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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천사의 시》 (Der Himmel über Berlin, 1987)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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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7월 18일 (월) 22:53:10
최종편집 : 2022년 07월 18일 (월) 22:56:11 [조회수 : 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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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천사의 시》 (Der Himmel über Berlin, 1987)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뉴 저먼 시네마’의 기수로 불리며 독일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은 《파리 텍사스》(1984),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1999), 《피나》(2011) 등의 작품을 만든 예술영화 감독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흠뻑 빠져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독일에서 유명세를 얻은 후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식 제작 시스템에서는 도저히 예술영화를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한 편의 예술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영화가 바로 《베를린 천사의 시》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제목에 들어있는 ‘천사’는 은유나 상징이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이 정말로 천사들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천사들에 관한 설정은 독특하고 흥미롭다. 첫째, 천사들의 주 임무는 인간들 주변을 맴돌며 그들을 관찰하고 보고하는 일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인 천사 다미엘과 카시엘은 베를린 지역을 관할하는 천사들 중 하나다. 둘째, 천사들은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이 설정에 근거하여 영화에서는 천사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따라서 천사들의 회합장소인 시립도서관은 흥미롭게도 천사들 입장에서는 말소리로 가득 찬 가장 시끄러운 장소로 묘사된다.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린 아이들의 눈에는 가끔씩 보인다는 설정도 있다. 셋째, 천사들은 영원히 존재하는 존재들인데 역설적이게도 이 영원함은 단조로움과 지루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천사들이 맛이나 온도 같은 인간의 감각을 느낄 수 없는 것으로 형상화되며, 천사들의 시점을 반영하는 내내 영화가 흑백으로 진행되는 것으로도 표현된다. 그렇게 사람들을 관찰하던 한 주인공 천사는 우연히 한 인간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 영원성을 버리고 인간이 되기를 감행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들은 하나님을 보좌하는 신적인 존재다. 그들은 늘 하늘에 머물며, 오직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자(使者)의 역할을 수행할 때에만 인간들과 관계한다. 하지만 어떤 신앙에서는 인간들과 가까운 천사의 모습도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수호천사 같은 존재들이 그렇다. 만일 보이지는 않지만 천사들이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어떨까?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는 이런 상상을 영화적 나래로 펼쳐본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다. 영화의 원래 독일어 제목은 ‘Der Himmel über Berlin’, 직역해보자면 ‘베를린 위의 하늘’이다. 이와는 달리 영어로 번역된 제목은 ‘Wings of Desire’다. 아마도 인간이 되고 싶은 천사의 바람을 반영한 듯하다. 제목만 놓고 보자면 건조하기 짝이 없는 독일어 제목이나 다소 직설적인 영어 제목에 비해 ‘베를린 천사의 시’라는 우리말 제목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영화에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 설교의 내용보다 단 하나의 예화가 평생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고, 전체 소설의 내용보다 단 한 줄의 문장이 평생 삶 속에 각인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생각할 때마다 생각나는 두 장면은 바로 그런 종류의 것이다. 천사들은 인간들 주변을 맴돌매 단순히 그들의 삶을 관찰만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사람들을 위로하고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주려 애쓴다. 예를 들어 다미엘은 전철 안에서 절망에 빠진 한 남자 곁에 조용히 앉아 그를 감싸 앉고 머리를 맞댄다. 그러자 갑자기 남자는 희망의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물론 안타깝지만 이런 노력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 남자의 자살을 막지 못한 천사 카시엘의 절규는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이 장면들이 가슴에 오래 남은 이유는 어쩌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저런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은 끊임없이 우리 곁에 계시면서 지금도 희망을 불어넣으려 무던히 애를 쓰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모든 날들에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바로 그 예수님의 약속처럼.(마 28:20 – 우리말 성경에는 ‘함께 있으리라.’로 마치 미래처럼 번역되어 있지만 원어의 시제는 미래가 아니다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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