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작가 엔도 슈사쿠는 『침묵』에서 일본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에 천주교가 전해진 것은 1549년이고, 1587년에 천주교 금지령이 내렸다. 『침묵』에서 포르투갈 예수회의 젊은 두 신부 프란치스 가르페와 세바스찬 로드리고가 일본에 도착했던 1640년경은 천주교 박해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였다. 가르페는 처형당하는 교인들과 함께 순교하지만, 주인공 로드리고는 배교하고 만다.

이 소설의 말미에서 주인공 로드리고는 그가 배교하기는 했지만,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선교사라면 순교하는 게 마땅한데, 배교자가 예수님을 사랑한다니 그것은 궤변 아닌가?

그런데 『침묵』이 우리나라 말을 비롯해서 여러 나라말로 번역되고, 신구교를 가리지 않고 많은 그리스도인이 배교한 신부를 다룬 그 작품을 읽고 있으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제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 작품으로 들어가 본다.

하나님의 침묵

가르페와 로드리고 신부는 일본에서 천주교 박해가 아주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존경하는 페레이라 신부가 그곳에서 배교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젊은 두 신부는 자기들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배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선교본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행을 택했다. 순교의 각오로 무장된 그들에게는 앞으로 닥칠 박해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하나님이 전능하신 기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런 믿음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안내하는 일본인 기찌지로가 해변의 모래사장의 구덩이에 그들을 숨겨놓고 상황을 탐지하려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자, 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자기들에게 다가올 때 그들을 일본 관헌으로 착각하고 겁이 나서 “땀이 이마에서 눈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교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어촌이 내려다보이는 뒷산의 움막에 은신해서 그들을 찾아오는 교인들의 고해를 듣고 세례를 베풀었다. 한동안 어려움 없이 신자들과 접촉하면서 “그들이 유용한 존재라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랫마을에 관리들이 와서 천주교인들을 색출하는 것을 보고 이 신부들은 그들을 구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다.

그들은 기도란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웠지만, 교인들이 잡혀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신부들은 그들이 평화로운 곳에서 배우고 믿은 것이 이 위험한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경험했다. 독자들도 이 신부들을 따라서 그들이 지금까지 배우고 믿었던 것과는 아주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신앙인들은 자기가 평소 배운 것을 절대적인 진리라고 믿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모를 리 없는 작가는 독자들이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세계로 그들을 안내한다. 전통 신앙의 울타리 안에 안주하는 독자들은 작가가 안내하는 이 생소한 세계를 불신하기 쉽다.

일본 관리들은 동네에서 인질로 잡아간 세 교인에게 예수님의 초상화를 발로 밟고 그 위에 침을 뱉으라고 강요했다. 한 사람은 그들의 말을 따르고 두 사람이 거부하자 그 두 사람을 바닷가에서 처형했다. 십자가로 만들어진 기둥 두 개를 파도가 밀리는 바닷가에 세우고 그들을 거기에 묶었다. 바닷물이 밀려오면 두 사람은 목까지 바닷물에 잠겼다. 기둥에 묶인 두 사람은 계속 찬송을 부르다가 나흘째에 밀물이 밀려오자 물에 잠겨 죽고 말았다.

두 선교사는 산 위에서 이 처참한 처형 장면을 지켜보면서 감당하지 못할 시험을 허락하지 않으며 시험당할 즈음에 피할 길을 내주겠다는 성경 말씀을 믿고 그들을 구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응답하시지 않았다. 그들은 이 박해의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하나님의 침묵에 직면했다.

얼마 후 로드리고는 그들을 안내하던 기찌지로의 밀고로 일본 관헌에게 붙잡혔다. 그가 붙잡힌 후 이노우에라는 관리가 배교하라고 집요하게 그를 설득했다. 마지막에는 그가 배교하지 않으면 교인들 중에서 붙들려온 농민들이 참혹한 고문을 당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로드리고의 스승 페레이라도 배교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이 신부는 그 훌륭한 신부까지 배교할 정도라면 자신도 앞으로 닥칠 시련을 견딜 수 없지 않을까 불안에 휩싸였다.

그래서 그는 기도문을 외우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그의 마음은 안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주여 당신은 왜 침묵하고 계십니까? 당신은 왜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입니까?”라고 중얼거렸다. 하나님께 감사하기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 것인 줄 잘 알지만, 그는 침묵하는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고 있었다.

며칠 후 예수님의 초상화를 밟으라는 말에 불응하는 한 농민의 목을 관리가 단칼에 베어 버리는 장면을 목격한 후, 로드리고는 다시 침묵하시는 하나님께 항의했다. “왜 당신은 침묵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저 애꾸눈 농민이 오로지 당신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 그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런 정적이, 이런 고요가 계속됩니까?” 그는 잔혹한 박해의 현장에서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거듭 원망했다.

