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성치 않은 나로서는 8년(목원 2년 포함) 동안의 신학수업이 고된 훈련이었다. 신학을 마치고 개척목회를 시작하였다. 내가 신학교를 간 목적은 ‘죽을 준비를 하기 위해서’이다. 29살에 대 수술을 하고 집에 앉아 죽을 생각을 하니 무언가 시도해 보거나 해 놓은 것 없이 그냥 죽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하여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죽을 준비를 좀 하고 죽게 해 주십시오.”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고 이 세상에 태어나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 게 안타까웠다. 내가 생각한 죽을 준비는 예수님처럼 살아보고 죽는 것이다. 헐벗고 굶주리고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돌보며 사셨던 예수님처럼 박애의 정신으로 잠시라도 살아보고 가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한 번 해 보겠습니다 하고 기도하였다.

     충주 남산 밑에 지하를 세 얻어 교회를 개척하고 창립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예배당을 깨끗이 정리정돈하고 손님 맞을 준비를 마쳤다. 예배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른 아침 손님이 왔다. 내가 충주제일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사역할 때 보았던 거지부부다. 그들은 주일예배시간이 되면 늘 교회에 왔으나 몸에 악취가 나서 예배당엔 못 들어오고 까치발을 띠고 유리창에 얼굴만 들이밀고 내가 인도하는 준비 찬송 소리에 맞추어 흥얼대던 거지 부부다. 그들이 내가 개척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워 제일 먼저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전도사니까 눈치를 보지도 않고 악취가 나는 옷을 그대로 입고 깨끗이 정리해 놓은 맨 앞좌석에 와서 앉아 싱글벙글 좋아한다. 그다음서부터 들어오는 손님들은 악취가 나서 킁킁대며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거지 부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떳떳이 앉아 있다. 믿음대로 되고, 기도한 대로 되었다. 내가 평상시에 늘 하던 말, ‘헐벗고 굶주리고 가난한 자들을 돌봐야지’ 하였더니, 바로 그런 분이 제일 첫 손님으로 오셨다. 아마 예수님이 그 모습으로 오셨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도 예수님은 줄곧 그런 모습으로 내 앞에 다가오실지도 모른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창립예배를 잘 마쳤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꿈꾸며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 에서 당당뉴스 독자들을 위하여 한 챕터씩 올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