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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늘, 여기에서 자유와 초월의 길로
정승환  |  한우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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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9월 12일 (월) 00:55:17
최종편집 : 2022년 09월 12일 (월) 00:56:18 [조회수 :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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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늘, 여기에서 자유와 초월의 길로

- 『성서에 펼쳐진 영성의 세계』 서평 -

 

정승환 목사(강서동지방회 한우리교회)

 

1. 영적 갈망

한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였다. 수도사와 대화의 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누군가 질문을 했다. “수도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입니까?” 이에 수도사가 대답했다. “일반적으로 수도를 한다고 생각하면 길을 찾고,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독교 수도사는 길을 찾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길임을 믿고, 길 되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마음에 상당한 울림을 주는 답변이었다. 나는 왜 그의 답변을 통해 마음의 울림을 경험했을까?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던 갈망을 떠올리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온전히 따르는 사람, 이는 영혼의 가장 근원적인 갈망이었다.

길 되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람일까? 이기심으로부터 벗어나서, 하나님과 사람을 향한 감수성을 가지고 이타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렇게 사는 삶이 자유와 초월의 삶이다. 이러한 이타성이 신의 본성이기에, 예수님을 따르는 삶은 신의 본성에 참여하는 삶이다. 피조물 된 인간이 창조주의 본성에 참여하게 되는 것, 가장 깊은 차원의 영적 갈망이다. 자신을 지으신 분의 근원적인 뜻에 일치되어 살아가는 것, 가장 근원적인 만족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그 갈망과 어긋나 있다. 빛을 갈망하나, 마주하는 현실에는 어둠이 있다. 하나님 신앙 대신 불신앙과 우상숭배, 즉 자기숭배가 만연한 세상이다. 이웃 사랑 대신 폭력과 갈등, 억압과 배제, 혐오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세상이다. 대중문화는 오히려 그러한 문화를 부추기며,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도 어둠이 있다. 하나님과 사람을 향하기보다 이기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몰두한다. 마주하는 세상의 어둠이 내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도 있음을 발견한다.

길 되신 예수님을 따르려는 깊은 열망과 맹렬하게 이와 어긋나게 살아가도록 이끄는 어둠과의 충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길 되신 예수님을 따라, 빛으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갈망을 해갈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 있어 함께 나누고 싶다. 『성서에 펼쳐진 영성의 세계』다.

이 책은 현실의 어둠 속에서 빛이신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는지를 성서와 기독교 영성의 전통을 기반으로 알려준다. 길을 따르려는 신앙인들을 섬기는 글이다. 길이 되는 안내서이다.

 

2. 정화, 조명, 연합

교회사의 위대한 영성가들은 정화(purification), 조명(illumination), 연합(union)을 영적 진보의 세 단계로 가르쳤다. 『성서에 펼쳐진 영성의 세계』는 영적 진보의 세 단계 요소들의 관점으로 성서를 해석하고, 신구약성서의 영성적 특징을 밝힘과 더불어 오늘날 자유와 초월의 삶을 향해 가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실천적 지침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성서에 계시된 하나님과의 연합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이루어갈지를 다룬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말씀과 성령 추구의 삶에 관상기도의 삶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2부와 3부는 신구약성서에서 각각 정화, 조명, 연합이라는 영성의 세계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소개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이 영성의 세계로 초대한다.

저자는 정화를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할 죄와의 싸움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를 위해 구약에서는 시편의 탄원시에 나타난 회개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죄와 고난으로 인해 삶의 방향설정이 어그러졌을 때, 탄원시의 회개를 통한 정화의 여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회복의 감사시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찬양시의 영성적 삶을 이루어갈 수 있다.

신약에서는 로마서 8장에 나타난 탄식에 주목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성령의 임재로 ‘이미’ 빛을 경험했으나 ‘아직’ 완전한 빛을 경험하진 못하고, 여전히 죄와 어둠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탄식은 어둠이 있는 세상 속에서 빛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이들의 영성적 특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탄식은 참 그리스도인들이 가진 영성적 특징이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바라는 정화의 작업이다.

저자는 조명을 진리 안에서 자유를 경험하는 길로 정의하였다. 이를 위해 구약의 욥기에 나타난 신정론에 주목하였다. 어둠이 모든 것을 덮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자기계시는 우리를 어둠 속으로 침몰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선명함은 어둠 속에서도 묵묵히 신앙의 여정을 걸어가게 해준다.

저자는 정화와 조명을 거쳐 연합의 영광스러운 길로 안내한다. 연합은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그 뜻에 일치하는 삶이다. 하나님과의 연합의 모습으로 창세기의 창조 영성, 아가서의 사랑의 영성,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기도의 영성, 로마서 12장의 산제물 영성, 복음서에 나타난 고난에 참여하는 영성을 묵상한다.

이는 자신의 지성, 정서, 의지 등을 하나님과 하나 되게 하는 여정이다. 하나님과 어긋난 자기중심적인 생각들 속에서 말씀을 통해 지성적으로 새로워지는 여정이다. 이기적인 자기 사랑에서 하나님 사랑으로,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것을 함께 사랑하는 정서적으로 새로워지는 여정이다. 기도를 통해 자신의 뜻을 새롭게 함으로, 하나님의 일에 자신을 드리며, 고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이라면 쫓아가는 의지적으로 새로워지는 여정이다. 어둠 가운데서도 빛으로 살아계신 그리스도처럼, 하나님의 형상을 이루어가는 여정이다.

 

3. 오늘, 여기의 영성

간혹 사람들은 영성을 “오늘, 여기의 삶”과 유리된 세상의 일처럼 이해하곤 한다. 그러나 영성은 “오늘, 여기의 삶”을 위한 것이다. “오늘, 여기에서” 우리는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과 교회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이런저런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다.

여기서 기억할 것이 있다. 21세기를 살아간다고 해서 이전과 다른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의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그 문제의 중심부에는 여전히 인간의 자기중심성이 똬리를 틀고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화와 조명, 연합의 여정을 통한 인간의 자기중심성, 이기성으로부터 자유하는 삶, 초월의 삶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에 대한 영성적 응답이자 시대마다 가면을 바꾸어가며 반복해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의 근원적 대답이다.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영적 갈망은 공상의 세계에서 하늘 위를 걷겠다는 그림이 아니다. 오늘의 구원을 이루기 위한 열망이다. 어둠 속에서 신실하게 빛을 추구하고 싶다는 열의이다. “오늘, 여기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간절함이다.

성서는 시대마다 이러한 갈망에 사로잡혀, 하나님과 함께 정화와 조명, 연합의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소개한다. 회개와 탄식으로, 사랑과 기도로, 때로는 고난에 참여함으로 그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오늘, 여기에서” 그 여정을 걸어보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열린, 영적 여정의 길에 들어섰다면, 이제 말씀과 성령을 관상의 자세로 대하며, 하나님과의 연합을 이루어 나가자. 오늘날 내가 가정과 교회, 사회에서 마주하는 어둠 속에서 정화와 조명, 연합의 과정을 통해 신실하게 빛을 향해 나아가자. 하나님의 은총에 기대어, “오늘, 여기에서의” 영적 분투를 멈추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성서에 펼쳐진 영성의 세계』는 영혼의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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