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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대화의 공동체
손원영  |  sohnw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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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9월 01일 (목) 22:30:39
최종편집 : 2022년 09월 02일 (금) 09:20:02 [조회수 : 2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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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교회(1) 종교대화의 공동체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

   
 

20세기를 대표하는 역사가 중 하나로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 1889~1975)가 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 옥스포드 학술회의에 참석하였다. 그때 그는 강연을 마친 뒤 한 청중으로부터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아놀드 경, 당신은 오늘날 가장 위대한 역사학자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만약 미래에 그러니까 200, 300년 뒤 역사가들이 20세기를 돌이켜 보면서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꼽겠습니까? 2차 세계대전이나 아돌프 히틀러의 대량학살일까요, 아니면 공산주의의 몰락 또는 여성 인권의 신장인가요? 우리 시대의 최고의 사건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러자 토인비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동양의 불교가 서양으로 건너와 기독교를 대체하는 일이지요.” 실제로 토인비의 예측대로 지금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기독교와 불교와의 만남과 또 그 차원을 넘어서 종교 간의 깊은 대화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종교 간의 만남이 항상 좋은 일로만 인도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사회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사무엘 헌팅턴(Samuel Huntington)이 오래전 그의 저서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 1996)에서 예견했듯이, 문명의 충돌 한복판에 ‘종교’가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그는 향후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큰 갈등을 염려하였다. 실제로 그의 예견이 맞기라도 하듯이, 21세기 초입인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에서는 정말로 끔찍한 ‘911테러’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적인 문제이지만, 분명히 그 이면에는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 사이의 충돌 곧 뿌리 깊은 종교 간의 갈등이 자리를 잡고 있음이 명백하다.

그런데 911 사건과 비교하면, 한국사회의 종교갈등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 사회도 종교적인 문제로 갈등이 적지 않았다. 조선 시대에는 유교가 불교를 위시하여 다른 종교를 박해하였고, 특히 조선말 천주교 박해는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가 신사참배를 모든 한국인에게 강요함으로써 종교 간의 갈등을 촉발시켰고, 그 결과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사참배를 거부하면서 목숨을 잃거나 혹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6‧25 때에는 공산당에 의해 교회가 박해를 받았고, 반대로 개신교와 밀접히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서북청년단은 제주도민을 살해하는 제주4‧3사건에 깊이 개입하면서 지금까지 제주에서는 종교갈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최근 일로는 1998년 여름 제주의 원명선원에 개신교인이 난입하여 수백 개의 불상을 부수는 훼불사건이 있었고, 그 후도 크고 작은 훼불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필자와도 큰 인연이 있는 사건이기도 한 개운사 훼불사건은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었다. 2016년 1월 중순 경북 김천의 개운사에 한 개신교인이 밤에 침입하여 불상은 우상이라며 모두 파괴하였고, 또 주지 스님에게는 ‘지옥에나 가라’며 폭언한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일로 약 1억여 원의 재산피해도 발생하였다.

이러한 종교 간의 갈등을 줄이고자 하는 전 세계 교회의 노력 역시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마도 이와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노력은 가톨릭교회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라고 말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란 용어로 널리 알려진 칼 라너(Karl Rahner) 등의 노력으로 이웃 종교와의 대화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였다. 그것은 당시 발표된 다음과 같은 공의회 문헌에 잘 나타난다. “가톨릭교회는 이들 종교(이웃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은 아무 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과 행동의 양식뿐 아니라 그들의 규율과 교리도 거짓 없는 존경으로 살펴본다. 그것이 비록 가톨릭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르다 해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를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 그러므로 교회는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더불어 지혜와 사랑으로 서로 대화하고 서로 협조하면서 그리스도교적 신앙과 생활을 증거하는 한편, 그들 안에서 발견되는 정신적 내지 윤리적 선과 사회적 내지 문화적 가치를 긍정하고 지키며 발전시키기를 모든 자녀들에게 권하는 바이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비그리스도교에 한 선언』(Nostra aetate)] 이러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대화 정신은 칼 라너의 제자인 한스 큉(Hans Küng)에게 이어졌고, 그는 세계인을 위한 윤리 구상으로서 “종교평화 없이 세계평화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한편, 개신교는 1948년 설립된 ‘세계교회협의회’(WCC)를 중심으로 종교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데 WCC의 탄생은 엄밀히 말해 시대를 한참 거슬러 올라가서 1910년 영국의 에딘버러에서 열렸던 세계선교사대회(World Missionary Conference)를 그 모태로 한다. 당시 세계선교사대회는 서로 다른 교파의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다종교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 때 이웃종교에 대해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고 또 협력하여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모임을 개최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후에 ‘국제선교협의회’(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 IMC)로 발전하여 활동하다가 WCC의 조직에 편입되었다. 따라서 WCC의 활동은 현재 ‘복음선교’(IMC: 복음 전도와 종교 간의 대화)와 ‘신앙과 직제’(Faith & Order: 신학, 성례전, 성직의 일치), 그리고 ‘생활과 봉사’(Life & Work: 정의와 평화의 구현)를 기본구조로 하여 진행되고 있다. 특히 WCC는 IMC 산하에 ‘종교대화국’을 설치하여 복음선교의 차원에서 이웃종교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교단 중 감리교회, 장로교(통합측), 기독교장로회, 그리고 성공회가 NCCK와 함께 WCC의 회원 교단으로 활동하면서 세계교회의 일치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감리교회를 비롯한 한국교회가 WCC의 활동 중에서 신앙과 직제 및 생활과 봉사 운동에는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지만, 복음전도와 관련한 종교 간의 대화에는 매우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유감스럽게도 한국교회가, 특히 한국감리교회가 WCC에 참여하는 핵심 교단으로서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따라서 금년 2022년 독일의 칼스루헤에서 열리는 WCC의 제11차 총회에 즈음하여, 한국교회는 종교 간의 대화에 소극적이었던 지난 교회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WCC의 핵심 가치인 복음선교와 종교평화의 구현을 위해 이웃 종교와의 대화에 보다 전향적으로 진지하게 나설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꿈꾸는 교회는 21세기 다종교 상황 속에서 복음을 새롭게 증거하기 위해 이웃 종교와 겸손히 만나 사랑의 친교를 나누며 대화하는 종교대화의 공동체이다.

 

* 이글은 손원영 저 <내가 꿈꾸는 교회>(모시는사람들, 2021)에 실린 글을 수정하여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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