로드리고가 나가사끼로 끌려온 후에는 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세 명의 교인이 끌려 나오고 그의 동료 가르페도 보였다. 관리들이 교인들의 몸에 거적을 감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가르페 신부가 배교한다면 세 명의 교인이 살지만, 배교하지 않으면 그들을 모두 물에 빠뜨려 죽이겠다고 그 신부를 겁박했다.

이 임박한 죽음 앞에서 로드리고는 구하면 주신다는 성경의 말씀을 의지할 수 없었다. 그는 가르페가 배교해서라도 그들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배교해도 좋아.”라고 가르페를 향해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시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원망했다. “당신은 왜 침묵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런 때마저 침묵하시는 겁니까?”

교인들을 실은 배가 바다로 나가자 가르페가 달리기 시작했다. 바다를 향해 양손을 들고 뛰더니 헤엄을 쳐서 배의 뒤를 따르면서 “우리 기도를...들어주시옵소서.”라고 연거푸 외치다가 기진하여 물속에 가라앉고 말았다. 그러자 관리들이 교인들을 한 사람씩 뱃전에 세우고는 그들을 장대로 바다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세 사람이 물속에 빠져 보이지 않았다. 로드리고가 침묵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느끼는 절망은 엘리 위젤이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절망과 유사하다.

그들이 참혹하게 죽은 후에 로드리고의 옆에 서 있던 통역이 말했다. “신부, 당신 때문에, 당신이 이 나라에서 당신 멋대로 자기 꿈을 억지로 실현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농민이 괴로움에 빠졌는지 생각해 봤소? 보시오. 피가 또 흘렀소. 아무것도 모르는 저 사람들의 피가 또 흘렀단 말요.”

그는 복음을 전하고 교인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이 먼 나라에 왔는데, 이제 감옥에 갇힌 몸으로 복음을 전하거나 도움이 되기는커녕 자신으로 인해서 그들이 죽어가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절망에 빠진 그는 가르페와 교인들이 죽는 것을 목격한 후에 감방에서 벽만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그는 두어 달 동안 식사도 거르면서 고뇌에 사로잡혔다.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곳에서는 하나님의 존재까지도 의심스러웠다. 침묵하시는 하나님은 그가 어릴 때부터 배우고 믿었던, 인간을 선히 인도하시는 하나님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어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고통당하신 예수님을 따라서

기찌지로가 그에게 은 삼백 냥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고 말할 때, 로드리고는 은 삼십 냥에 예수님을 판 유다를 생각하면서 기찌지로가 그를 고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은 “가라, 가서 너희가 이룰 일을 이루어라”라고 말씀하셨지만, 로드리고는 자기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이렇게 그는 자신을 예수님과 비교하면서 자신은 예수님을 따라 행동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임을 자인했다.

그는 자신이 고통에 직면할 때마다 고통당하신 예수님을 생각했다. 그가 취조관에게 끌려갈 때, 로드리고는 빌라도와 예수님이 대면했던 장면을 상상했다. 그리고 무릎 꿇고 앉아서 취조관을 기다리는 동안 무릎이 아파서 진땀이 흘렀지만, 고통스런 얼굴을 관리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는 채찍에 맞은 예수님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생각하면서 무릎의 통증을 참았다.

감방에 갇혀 있는 동안 일본 관리들이 그를 배교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로드리고는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면서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기독교 신앙을 변호했다. 그는 우리를 위해서 고통당하신 예수님처럼 자기도 고통당하기로 결심했다.

동료 가르페와 교인들이 수장당하는 것을 목격한 후에 그는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엘리 엘리 나마 사박다니”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부르짖으셨던 것을 생각했다. 그는 예수님이 기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상 그 소리는 자신이 지금 느끼는 것과 똑같은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공포에서 나온 부르짖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리들이 그의 양손을 뒤로 묶고 그를 나귀 등에 태워서 길거리로 나가자 길거리의 사람들이 그를 조롱하고 그에게 오물과 돌을 던졌다. 그는 곧 처형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수모를 당할 때, 그가 십가가 위의 예수님과 맺어져 있다는 희열이 그의 가슴을 뜨겁게 파고들었다. 예수님의 얼굴이 아주 생생하게 그에게 다가왔다. “괴로워하고 있는 예수님, 견뎌내고 있는 예수님.”

그는 오래전부터 고독한 순간에는 예수님의 얼굴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 얼굴은 그가 갇혀 있는 캄캄한 감방에서 그의 가까이에 있었고 비록 침묵하고는 있지만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얼굴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나도 옆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최후까지 네 옆에 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가 그의 신경을 자극했다. 페레이라 신부가 와서 그것은 코고는 소리가 아니고 구멍 매달기 고문을 당하고 있는 교인들의 신음소리라고 알려주었다. 로드리고는 그 밤에 자기만이 예수님과 똑같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분을 위해 자기보다 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밤도 그들은 거꾸로 매달려 코와 귀로 피를 흘리며 고문당했다.

