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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와 햄의 발전과정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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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8월 30일 (화) 23:14:33 [조회수 : 2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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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은 아니지만 아내와 평소 친분이 많던 한 분이 여러 가지 종류의 햄을 선물했다. 고급 햄세트를 선물로 받았는데 자신은 햄을 먹지 않는다며 그 중 일부를 아내에게 다시 선물한 것이다. 아내도 평소 고기종류를 많이 먹지 않기에 햄은 내 차지가 되었다. 받은 햄 중에서 삼겹살을 훈제하여 만든 햄을 며칠 동안 반찬과 간식으로 구워먹었다. 염지가 된 삼겹살을 훈제한 햄이라 살짝 구워 먹었는데 간이 잘 배어 있어 아주 맛있고 부드러웠다.

어린 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 있는 반찬은 소시지였다. 1960-70년대 진주햄이 어육소시지로 시장을 열었다. 크고 동그란 분홍소시지는 돼지고기가 아닌 연육35%, 돈지방 25%, 전분 40%가 함유된 소시지이다. 1980년에 CJ와 롯데가 돈육 시장에 뛰어들면서 돈육햄이 대중화되기 시작되면서 내 어린 시절 도시락반찬도 분홍소시지에서 비엔나소시지나 다른 햄반찬으로 점차 바뀌게 되었다.

지금도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가끔 마트에서 옛날 소시지를 사먹긴 하지만 소시지나 햄에 들어간 식품첨가물의 유해성 때문에 많이 먹지는 않는다. 붉은색을 내는 착색제인 질산나트륨이 인체에 들어가면 암을 유발하는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소시지나 햄을 많이 먹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상식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시지와 햄은 여전히 인기 있는 식재료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소시지와 햄은 언제부터, 그리고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소시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음식 중 하나이다. 기원전 5000년 현재 이라크 지역에서 살던 수메르인이 처음 소시지를 먹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하기 쉬운 고기를 동물 창자에 채워 넣어 보관한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도 양고기와 염소 고기를 동물 창자에 채워 넣은 라창이라는 소시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소시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고대 그리스의 눈 먼 음유시인 호메로스가 기원전 700년에 남긴 “오디세이아”에 나온다. 주인공인 아티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로 원정을 떠나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아내인 페넬로페에게 구혼자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집을 점거하고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나온다. 뒤늦게 고향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일단 구혼자들의 신상 정보를 파악하려고 거지로 위장하고 자신의 집에 잠입하는데, 마을의 불한당인 이로스라는 자와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된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구혼자들은 “저 늙은이(오디세우스)와 이로스 중 이기는 자한테 우리가 모닥불에 굽고 있는 창자 요리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창자 요리란 염소 위장에 돼지, 염소 같은 가축들의 피와 비계를 넣어 만든 음식이었다. 

이후 지중해 문명의 주도권이 그리스에서 로마로 넘어가면서 소시지도 함께 전파되었다. 로마인들은 그리스인들이 만든 소시지를 더욱 다양하게 발전시켰다. 로마시대에 귀족들이 먹지 않는 내장과 머리 부분의 고기와 가공하고 남은 찌꺼기 등을 버리지 않고 먹기 위해서 돼지 창자에 넣어서 찌거나 훈제해서 만들었다. 여기는 고기뿐만 아니라 피를 넣기도 했다. 한국의 순대와 비슷한 음식이다.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소시지가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불경한 식품으로 간주해 소시지 금식령까지 내리기도 했을 정도로 소시지는 로마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음식이었다.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여 훈제하는 햄과 베이컨도 로마시대에 등장했다. 카이사르를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로마의 공화정을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던 정치인 카토는 금육주의적인 인물로 유명했지만, 식탐만은 엄청나게 강했다고 한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돼지고기에 올리브기름과 식초를 발라 훈제한 햄이었다. 베이컨도 로마인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수분을 없애고 바싹 말린 베이컨은 장거리 원정을 자주 떠나던 로마 군인들의 군량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소시지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11세기 말부터 시작된 십자군 전쟁 때다. 전쟁에 나갔던 병사들이 귀국하면서 유럽에 소시지를 들여온 것이다. 중세로 접어들면서 소시지와 햄은 베이컨과 함께 유럽 전역에 널리 퍼져 일상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소시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 독일에도 전해지면서 본격적인 소시지 문화가 꽃을 피우게 되었다. 

유럽산 소시지는 대부분 돼지고기로 만든다. 특히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독일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소시지를 만드는데 그 종류가 무려 3000가지나 된다고 한다. 소시지의 종류가 많은 만큼 품질도 우수하다. 독일소시지 중에 대표적인 프랑크 소시지는 17세기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방의 소시지 기술자가 처음 만들어 ‘프랑크푸르터’라고 부르게 되었다. 또 유명한 비엔나소시지는 오스트리아 수도인 빈에서 처음 만들어 비엔나가 붙게 되었다. 

독일은 물론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걸쳐 다양한 맛과 형태로 발달한 소시지가 마침내 미국에까지 건너가게 되었다. 미국에 건너온 소시지는 핫도그의 탄생으로 더욱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독일에서 기원한 소시지로 만든 음식이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는 이름인 핫도그는 독일인이 사랑하는 반려견인 닥스훈트에서 유래된 것으로 실제로 닥스훈트는 큰 소시지를 연상시키는 강아지로 유명해 핫도그(Hot Dog:소시지 강아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소시지는 대부분 돼지 창자에 잘게 다진 돼지고기와 피를 넣어 만들었지만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튀세타 같은 것도 있었다. 이탈리아 명물 소시지인 살라미의 원형이 이 튀세타이다. 살라미는 이탈리아에서 즐겨 먹는 염장 건조 소시지이다. 1730년부터 만들어진 살라미는 현재 유럽각지에서 먹고 있다. 살라미를 미국식으로 비교적 매콤하게 제조한 것을 페페로니라고 부르는데, 주로 피자에 들어간다. 

살라미란 뜻은 소금을 뜻하는 Sale에 어원이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말려서 보관할 때 더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을 많이 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굉장히 짜고 향도 매우 강해서 아주 조금씩 잘라 먹는 특징 때문에 ‘살라미’라는 전술이 나왔다. ‘살라미전술’은 이 소시지처럼 아주 조금씩 단계별로 일을 진행해 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개항기에 독일 상인이 소시지를 들여와 한국에서 판매하면서부터 소시지를 먹기 시작됐다. 이후 1909년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에 위치한 왜관수도원에 온 베네딕트 수도회의 독일인 선교사가 수도원에서 처음으로 소시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수도원에서는 그때 독일선교사에게 전수받은 기술로 매년 소시지를 만들어 이웃과 함께하기 시작했고, 현대에는 분도푸드라는 작은 공장까지 지어 독일식 정통수제소시지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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