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제임스성경과 한글개역성경의 오역들

여러 한글 성경들을 읽다 보면, 어떤 성경 구절들은 우리말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부득불 여러 종류의 다른 성경들을 참고하여 읽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에는 10여 종의 한글 성경들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성경 구절들은 다른 성경들을 참고하면 대부분 의문나는 점들을 해결하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구약성경 신명기 24장 7절에 나오는 우리말 동사에 해당하는 ‘후리다’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는 한글개역성경(1961년)에만 나오는 단어인데,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 번역자들은, 이 단어가 현대에 와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 판단하여 ‘후리다’라는 단어를 ‘유인하다’는 단어로 바꾸어 번역하였다. 그리고 킹제임스 한글성경 번역들은 이것을 ‘훔치다’라고 잘못 번역하였다. 그렇다면 10여 종의 다른 한글 성경들과 외국어 성경들은 이것을 어떻게 번역했는지 살펴보자.

- 신명기 24장 7절을 올바로 번역한 성경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표준새번역성경) 어떤 사람이 같은 겨레인 이스라엘 사람을 유괴하여 노예로 부리거나 판 것이 드러나거든, 그 유괴한 사람은 죽여야 합니다. 당신들은 당신들 가운데서 그러한 악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현대인의성경)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 동족인 이스라엘 사람을 유괴하여 그를 노예로 부리거나 팔면 여러분은 그 유괴범을 처형하여 여러분 가운데서 이런 악을 제거하십시오.

(공동번역성서) 같은 동족인 이스라엘 사람을 부려먹거나 팔 생각으로 유괴한 자가 있거든 그를 죽여버려라. 그리하여 이런 나쁜 짓을 너희 가운데서 송두리째 뿌리뽑아야 한다.

(쉬운말성경)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서 누구라도 자기 동족을 유괴하여 종으로 부려먹거나 …

(우리말성경) 자기 형제 이스라엘 사람을 납치해서 종으로 대하거나 팔면 그 납치한 사람은

(쉬운성경) 이웃을 유괴하여 종으로 삼거나 파는 사람은 죽이시오 …

(바른성경) 어떤 사람이 자기 형제인 이스라엘 자손 중 한 사람을 유괴하여 그를 노예로 부리

(가톨릭성경) 어떤 사람이 자기 형제인 이스라엘 자손 하나를 납치하여 혹사하거나 팔아

(메시지성경)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한 사람을 유괴하여 종으로 삼거나 팔아넘기다가

(중국어성경) 如果發現有人拐帶了(납치하여)以色列人的一個兄弟

(일본어성경) 同胞である イスラエル の 人人 の 一人を 誘拐して(유괴하여)，

(NASV미국표준역성경) "If a man is caught kidnapping(유괴하여, 납치하여) any of his countrymen of the sons of Israel,

(NIV신국제역본영어성경) If a man is caught kidnapping(유괴하여, 납치하여) one of his brother Israelites and treats him as a slave or sells him,

(히브리어 원어성경)

כי־ימצא איש גנב נפש מאחיו מבני ישראל והתעמר־בו ומכרו ומת הגנב ההוא ובערת הרע מקרבך׃

(어떤 사람이 자기 형제 곧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한 사람을 유괴하여 … )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의 사회생활에 관한 법 중에서, ‘유괴(납치)에 관한 규정’에 대한 내용이다. 당시 고대 근동사회에서는 유괴(납치)가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본문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을 ‘유괴한 자’는 남의 생명을 담보로 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로써, 살인자와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예시한 바와 같이, 밑줄 친 한글 성경들은 대부분 ‘유괴하다’ 또는 ‘납치하다’로 번역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표준새번역성경)이 가장 알기 쉽게 번역한 것을 볼 수 있다. 곧 “어떤 사람이 같은 겨레인 이스라엘 사람을 유괴하여 노예로 부리거나 판 것이 드러나거든, 그 유괴한 사람은 죽여야 합니다. 당신들은 당신들 가운데서 그러한 악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라고 했다. 중국어성경은 拐帶了(납치하여)로 번역했고, 일본어성경은 誘拐して(유괴하여)로 번역했는데, 이 두 번역들은 다른 한글 성경들의 번역처럼 올바로 번역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영어 성경들 가운데 NASV미국표준역성경과 NIV신국제역본성경은 kidnapping(유괴하여, 납치하여)로 번역했는데, 이 번역도 여느 번역들처럼 올바로 번역하였다.