페레이라는 로드리고가 예수님의 초상화를 밟기만 하면, 그 교인들의 고문은 끝난다고 그를 회유했다. 그리고 만약 예수님이 여기에 계신다면 예수님은 그들을 위해서 배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리고는 그럴 리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페레이라는 말했다. “예수님은 배교했을 거야. 사랑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끊임없이 예수님을 생각해온 로드리고는 그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왜 울었을까?

그는 고문당하는 교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기로 작정했다. 예수님의 초상화가 바로 그의 발 앞에 놓여 있었다. 긴긴 세월 동안 수없이 생각해온 그 얼굴, 특히 일본에 와서 어려움을 당할 때마다 생각했던 그 얼굴, 가장 아름답고 가장 고귀한 존재가 되어 그의 가슴에 살아 있었던 그 얼굴을 그는 지금 발로 밟으려는 것이었다.

신부는 발을 들었다. 발이 아팠다. 발에 저린 듯한 무거운 통증을 느꼈다. 그때, 밟아도 좋다고 동판에 새겨진 그분은 신부에게 말했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이제 로드리고는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고통당할 때 우리와 함께 고통을 나누시는 분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로드리고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명령하신 예수님을 따르기로 했다. 배교하면 생명은 붙어 있으나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그 고통은 바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부르짖었을 때의 고통을 본받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로드리고의 고백으로 끝난다.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형태로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 내가 그 사랑을 알기 위해서는 오늘까지의 모든 시련이 필요했다. 나는 이 나라에서 아직도 최후의 가톨릭 신부다. 그리고 그분은 결코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비록 그분이 침묵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오늘까지 나의 인생은 그분과 함께 있었다. 그분의 말씀을, 그분의 행위를 따르며 배우며 그리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형태로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로드리고는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한 후에도 여전히 예수님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의 사랑, 즉 신앙은 그것을 경험하기 전의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것은 아우슈비츠 이후에 신학의 방향이 바뀐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마치면서

현대에 와서 많은 사람이 하나님의 고통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고통당하신다는 것을 말했다. 일본의 기독교 사상가 가타모리는 『하나님의 고통에 관한 신학』을 썼다. 랜디 백튼, 트렌스 프레데임, 찰스 하트숀 등의 신학자들을 비롯해서 엘리 위젤 같은 인문학자와 알프레드 화이트헤드 같은 철학자까지도 하나님은 우리가 고통당할 때 우리와 함께 고통당하신다고 주장했다.

과학 시대의 신학을 주도하는 복음주의자 존 폴킹혼도 이 주장에 동조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이 땅의 고난에 동참하시는 하나님, 인간과 함께 고통당하시는 참된 친구이신 하나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스텐리 그랜츠와 로저 올슨은 『20세기 신학』에서 “하나님이 고통당하신다는 사실은 이제 현대 신학에서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님이 고통당하신다는 이야기는 전통신앙의 울타리 안에 안주하는 교인들에게는 생소할 뿐 아니라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신학이나 교리는 영원히 변치 않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신학도 교리도 사회·문화적 상황이 바뀌면 그에 따라 변한다. 우리는 그런 변화를 교회사나 신학사에서 쉽게 접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을 종교개혁사에서 만난다.

『침묵』의 주인공 로드리고는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은 우리가 고통당할 때 우리와 함께 고통당하신다고 믿었다. 감방에 갇혀 있을 때 그는 그의 곁에서 “네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나도 네 옆에서 괴로워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그가 예수님의 초상화를 밟으려고 할 때, 예수님이 “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고 믿었다.

하나님을 위해서 헌신한 선교사 로드리고는 평생 예수님을 흠모하며 살았다. 특히 일본 관헌에게 체포되어 고통당하는 동안 그는 수시로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했다. 그리고 예수님이 자기와 함께 고통당하신다고 믿었다. 그는 죽으면 살리라는 예수님의 역설적인 가르침을 따라 박해받는 교인들의 아픔을 나누고 그들을 위해서 자신을 버리기로 작정했다.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배교한 로드리고가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말한 것은 결코 궤변이 아니다. 그것은 기독교 신앙에 배태되어있는 역설이다.

하나님의 고통을 말하는 신학자들은 예수님이 당하신 십자가의 수난에서 하나님의 고통을 본다. 위르겐 몰트만은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개념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폴 브랜드와 필립 얀시는 “우리가 인간의 고통이 하나님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기 원한다면, 하나님의 성육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들에 따르면, 로드리고가 말하는 예수님의 고통은 바로 하나님의 고통이다. 『침묵』을 쓴 엔도 슈사쿠는 하나님의 고통을 말하는 현대 신학자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