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삭발 열풍

전국은 삭발 열풍이 불고있다. 바람이 불어도 휘날리는 머리카락 하나 없다. 목회자의 단체삭발은 독재정권하에서도 없었던 일들이다.

그러나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서 전국교단장급들이 삭발을 하며 시위를 하고 뒤어어 노회장들까지 순교의 정신으로 삭발을 하고 있다.

갑오경장 이후 단발령이 내릴 때, 일제가 강제로 조선인들이 머리를 깍자, 선비들은 머리를 자르려거든 내 목을 자르라고 했을 정도로 머리는 생명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삭발목회자들은 사학법개정을 위해서 생명을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이하 사학국본)의 이성대 집행위원장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종근 신부, 원불교 사회개혁교무단 정상덕 교무, 개신교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이근복 목사 등 종교단체 대표들은 21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인들은 사학법 재개정 야합을 중단하고 종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삭발을 하지말고 이런데 생명을 바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 협의회와 사학국본은 국민을 기만하고 교육을 파탄내려는 작금의 사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다시 나섰다”고 밝히며 “수십년 동안 사학의 기득권을 누려온, 그래서 사학법 재개정을 통해 기득권을 다시 되찾겠다고 주장하는 일부 보수 종교단체와 종교지도자들은 당신들이 믿는 신과 국민 앞에 회개하고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삭발목회자, 모든 사학을 매도하지 마라

이에 대해 삭발목회자들의 항변은 모든 사학이 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일부 사학이 친인척과 관련하여 재단비리에 관련된 것이지 부분을 전체로 확대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밥그릇을 위한 기득권수호가 아니라 진정한 선교활동을 위한 종교교육의 자율성을 유지시켜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일개 고등학생 한명이 사학의 종교교육 자체를 뒤흔들어 놓았는데 이사가 1/4씩 외부에서 들어온다면 학교하나 무너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말이 1/4분의 일이지, 한 명을 등지고 한 단체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사학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교조이다. 개방형 이사라는 이름으로 전교조 한 명이 이사진에 들어오면 기존의 화기애해한 이사들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사들의 분위기가 살벌해지고 갈등을 일으키면 결국은 관선이사가 들어와 학교를 통솔하다보면 종교교육은 거의 하기가 불가능하고, 원래의 사학의 이념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말이 개방형 이사이지 갈등형 이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개정 사립학교법의 '개형이사제'와 '임원승인 취소 사유 확대'와 '임시이사의 파송요건 완화'와 '대학평의회 심의권'등이 학교법인의 자율권과 기본권은 물론이고 종교의 자유까지 엄청나게 침해하는 큰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는 설립자의 정신과 목적이 있는데 이를 묵살시켜 버리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 종교세력 이용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사학법폐지를 주장하여 종교세력을 등에 엎곤있지만 비종교인들의 눈치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사학법폐지를 적극 지지하는 것처럼 하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최근 사학법 재개정을 주장하는 기독교계의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이 종교인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유리한 표를 위해서 종교세력들을 이용하고 있다.    

종교인은 기득권이 필요하고 정치인은 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말 순수하게 종교의 자유에 힘입어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성장시키려는 순수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틈을 이용하여 기득권수호를 하려는 무리들도 많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기본권과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을 통하여 표로 연결시키려는 정치성도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학법의 재개정은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서로 명분은 거룩하고 선하게 내세우지만 이면에는 너무나도 명백한 기득권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명분을 강력히 외친다한들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머리는 잘라냈지만 이면의 기득권을 잘라내지 못한다면 정치인들과 사회는 냉정하게 바라볼 것이다. 정치인들 역시 종교인들을 통해 표를 구걸하는 정치성을 구사한다면 종교인들과 일반인들은 냉정하게 바라볼 것이다. 

