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준석이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은 윤 심의 작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번 권성동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윤 대통령이 이준석을 가리켜 “내부 총질하는 대표”라고 한 것을 보면,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지금 국민의 힘의 상황을 비상사태로 몰고 가면서 비대위 체재를 추진하는 데에는 이준석을 대표직에서 몰아내려는 의도가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윤 대통령이 아량을 가지고 이준석을 끌어안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의 워싱턴 대통령과 링컨 대통령은 그들의 정적들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자기를 핍박한 박정희 대통령을 용서하고 끌어안았다. 이제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었으니 전에 섭섭한 일이 있었더라도 이준석 당 대표를 끌어안아야 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직전까지 죄의 유무를 따지고, 죄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공소 제기하는 검사였다. 그가 검사직을 올곧게 수행했기 때문에 검찰총장에 임명되었다. 그리고 그가 무죄한 자기를 죄인으로 몰아세우는 정권에 맞서 싸워서 이기는 것을 보고 그의 판단과 용기와 결단에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성공한 검사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라고 법을 지켜나가야 하지만, 대통령은 여당과 대화하면서 정권을 잘 이끌어나가야 할 뿐 아니라 야당과도 협치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당선 초기에 협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는 그 약속을 잊은 것 같다. 유무죄를 엄격하게 구별해서 벌해야 하는 검사의 일과 협치해야 하는 대통령의 일이 다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검사 이력이 대통령직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기독교인들은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기독교인들도 검사처럼 죄의 유무를 따지면서 악을 행한 사람을 단호하게 단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예수님이 가르치신 대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해야 하는 기독교인들이 지향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주권과 죄를 중시하는 구약의 세계에 사는 유대인들의 율법주의를 비판했다. 그런데 기독교에서도 구약을 경전에 포함시켰고, 보수적인 목사들은 구약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구약에 물들어 있다. 그리고 유대인들처럼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어서 독선적인 태도가 강하다.

한국교회가 수많은 교파와 교단으로 갈라진 것은 교회 지도자들의 독선적인 태도로 인해서 상대를 품는 아량이나 융통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경에 대한 해석이 조금만 다르면 갈라서고, 교리에 대한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이단으로 몰아세운다.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가르치신 화해나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분파와 불화는 지도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신도들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도자들에게 부족한 아량과 융통성을 그들의 지도를 받는 교인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사회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교인들에게 융통성이 없다고 불평한다. 나는 앞에서 윤 대령에게 아량과 융통성이 없다고 말했는데, 실상 우리는 윤 대통령을 비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수님과 바울의 아량과 융통성을 한 번 더 되새겨 보면 좋을 성싶다.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처럼, 자기가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복음 전파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그런 권한을 내세우지 않고 천막을 만들어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자비량 목회를 했다. 

그리고 그는 제사 음식을 먹어도 괜찮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것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 믿음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그런 음식을 먹지 않았다. 또한 그는 전도를 위해서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율법 없는 사람에게는 율법 없는 사람처럼, 약한 사람에게는 약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화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을 강조하신 예수님은 관습이나 율법을 잠재하고 융통성을 발휘하셨다. 이방인과 상종하지 않던 그리고 여자를 무시하던 시대에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 전도하셨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을 범했다고 고발했을 때, 예수님은 율법을 어긴 제자들을 책망하시지 않았다. 그들이 배고파서 율법을 어긴 것을 안타깝게 보시고 고발자들에게 안식일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심지어 간음하다가 잡혀 온 여인에게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겠으니 앞으로는 죄를 짓지 말라고 타이르면서 돌려보내셨다. 그리고 수제자 베드로가 세 번이나 당신을 부인했지만, 예수님은 배반자 베드로에게 당신의 양을 돌보는 큰 사명을 맡기셨다. 

우리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할까? 이준석이 어느 교회의 수석 장로라고 가정해 보자. 교인들이 담임목사에게 가서 수석 장로가 젊을 때 성상납을 받았다고 고자질했다. 그 장로가 신구약에서 중죄로 규정하고 있는 간음죄를 지었을 뿐 아니라 평소 “내부 총질”을 해왔으니, 목사는 그 장로에게 간음죄 외에 괘씸죄까지 적용해서 그를 벌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교회의 담임목사가 예수님이라면 그 말을 듣고 어떻게 하셨을까?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실 것이다. “젊을 때는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지요. 그 사람이 장로가 된 것을 보면 그가 철저히 회개하고 모범적으로 신앙생활을 해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요. 그러니 지금 그걸 문제 삼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 우리가 예수님에게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