- 그런데 다음 성경들은 본문(신24:7)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번역한 성경들이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사람이 자기 형제 곧 이스라엘 자손 중 한 사람을 후려다가 그를 부리거나 판 것이 발견되거든 그 후린 자를 죽일찌니 이같이 하여 너의 중에 악을 제할찌니라

(한글개역개정성경) 사람이 자기 형제 곧 이스라엘 자손 중 한 사람을 유인하여 종으로 삼거나 판 것이 발견되면 그 유인한 자를 죽일지니 이같이 하여 너희 중에서 악을 제할지니라

(킹제임스영어성경) If a man be found stealing(훔쳐다가) any of his brethren of the children of Israel, and maketh merchandise of him, or selleth him; then that thief shall die; and thou shalt put evil away from among you.

(킹제임스흠정역한글성경, 정동수) 사람이 자기 형제 곧 이스라엘 자손 중 한 사람을 훔쳐다가 그를 상품 취급하거나 판 것이 발견되거든 그 도둑을 죽일지니라. 너는 너희 가운데서 악을 제거할지니라.

(한글킹제임스성경, 이송오) 만일 어떤 사람이 이스라엘 자손인 자기 형제들 중 누구를 훔쳐다가 그를 노예로 부렸거나 팔았으면 …

(KJV완역한글판성경, 서달석) 만일 어떤 사람이 이스라엘 자손인 자기 형제들 중 누구를 훔쳐다가 그를 부렸거나 그를 판 것이 …

(킹제임스공인역직역본 한영대역성경, 이일배) 만일 어떤 남자가 이스라엘의 아이들인 그의 형제들 중 누구를 훔치는 일이 발각되어, 곧 그를 거래하거나 …

여기서 한글개역성경은 ‘후리다’로 번역했는데, 우리말 국어사전에서 ‘후리다’의 뜻은 “휘둘러 몰다, 모난 곳을 깎다, 갑자기 잡아채서 빼앗다, 남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여 꾀어내다.” 등으로 나와 있다. 이처럼 오늘날 일상적으로 ‘후리다’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므로, 사전을 통해 그 뜻을 찾아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어서, ‘사람을 후리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은 이해하기 어려운 번역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한글개역개정성경은 ‘유인하다’로 번역했는데, ‘유인하다’의 뜻은 ‘남을 꾀어낸다’는 말이다. 이 용어는 개역성경의 ‘후리다’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번역이라 할 수 있지만, ‘유인하다’라는 의미가 ‘유괴하거나 납치하다’는 뜻과는 약간 거리가 있으므로, 적절한 번역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개역개정성경은 출애굽기 21:16에서는 “사람을 납치한 자가 그 사람을 팔았든지 자기 수하에 두었든지 그를 반드시 죽일지니라.”고 했다. 왜 개역개정성경은 여기서도 ‘유인한 자’로 번역하지 않고 ‘납치한 자’라고 일관성 없이 번역했을까? 여기서 ‘납치하다’의 히브리어는 ‘가나브(גנב 스트롱 코드번호 1589)’이다. 말하자면 개역개정성경은 일관성 없이 번역하였던 것이다. 이를테면 본문인 신24:7도 ‘유인하다’가 아닌, ‘납치하다’로 번역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옳은 번역인 것이다.

