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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필요할 때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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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8월 31일 (수) 21:56:45 [조회수 : 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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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떼었다가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남들은 등본 한 장이면 될 것을 나의 손에 쥐어진 등본은 2장이었다. 살아온 만큼의 이사 경력이 수두룩하였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현재 주소지만 선택하여 발급받아도 되었지만 그 때만 해도 잘 몰랐던 시절이라 전체를 신청했다가 나의 전입과 전출 여정이 그렇게 많았다는 것에 놀랐던 것이다. 거의 일이년에 한 번씩 옮겨다녔던 것인데, 그 이후 성인이 되어 도시로 이사를 와서도 거의 20년 가까이 등본에 전입 전출 신고를 수도 없이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친구들을 초대하여 놀다가 주인 아주머니한테 전기를 많이 쓴다고 호되게 혼나기도 했다. 일찍이 집 없는 설움을 겪었던 바요, 한 지붕 안에 살았던 집주인의 갑질이 유난했던 때였다. 그러다가 10년 전 훈련원으로 내려오면서 거의 10년을 지금의 집에서 붙박이로 살았다. 일이년에 한 번씩 이삿짐을 싸고 풀지 않아 좋았다. 

지금의 집에서 평생을 살 요량이었다. 그러나 지난 몇 해 전부터 비가 많이 내리면서 습기를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올해도 예상하지 못한 강수량으로 집 안은 거의 습지와 같았다. 집 안 문을 열면 맡아지는 습한 냄새가 코와 목구멍을 치고 들어와 처음으로 여름 내내 제습기를 틀고 살았다. 집 안의 물건들은 겨울도 아닌데 곰팡이가 하얗게 내려앉았다. 어제는 간만에 밥을 하려고 압력솥 뚜껑을 열었는데 그곳에도 곰팡이가 뿌옇게 서려 있었다. 마음이 착찹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작년 1월부터 6월까지 심한 감기를 앓고 난 뒤 미각과 후각을 잃었다. 6개월 앓고 난 뒤 미각과 후각은 예전의 예민함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여러 냄새를 잘 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습한 냄새도 아주 독하지 않는 한 그냥저냥 받아들이는 살짝 맛이 간 몸이 되었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몸의 기관 중 하나가 무뎌지면 다른 부분이 예민해지면서 사람에게 경고를 주는 것 같다. 후각이 무뎌지니 피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작은 반점들이 몸 이곳저곳에 생기면서 가려움에 어디서나 부끄러움 없이 벅벅 긁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이참에 거처를 옮겨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덜 습하고 좀 더 환한 곳으로. 그렇게 하여 고른 곳이 도찐개찐이지만 바로 옆에 비어있는 집이 좀 나아 보여 그곳으로 정했다. 

지금 그곳을 오며가며 수리 중이다. 시골 농가가 그렇듯이 어디를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어디를 수리해야 하는지 보이는데 차마 들춰내기 어려운 것이 또한 시골집이다. 개복을 하는 순간, 아뿔사! 하며 이마를 칠 것이다. 들이는 수고와 비용에 비해 나아질 기미가 크게 보이지 않는 집이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새로 이사를 가는 집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곳을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단장을 하고 있다. 먼저 도배를 시작했다. 그곳도 집 안에 들어서는 순간 곰팡냄새가 나를 반겨주었다. 방 안 사 면에도 하얀 곰팡이가 살고 있었다. 이전에 살다 간 젊은 내외가 황토로 단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습한 곳이라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또 여러 해 사람이 살지 않았던 곳이라 온기가 없어 더욱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들어가서 살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방습지도 붙이고 초배지도 붙이고 한지벽지도 붙여가며 꾸미고 있다. 그런데 날씨가 안 도와준다. 도배를 하고 난 후 바짝 갠 날이어야 상쾌하게 마를텐데, 음성은 여전히 장마 전선이 떠나지 않고 있다. 농사도 안되어 우중충한데 집 단장도 안 도와주니 마음이 영 마뜩찮다. 게다가 체력도 금방 소진되어 이래저래 우울한 지경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지금이야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일 년에도 수십 번 바뀌는 강산이 되었지만, 변하는 것에 몸을 사리며 10년 세월을 보낸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움직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거처를 옮기는 것에 이력이 난 몸이라 웬만하면 끝까지 머물려고 하였지만, 기후 위기의 시대에 예상치 못한 많은 비로 현재의 거처는 나로 하여금 마음을 바꾸게 하고 곰팡이와 습기와 이별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 덕에 나도 비록 도찐개찐이라 하는 집이라 할지라도 새 마음으로 새 거처에서 새 날들을 살아갈 것을 기대해본다. 아, 하나 더 좋은 점이 있다. 지금의 집은 손님맞이가 불편한 구조인데, 새로운 집은 손님맞이가 매우 용이한 집이다. 이미 친구 몇에게 초대장을 보내 놓은 상태다. 10년 살면서 한 번도 친구를 초대하지 않았으니 나도 참 무심한 사람이다. 그 이점 하나만으로도 변화의 부담을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다. 그러니 즐거운 마음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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