗어나 검증하고 또 다시 검증하여 믿는 바른 신앙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이성과 양심을 주신 이유는 늘 생각하며 살라는 것이라고 믿는다. 머리의 이성과 가슴의 양심이야말로 본래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형상이 아닐까 한다.

어떤 종교인들은 인간의 기본 상식에 크게 미달하는 일부 고대문서들조차 상식에 초월하여 무조건 사실로 믿으라고 주장한다. 허나 그건 종교적 기만이다. 모든 경전과 교리는 반드시 하나님이 주신 이성과 양심으로 검증해야 마땅하다.

하나님의 진리는 검증을 두려워 하지 않고 예수의 가르침은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