그 다음으로, 킹제임스영어성경은 stealing(훔쳐다가)로 번역하였다. ‘훔치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몰래 가져갈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지, 이 말을 사람에게 적용하여 ‘사람을 훔치다’라고는 통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히브리어 ‘가나브(גנב 스트롱 코드번호 1589)’의 원뜻은 ‘훔치다(stealing)’라는 뜻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앞뒤 문맥상으로 볼 때, ‘사람을 꾀어서 유괴(납치)하다’라는 뜻이다. 킹제임스영어성경은 이 점을 간과하고 stealing(훔쳐다가)로 잘못 번역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킹제임스영어성경을 한글로 번역한 한글킹제임스성경들도 전부 다 ‘훔쳐다가’로 잘못 번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킹제임스영어성경)은 출애굽기 21:16에서도 And he that stealeth a man, and selleth him (사람을 훔쳐서 팔거나), or if he be found in his hand, he shall surely be put to death. 이처럼 ‘사람을 훔쳐서 팔거나’로 번역하였다. 하지만 (NIV신국제역본영어성경)은 출21:16에서도 Anyone who kidnaps another and either sells him(사람을 납치하여 팔거나), 이와 같이 옳게 번역했고, (NASV미국표준역성경)도 출21:16에서도 He who kidnaps a man, whether he sells him(사람을 납치하여 팔거나) 이처럼 일관성 있게 번역하였다. 그러나 (킹제임스영어성경)은 위와 같이 ‘훔치다’가 아닌 ‘납치하다’로 여기서도 오역하였다.

그리고 앞서 살펴봤듯이 중국어성경과 일본어성경도 ‘유괴(납치)하다’로 옳게 번역하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글 성경들도 이 성경들을 모방하여, 앞서와 같이 ‘유괴하다’ 혹은 ‘납치하다’로 적합하게 번역하였다.

한국 교회는 초창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장로교회가 가장 큰 교단이며, 이 교단이 국내 개신교회의 약 70%를 차지해 왔다. 한국 개신교회들이 약 한 세기 동안 사용해 온 한글개역성경은, 거의 대부분 장로교단에 속한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번역한 성경이다. 장로교인들은 초창기부터 수십 년 동안, 한글개역성경은 단 한 점의 오류도 없는 성경이라고 주장하며 홍보해 왔다. 그리하여 새로운 한글 성경들이 나올 때까지 오랜 세월 동안, 어느 누구도 입을 열어 개역성경의 번역에 대한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 이것은 교인들의 믿음이 좋아서라기보다, 성경 번역에 대한 무지와 함께 자기네 교회나 교단에 대해 맹목적으로 순종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를 전후하여 10여 종의 다른 한글 성경들이 번역되었고, 이와 함께 한글개역성경에 대한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개역성경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고, 또 개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998년에 한글개역성경을 수정‧보완하여, 한글개역개정성경이 출간되었다. 당시 대한성서공회는 한글개역개정성경의 출간 사유를 “한글개역성경은 번역된 지 한 세기에 가까운 옛 번역이므로 계속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말하자면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글의 맞춤법이 달라졌으며, 사람들이 사용하는 실제 언어도 변화를 겪고 있으므로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당시 한글개역개정성경이 출판된 이후에, 수많은 교회들은 개정된 성경을 환영하며 고마워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교단들에서는 새로운 개역개정판 사용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개정판 성경 사용을 다년 간 거부하기도 했다. 그후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오늘날에는 개신교회의 약 95%가 ‘한글개정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약 5%의 개신교회들은 아직도 ‘개역성경’만이 최고의 성경이라고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개신교의 이단들과 사이비에 속한 교회들은 그들 교주의 지시에 따라, ‘한글개역성경’ 외에 다른 성경들은 일절 사용하지 말 것을 강요하고 있다.

기독교계에서 100% 완벽하게 번역된 성경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하게 잘 번역된 성경들도 있고, 대체로 잘 번역된 성경들과 그렇지 않은 성경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잘 번역된 성경을 선택하여 읽어야 한다. 성경을 읽으면서, 본문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성경들의 번역과 대조하거나 비교하면서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신24:7과 관련해서도 ‘킹제임스 한글성경들’과 ‘한글개역(개정)성경’의 번역들은 그 외 다른 번역들을 서로 비교하거나 대조하지 않고서는, 그 차이점을 알기 어려운 것이 그 실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 가지 성경만을 최고라고 고집하는 것, 이를테면 ‘킹제임스한글성경’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번역이라고 주장하는 자들과 또 ‘한글개역성경’만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흠 없는 성경이라고 고집하는 자들은, 모두 다 바리새적인 사고를 가진 자들이므로, 이런 극단적인 사상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열린 마음과 사고를 가지고, 여러 성경들의 번역을 비교하고 검토하면서 성경을 읽어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