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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스펠》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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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9월 26일 (월) 23:48:43
최종편집 : 2022년 09월 26일 (월) 23:52:22 [조회수 : 2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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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스펠》 (Godspell: A Musical Based on the Gospel According to St. Matthew, 1973)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기독교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던 대학시절의 동아리방은 늘 찬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겉멋으로 가득했던 풋내기 청년이었던 그 시절 동방에서 기타를 치며 찬양을 불렀던 기억은 지금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사실 80년대 중후반이라 그때까지만 해도 ‘동아리’ 대신 ‘서클’이라는 외래어를 사용했고 동방 역시 서클룸이라 부르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공강 시간이면 서클룸에 모여 모두들 찬양을 부르던 당시 소위 핫하다는 찬양들 중에 ‘Day by day’라는 영어 찬양이 있었다. 번안한 가사로는 “날마다, 날마다, 내 소원 세 가지뿐...”으로 시작하는 찬양이었다. 나중에 이 곡이 예수님에 관한 뮤지컬인 《갓스펠》에 나오는 곡임을 알게 되었고, 80년대에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기적 같은 기회를 얻은 나는 당시 일정에 빈틈이 생길 때마다 레코드가게를 찾아 테이프를 구하려고 애썼다. 역시나 기적 같이 한 작은 가게에서 테이프를 구했을 때의 감격과 기쁨이란! 그때부터 줄기차게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던 뮤지컬 《갓스펠》이 영화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도, 영화를 구하려 애쓰다 마침내 DVD를 구했을 때의 감격도, 모두 기억에 생생하다.

뮤지컬 제목으로 쓰인 ‘갓스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스펠(Gospel)이 아니라 특이하게도 갓스펠(Godspell)이다. 이 특이한 영어단어인 ‘Godspell’은 ‘복음’을 뜻하는 ‘Gospel’의 옛 형태로, god(=good)+spell(=story, message)로 이루어진 단어라고 한다. <마태복음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라는 부제가 가리키는 것처럼 마태복음을 중심으로 총 43개 부분의 성경구절을 인용하여 이를 뮤지컬화한 《갓스펠》은 시츄에이션 뮤지컬로서 노래 이외에도 극의 분량이 상당히 많다. 뮤지컬 《갓스펠》은 처음에는 대학 강당 공연을 시작으로 만들어졌다가 뮤지컬 무대로 진출, 뮤지컬 역사상 가장 성공한 오프-브로드웨이 작품으로 손꼽히는데 미국 전역에서 5년 여간 매진 행렬을 이루며 수많은 관객을 동원한 최장기 롱런 뮤지컬이다. 아마도 뮤지컬 《위키드》의 작곡가로 더 유명한 《갓스펠》의 작곡가 스티븐 슈왈츠는 이 작품을 통해 두 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수난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비슷한 시기의 록오페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인 데 반해 《가스펠》은 결코 심각하거나 교조적이지 않다. 오히려 뮤지컬의 배경으로 사용되는 미국의 히피 문화 속에서 히피의 분장으로 등장하는 예수님은 광대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멜빵바지에 슈퍼맨 티를 입고 광대 분장을 한 예수님의 모습은 《가스펠》의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예수님의 복장과 함께 처음에는 재밌고 유쾌하게 진행되던 극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짙은 비극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뮤지컬 《갓스펠》은 꼭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어쩌면 예수님은 광대와도 같은 분이 아니셨을까? 진리로 세상을 풍자하고 질타하는 광대, 그러다가 마침내는 권력자들의 분노와 광기의 보복 속에 최후를 맞게 되는 광대, 《갓스펠》 속의 예수님은 마치 자신을 세상에 보내신 이의 뜻을 수행하는 거룩한 광대처럼 보인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규모가 큰 오페라 같다면 《갓스펠》은 작은 소품의 노래극처럼 보인다. 그런 이유에서 《갓스펠》은 지금도 종종 작은 교회들이 준비하여 상영하기도 한다. 뉴욕을 배경으로 촬영된 이 영화에는 특별하게도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져버린 110층 규모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World Trade Center, WTC)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극 중 배우들은 ‘All For The Best’라는 노래를 아직 건설 중이었던 이 빌딩의 꼭대기에서 부른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던 거대한 두 탑의 붕괴, 테러가 앗아간 무고한 이들의 수많은 생명, 이후 벌어진 잔혹한 보복들... 이 건물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배어있고, 지금도 여전히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현대판 예수의 모습을 그리는 영화가 자신도 모르게 이 비참한 건물의 역사를 우리에게 드러내주고 있다는 사실은 신비하고 놀라운 우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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