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확신과 의심 사이 

(<믿음의 확신>, 헤르만 바빙크,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2020)
   
기독교는 신비의 종교라 불린다. 신비는 ‘알 수 없음’에 기인하는데, 그것은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부분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이성적,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믿는 믿음은 신비에 가깝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대상으로 하는 신학도 결국 신비의 가까운 영역을 다룬다. 왜냐하면 사회학은 사회라는 대상을 파악하고, 과학은 자연이라는 대상을 해명하지만 신학은 하나님을 다루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신학은 하나님을 인간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곧 인간이 정의한 하나님은 결코 하나님 그 자체가 될 수 없음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인간의 언어를 부정함으로써 하나님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런 것처럼 하나님, 신앙, 신학, 기독교와 같은 신앙의 언어는 규정과 동시에 해제된다.

특히나 이성의 시대 이후에 신앙에도 논리적 개념이 적용되었다. 그것은 ‘의심’이다. 신앙에도 의심이 적용되어야 하며, 건강한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믿음에 대해서 의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의심은 건강하다. 의심하지 않는 신앙은 자가당착에 빠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이 규정한 하나님은 결코 하나님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르만 바빙크는 언제나 믿음의 의심은 발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믿음에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존 스토트도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의 확신’이라는 책을 통해서 기독교인이 가져야 하는 확신에는 십자가와 부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믿음에는 확신이 있어야 하나님께서 신도의 삶에 임하시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런 것처럼 믿음에 확신이 없다는 말은 결국 구원의 능력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삶을 말한다. 

헤르만 바빙크도 믿음의 확신은 그리스도를 향한 확신이라 주장한다. 신앙에 있어서 확신이 가능한 이유는 하나님의 계시가 우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계시는 종교의 가장 기초적인 전제이고, 토대이며 또한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계시에 근거한 믿음은 논리적으로 확신을 가지는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은  다른 것에 비해 유일무이하다.
 
때로는 믿음의 확신이 종교가 사악해지는 첫 번째 단추라고 여겨진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의 확신은 아무런 근거가 없이 이루어진다. 그 말은 주관주의의 극단이거나 객관주의의 극단이라 말할 수 있다. 신앙에 행동이 없는 것과 동시에 행동에 신앙이 없는 것과 동일하다. 그 속에 소통과 교제가 없는 움직이지 않는 신앙은 굳어지기를 마련이다. 그런 믿음의 확신은 분명 병이 들기 마련이다. 

헤르만 바빙크에 의하면 믿음의 확신은 신앙에 더욱 좋은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믿음의 확신은 인간 영혼의 자유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계시에 근거한 믿음의 확신은 신앙생활을 더욱 윤기 있게 만들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의 확신 그 자체가 모든 종교의 불행의 시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예수에 근거한 믿음, 그리고 믿음의 확신은 의심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다. 그런 확신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충분히 녹아들 것이다. 

이경우(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