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신대 철학과 김상일 박사님을 만나게 되다. 원주에 강의가 있어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뵈러갔다. 그 때 나는 충주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목회를 하고 있었다. 김상일 박사님은 연세대학교 신학과 출신으로 미국 클레어몽트 신학대학에서 존 캅 박사 밑에서 ‘불교(Buddhism)’로 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내가 종교철학과 학부생일 때 종철과 주임교수로 감신대에 오셔서 불교학 개론을 강의 하셨다. 그분은 심성이 온화하시고 덕이 있으셔서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몇 몇 감신출신 교수들의 알력으로 감신대를 떠나 한신대에 가서 철학을 가르치던 중이셨다.

     내가 김상일 박사님의 스승인 존 캅 박사의 불교를 정리하여 석사논문을 썼으므로 김박사님께 내 논문을 보여 드리려고 논문을 가지고 원주로 가서 만나 뵈었다. 김박사님이 한참 내 논문을 훑어보시더니 “이 논문 미국의 존 캅 박사님에게도 보내시오”하는 것이다. 하여 “주소도 모를 뿐만 아니라 그 분이 한국말을 모를 텐데 보내면 이해를 하시겠느냐” 물으니 “미국 대학 주소는 내가 이메일로 보내 줄 것이니 염려 말고 보내시오. 그리고 그분의 제자들 중에 한국학생이 많으니 보내면 그들이 번역해 줄 것이오.” 하여서 내 논문이 미국 클레어몽트 대학에까지 보내지게 되었고 그것을 연으로 아래와 같이 존 캅 박사를 직접 만나는 계기도 되었다.

     그 후 한 1년 후쯤 되었을까? 김상일 박사님이 전화를 하셨다.

     “한국에서 ‘세계 화이트헤드 철학회’가 있는 데, 약 60여 국가에서 100여 명의 ‘화이트헤드 철학회’ 철학자들이 모인다. 그리고 그 학회의 총회장이 존 캅 박사이고 나는 한국지부 지부장이다. 그 때 미국에서 존 캅 박사도 오실 것이니 그 때 와서 당신이 석사논문으로 쓴, ‘존 캅의 불교신학’을 발제를 좀 하시오!”

     “그걸 내가 어떻게 세계석학들 앞에서 영어로 발제를 해요?”

     “괜찮아요, 결론 부분만 간단히 하면 돼요!”

     그 때 어느 호텔에서 모였는지 지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열심히 영어로 준비해서 발제를 하였다. 순서에 따라 오픈 세미나와 주제발표를 마치고 10개의 파트로 나누어서 주제별로 발제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김상일 박사님이 존 캅 박사님을 모시고 내가 발제하는 방으로 오셔서 내 바로 앞에 앉아 열심히 내가 하는 ‘존 캅의 불교신학’에 대한 발제를 들으신다. 그리고 내가 발제를 모두 마치자. 존 캅 박사님이 두 손을 들어 한참 박수를 쳐 주시다. 내 콩글리쉬가 통했나보다. 내가 존 캅 박사의 입장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폈는데도 좋게 받아 들이셨나보다. 존 캅 박사님을 모시고 나가며 김상일 박사님이 나에게 “시골 목회자가 언제 그렇게 영어공부를 많이 했어요?”하며 나의 영어를 칭찬해 주시다. 실은 내가 영어실력이 있어서 잘 한게 아니고 발제 내용을 번역해 놓고 실 수 하지 않으려고 많은 리딩 연습을 한 덕분이다. 아무튼 세계석학들 앞에서 큰 실 수 없이 잘 마쳐서 보람이었다.

     그렇게 하여 이 시골교회 목사가 세계 철학자들 앞에서 화이트헤드 과정철학에 영향 받은 과정신학의 입장에서 ‘기독교와 불교와의 대화의 가능성’에 관하여 발제를 하였다. 비록 시골 목사이지만 세계에서 모여든 과정철학자들 앞에서 발제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나로선 잊지 못할 영광의 시간이었다. 내 몸이 연약한 것에 너무 매이지 말고, 두려워하지 않고(사41:10) 바른 정신으로 앞을 향하여 믿음으로 준비하고 굳세게 정진하는 자에게 크고 놀라운 기회가 열린다. 이는 믿음의 큰 능력(데후1:11)이다.

    * 위 글은 필자가 펴낸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꿈꾸며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 에서 당당뉴스 독자들을 위하여 한 챕터씩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