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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로의 길을 가라 친구야!
황대성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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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8월 02일 (화) 01:47:56
최종편집 : 2022년 08월 03일 (수) 04:09:52 [조회수 :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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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부터 저는 언론에 ‘코로나의 선물’이라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독한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로 인한 교회가 당한 어려움과 앞으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점검해 보면서, ‘한국 감리교회는 카스트가 되었다.’고 정의했습니다.

그보다 전에 충북연회 감독 취임식에서 축사하면서 ‘한국교회의 강단이 무너졌다’고 외쳤습니다. 그 이유는 강단 언어의 타락입니다. 한국교회는 언어의 인프레이션이 너무 심합니다. 특히 오늘과 같은 취임식이나 정규예배가 아닌 행사에서 보면, 감독님에 대한 찬사와 극존칭, 감리사님에 대한 높임말과 목사님, 장로님, 회장님, 심지어 성도님들까지 높일 대로 높입니다. 그리고 제일 밑바닥에 하나님이 있습니다. 당신이라고 불리는 존칭 없이 대우받는 분은 우리가 믿는 주님이라고 부르는 전능하신 하나님입니다.

제가 청주와 충주에서 2번 감리사를 했습니다. 15년의 그 사이에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회의 끝나고 식사 자리에 가면 안쪽에 중앙에 감리사의 자리를 비워 놓았던 임원, 실행부 위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2번째 감리사를 할 때는 회의 끝나고 조금 늦게 가보면 제일 상좌에 어김없이 장로들이 앉아 있습니다. 목사들은 끝자리에 앉아 있고, 감리사는 신발장 앞에 빈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여기는 안 그런지 모르겠어요? 모르긴 몰라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하디1903 대회를 앞두고, 상임준비위원장과 선교부 총무와 공동위원장과 홍보 책임을 맡았던 제가 여선교회 전국대회에 참석했습니다. 당연히 반갑게 맞아 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선교회 대회에는 감독회장 외에는 목사들은 아무도 참석을 허락하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구걸하다시피 대기하다가 몇 분의 시간을 얻어서 강단에 올라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본 행사 중에도 거듭해서, 회장도 사회자도 지방의 회장단도 ‘여기에는 목사님들도 올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외쳐댔습니다. 목회자들의 후드를 흉내 낸 황금색 천을 고급 한복에 걸치니까 전국회장은 여왕 같고, 연회 회장들이 함께 강단에 서니까 여성 특유의 고음이 점점 더 올라갔습니다. 저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한국교회에, 제자들까지 배반하고 도망한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 밑에까지 따라갔던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이름 없이 주님을 따르던 여인들은 없다는 절망감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물론 그 책임은 저를 비롯한 목회자들에게 있습니다. 감리사와 감독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도 목사들이고, 높은 자리와 영광을 차지하려고 평신도들, 장로님들을 앞세우던 것도 목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탄탄한 카스트 제도를 완성했습니다.

 

부족한 교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한국교회의 순박하고 정치에 오염되지 않고 종교 권력에 편입되지 않은 마지막 남은 장로가 바로 내 친구 장수라는 것을 증언하고 싶어서입니다. 우리는 시골의 신설 상업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공부하고 싶어도 그걸 받아주고 키워주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갈등만 깊어져서 제가 학생회장에서 쫒겨 나고, 장수가 이어받았습니다. 저는 그 후에 엄청난 고난의 길을 돌고 돌아서 목회자가 되었고, 깊은 상처로 남은 학창 시절의 일은 애써 잊으려 했습니다.

40여 년이 흐른 후에. 불쑥 친구들이 교회로 찾아왔습니다. 장수는 고등학교 때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말하려면 코끝에서부터 빨개지고, 선한 웃음이 얼굴 가득하던 소년으로 찾아온 것입니다. 달라진 것은 신실한 신앙인이 된 것입니다. 권사라는 것이 제일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함께 찾은 친구들 대부분이 신실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그 후 10여 년 동안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며 지켜본 장수는 놀랍게도 60-70년 대의 세계 교회가 부러워하던, 한국교회의 신실한 성도 그대로였습니다. 순종과 겸손이, 그리고 사랑으로 무한 섬김이 몸에 밴 정도가 아니라, 숨 쉬듯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반사적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수의 취임식을 허례허식과 공허한 찬사와 상투적인 수사로 채워지는 취임식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신앙인을 한국교회에 증언하고 싶었습니다.

 

친구야!

너의 신앙, 너의 우정, 너의 주변을 향한 배려와 사랑이 너무 아름답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참석하여 환호하지는 못해도. 우리 주님께서 친구를 제일 기뻐하시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진심으로 존경과 찬하를 보낸다.

친구 최장수 장로야!
조금도 흔들림 없이 끝까지 지금처럼 주님의 손 꼭 붙잡고 달려가라!

목회를 40여 년 해보니까, 장로 되고 변하지 않은 사람이 없더라. 권사 때 그렇게 겸손하고 충성하고 순종하던 사람도 장로가 되면 정치적이고, 명예를 탐하며, 목사와 교회를 힘들게 하는 괴물이 되더라.

장수야!
지금처럼, 목사는 담임목사님 딱 한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해라. 장로에게 다른 목사들은 목자가 아니라, 정치적인 거간꾼이더라. 감리사, 감독들을 멀리해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치가 있을 때만 찾는 사람들이란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견뎌 낼 수 없는 시골의 신설 상고를 졸업하고 진로가 막막해하는 친구들에게서 ‘장수가 일신산업에 들어가서 이사 딸과 결혼했대’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모두 부러워했습니다. 저도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저는 그때, 신학을 하고 목회를 시작하면서 죽을 고생을 하던 때였습니다.

이제 다시 봐도 장수는 결혼을 잘했습니다. 아직도 부럽습니다. 좋은 직장의 높은 지위나 재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신실한 믿음의 여인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장수와 같이 꼿꼿하게 한발자국도 조심스럽게 내딛는 친구는 전도하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아마 부인이 아니고서는 지금의 장로 최장수는 없을 것입니다.

건국대 교수였던 문인 임옥인 교수가 쓴 한국적 여성상에 관한 수필이 있습니다. 상처받고, 넘어지고 실패해서 절망한 남편, 아이들을 다 품어내는 무한한 인내와 포근하게 감싸주는 가슴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따랐던 여인들,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가 또 그렇지 않습니까? 한국감리교회가 있게 했던 우리들의 어머니들의 신앙이 그랬습니다.

아직도 뒤에 숨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영주 권사님! 존경과 사랑의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친구에게 축시를 바칩니다.

 

장로, 그 이름!

 

                                             황대성

 

침묵으로써야 하는 이름이 있다

거품처럼 일었다가 하릴없이 스러져가는

어찌 광란의 무대에 놓을 수 있으랴

또렷한 정신으로 아픔을 견디며

목구멍으로 삼켜야 하는

 

눈물로 써야 하는 이름이 있다

철부지 부둥켜안고 돌팔매를 맞으며

찢긴 가죽을 깃발 삼아

외진 길 홀로 걸으며 가슴에

흐르는 눈물이 별이 되기를

기다리는 사람

 

붉은 피로만 써야 하는 이름이 있다.

일 년 열두 달 새벽길을 열어

성전에 쏟아 놓은 선혈

새 신자가 버리고 간 십자가

집사가 집어 던진 십자가

때론 목회자가 짐짓 외면 해 버린

십자가까지 부둥켜안고

웃으며 가야 하는 길

 

   
▲ 황대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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