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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김정호  |  fumc@fum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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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7월 31일 (일) 23:50:24 [조회수 : 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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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보스톤한인교회 부목사 시절, 홍근수 목사님이 설교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신다고 휴가를 떠나셨는데 뉴욕에서 도둑맞으신 일이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인지라 모두 손으로 쓴 원고였습니다. 가슴이 아프실텐데도 “처음에는 많이 속이 상했는데 왠지 시원하다.” 웃으셨습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고민 많이 했는데 저는 어제 보스톤 신대원 다닐 때 썼던 페이퍼들과 40년 설교 원고 모두를 교회 큰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사무실 책장 한쪽이 무거워 무너져 내린 것 때문에 그랬습니다. 읽지 않으면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나의 마음에 자부심을 주었던 책들 마음 먹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먼지는 왜 그리 많고 구석구석 별의 별것들이 다 있습니다. 과감하게 버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신학교 다닐 때 부터 중고 책방에서 책 구경하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돈이 생기면 책 사는 것이 기쁨이었습니다. 오래 전 대전 어느 서점에 들렸는데, 서남동 안병무 선생님 책들이 너무 싼값에 있기에 샀더니 주인이 “이런 책을 사는 분이 있네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귀한 책이 어찌 이리 싼가요?”했더니 창고에 책이 더 있다고 하면서 요즘 사람들이 그런 책 안 산다고 합니다. 이민 가방으로 가득 사가지고 미국으로 들어왔던 일이 있습니다. 그 책들이 그렇게 취급 당하는 것이 왠지 속이 상해서 그랬습니다.

얼마 전에 목회공부 모임에서 한국신학연구소 김준우 목사님이 번역하는 책들을 공동으로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책을 찾아 번역해 주시고 공부모임에는 50% 할인해 준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이제는 버려야 하는 때이니 정말 읽어야 할 책만 사야합니다. 김성찬 목사님이 은퇴하시고 캘리포니아로 이사가면서 가지고 있던 책을 스캔하고는 다 버렸다는 말을 듣고 문화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책 겉장을 떼고 하나씩 스캔을 하고 버릴 수 있다는 그 현실이 제게 생소합니다. 그런데 그래야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떠나는 길 그 많은 책을 짐이 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성경과 ‘기쁨의 언덕’ 큐티 책 그리고 매주 설교하는데 필요한 교회력 자료 순위로 책을 정리했습니다. 은퇴를 하면 멀리 있는 책들은 정리할 것이고 나중에는 성경만 남을 것 같습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아버지 책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책 모으는 것을 평생 중요하게 여기셨었습니다. 아버지 책을 보면 책 앞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제가 이 책을 구했습니다.”라는 글이 써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에 줄을 치시고 자기 생각을 적어놓은 책들인데 제가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아버지 떠나신지도 50년 가까이 되는데 사택 지하실 책장에는 아버지 책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생각해보니 평생 정리하는 것을 잘 못했습니다. 버리는 것을 잘 못하고 여기저기 늘어놓기를 잘합니다. 신기한 것은 그것도 시스템인지 항상 찾을 것은 잘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아주 잊어 먹거나 찾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안경과 셀폰, 열쇠 그리고 보청기를 놔둡니다. 뭘 찾느라 온 동네를 헤매는 일들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막혔던 것이 열리고 지저분한 것이 정리되고 공간에 여유가 생기니 정말 ‘빈터에 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주여, 여기에 성령 바람을 불어 주시고 예수 생명수 흐르고 치유의 광선을 비추옵소서!

김정호/후러싱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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