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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에 조바심은 금물!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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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6월 16일 (목) 00:10:03 [조회수 : 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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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으면서 갖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농사만이 아니라 어느 것에서나 그럴 것이다. 바로 조바심은 금물이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쉬이 누그러트리기는 참 어렵다. 조바심은 나처럼 때와 철을 놓치는 양아치 농부요 덜된 농부가 갖는 어리숙한 농사법이다. 올해도 그렇다. 오가다 보게 되는 아랫마을 저수지 근처에 있는 전문 농부의 밭은 이번에도 나의 발목을 잡는다. 미리 밭을 갈고 한점 흐트럼 없이 두둑을 만들어 4월 말 즈음에 까만 비닐을 덮었다. 그곳에 무엇을 심었을까 오가는 중에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5월 중순부터 파란 떡잎이 하나하나씩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때맞혀 내린 비는 파란 떡잎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차리도록 했다. 바로 콩이었다. 아, 올해도 전문 농부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뼘 정도의 간격으로 콩을 심었다.

그에 비한다면 나는 이제 콩을 심기 시작한다. 가뭄을 핑계로 심기 시작하였으나 지난 2주 전에 콩을 심고 비닐을 덮었던 곳은 듬성듬성 콩이 머리를 디밀기 시작했고, 어떤 곳은 강한 햇볕에 화상을 입어 올라오다 명을 다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곳은 나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부리나케 판에 모종을 키우기로 하여 17판에 콩 두 알씩 심었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며 오매불망 기다린 콩은 지금 3센티 정도 키가 자랐다. 떡잎이 나오고 어느 정도 실한 상태가 되면 밭에 정식을 하면 된다. 그것도 모자라 엊그제는 11판 정도 더 콩을 부었다. 밭의 비닐을 씌우다가 아무래도 콩을 밭에 직접 심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또 서둘러 일을 치렀다. 콩모도 키우면서 들깨모도 만들었다. 이래저래 사서 고생을 많이 한다. 

만약 소독된 콩을 심는거라면 직파를 해도 된다. 소독된 콩은 새도 벌레도 먹지 않는다. 그러나 소독하지 않은 콩은 예리한 새의 눈을 비껴갈 수 없다. 땅속의 벌레도 웬 떡인가 할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의 콩농사는 한 알을 새가, 한 알을 땅의 벌레가,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이 먹도록 한 구멍에 세 알씩 심었다.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상생을 실천하며 농사를 지은 것이다. 나도 작년에는 소독된 콩을 세 알씩 심어 너도 먹고 나도 먹는 것으로 했으나, 역시 소독된 콩은 건들지 않는 것이 새와 벌레들의 원칙이었을까. 심은 콩 전체가 하나도 상함없이 자랐다. 하다못해 콩순을 좋아하는 고라니도 콩밭을 지나가지 않았다. 좋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겁도 났다. 다른 생명체들은 먹지 않는 것을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먹으니 사람이 가장 독한 생명체가 아닌가. 올해는 소독하지 않은 콩을 심기로 하였다. 내가 미소독된 콩을 심는다고 하니 주위에서 과연 새로부터, 벌레로부터 콩을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을 하였다. 그래서 이제 막 머리를 디밀고 올라온 콩 주위에 새가 앉기라도 하면 곧장 달려가 새를 쫒곤 한다. 

얼마 전에 참새 한 마리가 콩 주위에서 뭔가를 쪼아먹고 있었다. 아뿔사! ‘떡잎이 나오기 전까지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이 이런 경우구나’ 하며 참새를 예의주시했다. 어차피 뜯기는 콩이라면 지금 달려가도 소용이 없다고 여겼기에 참새가 무엇을 먹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연거푸 머리를 박고 부리로 쪼고 있었다. 한참 바라보았더니 참새는 콩이 아니라 떨어진 오디를 주워먹고 있었다. 집 뒤안에 뽕나무가 있는데 철이 지났는데도 사람이 거두지 않으니 바람과 비에 후두둑 떨어진 농익은 오디가 참새에게는 푸짐한 한 상이었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 이때다 싶어하는 눈치였다. 옆에는 망을 보는지 아니면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인지 다른 한 마리가 곁에서 이제 막 오디를 줍는 참새를 지켜보고 있었다. 주어진 때와 시간에 충실한 참새들을 차마 쫒아낼 수 없어 나는 나대로 나에게 주어진 일을 했다. 

이러니 내 마음이 아랫마을 전문 농부의 콩밭으로 눈과 마음이 가는 것이다. 그러나 부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설령 그런 마음이 들더라도 나는 그 마음을 흘려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바심으로 내 마음만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전문 농부보다 많이 늦긴 했어도 올라오는 콩들이 무수하니 떡잎이 잘 올라오면 그때 정성을 다해 심으면 될 일이다. 남의 밭을 부러워한들 그 콩들이 나를 불쌍히 여겨 내 밭으로 이사를 하겠는가. 조바심으로 불편해하느니 오히려 기후 위기 시대에 농작물을 심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불편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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