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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돼지국밥과 부산의 돼지국밥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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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6월 15일 (수) 00:04:31 [조회수 : 2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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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만날 지인이 있어 처음으로 밀양에 내려갔다. 2007년 개봉했던 전도연 주연의 영화 ‘밀양’을 오래전에 보면서 밀양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드디어 가게된 것이다. 2주전 크게 난 산불로 생채기가 난 산들의 모습이 안타깝긴 했지만 분지로 이루어진 도시 밀양을 둘러싸고 있는 산세가 참 좋았다. 내려간 김에 밀양의 특별한 음식을 먹고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밀양은 부산과 대구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빼어난 절경과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고장이다. 인구는 10만 정도로 그리 많지 않고 시골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1970년대부터 2020년의 현대의 모습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곳이다. 밀양의 느낌은 정겹고 소담스러웠다.

밀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밀양여고 옆 달빛쌈지공원의 전망대에서 한눈에 펼쳐 보는 밀양시내 야경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히는 영남루에서 보는 밀양의 낮의 전경 역시 아름다웠다. 아이유가 주연한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 경심려’ 촬영지인 위양못에는 이팝나무가 많았다.

지인에게 밀양의 대표적인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돼지국밥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돼지국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산의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밀양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면 불쾌해할 정도로 돼지국밥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돼지국밥은 625전쟁과 피난민에 의해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설이 있다. 한국전쟁당시에 부산에 내려온 피난민들이 미군부대에서 나온 돼지 뼈와 고기로 국을 끓여 먹으면서 탄생했다는 것인데 이 설을 뒷받침하는 예가 있다. 부산진구 서면에 위치해 있는 서면시장에 돼지국밥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 옆동네인 범정동이란 곳에 부산시민공원동이 있는데 이 공원자리가 원래는 ‘하야리아’라고 해서 주한미군부대가 있던 곳이다. 2014년도에 지금의 시민공원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미군부대가 있었던 곳 근처에서 돼지국밥이 번성했다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부산에서는 돼지국밥집만 1000개가 넘는다. 학교급식에서도 돼지국밥이 나올정도로 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경상도의 농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돼지고기로 국을 끓여먹고 있었다. 특히 밀양에는 전쟁이전부터 돼지국밥을 팔던 식당들이 여러 군데 있었다.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밀양 돼지국밥집의 원조인 동부식육식당은 1940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 있다. 부산과 타지역에는 밀양돼지국밥집이 많은데 밀양에는 부산돼지국밥집이 없다. 그런 것을 보면 밀양이 원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어디가 원조인 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지역마다 특성을 살려서 돼지국밥의 맛과 개성을 가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된다. 

왜 밀양에서 돼지국밥이 유명해졌을까? 옛날에는 밀양이 지금보다 더 잘 살았다고 한다. 밀양은 일제강점기에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로 번창했던 곳이다. 1905년 일제강점기에 물자를 운송했던 경부선 철도가 놓였던 밀양은 동서남북으로 물자를 나르는 기점이자 교통의 중심지였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경전선이 시작되는 삼람진 역도 밀양에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였고 경제활동도 활발했기에 외식 시장이 형성되기 위한 조건이 충분했다. 

아무튼 돼지국밥은 부산과 밀양, 그리고 대구 지역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발전되어 왔다. 최근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방식의 식당들이 혼합되어져 있다. 지역별 돼지국밥의 특징을 살펴보면 부산의 돼지국밥은 돼지의 뼈로 국물을 우려내기 때문에 색이 탁하다. 그리고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넣어준다. 반면 밀양의 돼지국밥은 소뼈로 육수를 내서 국물 색이 탁하지 않고 맑고 진한 것과 고기를 얇게 썰어 넣어주는 것이 특징이고, 대구의 돼지국밥은 내장과 같은 부속부위를 다양하게 넣어주는 것이 차이점이다. 

밀양의 수많은 돼지국밥집 중에 내가 간 곳은 북성로 29번지에 있는 밀양돼지국밥집이다. 밀양사람들이 많이 가는 집이라고 한다. 사람들도 역시 많았다. 밑반찬으로는 잘 익은 깍두기와 김치, 쌈장과 마늘, 고추와 양파, 그리고 정구지가 함께 나온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부른다. 밀양돼지국밥의 특징대로 국물은 맑고 잡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정말 맛있었다. 오랜 시간 정성껏 끓인 육수에 새우젓을 더해주니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이 정말 끝내준다. 

밀양과 부산, 대구 등 경상도 지역에 방문하게 되면 각 지역의 돼지국밥을 먹어보고 맛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 그릇의 돼지국밥이 충분한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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