한나라당, 정의사제 구현단 의식

한나라당이 일단 뒤로 후퇴한 것은 어쩌면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이하 사학국본)의 이성대 집행위원장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종근 신부, 원불교 사회개혁교무단 정상덕 교무, 개신교 전국목회자 정의평화실천 협의회가 반대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오늘날 천주교를 성장시키는데 가장 일조를 한 집단이며 독재정권에 항거하고 힘없는 약자들과 노동자를 지켜준 정의의 사도들로 상징되는 사제들의 집단으로 천주교의 대표성을 띠는 사제들이다. 한나라당이 혹시 이들을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머리의 삭발보다 마음의 삭발이 보다 중요     
     
분명 이 땅의 종교의 자유는 일부 사학들의 비리를 이유로 제한되어서는 안되며, 종교학교의 건학이념이 외부 개방형이사들로 말미암아 훼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교의 자유의 투쟁이 기득권의 자유의 투쟁으로 비쳐져서는 안될 것이며, 정치인들에게 이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종교인들은 독재정권하에서 비민주적인 행위와 친인척의 비리와 부패로 말미암아 세상과 사회의 빛의 역할을 하지 못하여 오늘의 이런 수모를 겪고 있기 때문에 기꺼이 고난을 잘 이겨 나가야 할 것이다.

머리의 삭발보다는 기득권과 부패의 삭발이 중요한 것이다. 무조건 사학법재개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원,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개방형이사가 없어도 친인척과 관련한 부패나 비리를 스스로 청산하고 자정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보여주어 정부와 국민을 설득시켜야 하지 않을까? 유독 예장통합 목사들이 삭발을 가장 많이 한 것은 예장통합의 사학들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삭발보다 더 설득력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차라리 기득권을 삭발하는 모습과 대안, 개방형이사가 없어도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평상시의 사회의 빛이 되는 교회 운영 등이 있었다면 사태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불행하게도 나라가 독재자의 칼끝에 휘둘려, 힘없는 사람들이 아들과 딸을 잃고, 어두캄캄한 남산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하고, 피로 얼룩진 채로 젊음을 불사르고, 익명으로 이 세상을 마감한 젊은이들이 숱하게 많고, YH 여공들이 신민당사에서 유혈진압을 당하여 인권이 처참하게 말살당하고 유린당할 때, 수많은 젊은이 들이 군사정권에 의해 녹화교육 현장에 끌려가 개처럼 두드려 맞고 삶의 소생을 잃어버려 인간의 최종 기본권조차 빼앗겼을 때, 그 때 목회자들은 인권 운운하며 삭발을 하면서 투쟁을 한 적이 있는가?  

정의가 요구될 때 선교를 외쳤고, 선교가 요구될 때 정의를 외친 것은 아닌지, 혹시 그들이 외치는 참정의가 기득권적 선교로 드러나지는 않았는지, 그들이 요구하는 순수 선교가 기득권적 정의로 보여지지는 않았는지, 삭발 목회자들은 종교적 순수성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존낙스처럼 정부와 세상사람들을 설득시킬 의무가 있다.         

세상을 설득시키려하는 존낙스의 마지막 유언을 보자.

하나님께서 나의 입을 통해 말씀하시기를 원하시거니와, 나는 사람들에게 명백하고 순수하게 그의 진리를 보여 주는 데 조금도 비겁하지 않았다. 나는 이를 오염시키지 않았으며, 속이지도 않았고, 없는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내지도 않았다. 단지 내게 주신 은혜의 능력 안에서 그의 진리를 공정하게 분담하여 가르치며, 예수 그리스도의 영화스런 복음을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기록하였다.

하나님께서 율법을 통해 밝히 보여 주신 바에 따라 거만한 자들의 오만을 꺾고, 이를 통해 하나님을 거스리는 그들의 반란을 폭로하였다. 또한 스스로의 죄악을 깨달았기에 괴로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양심을 불러일으키며, 예수 그리스도를 소리 높여 선포하였으니, 믿는 이들의 가슴 속에 그분의 죽음의 능력과 부활의 장엄하신 역사를 선포하였다. 이는 오늘 이 시간까지 하나님 앞에서 나의 양심 속에 오직 한 가지 간증이니, 세상이 나를 향해 분노를 품은들 무슨 상관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