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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에서 나는 웅담 다슬기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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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6월 08일 (수) 00:52:36 [조회수 : 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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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로 많은 이들의 이동이 있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5시간 걸렸다는 소식도 들렸다. 날씨도 30도 가까이 웃돌기에 사람들 마음에는 문득 시원한 물가가 자리 잡는다. 

20년 전 강원도 양양에서 첫목회를 할 때였다. 아마도 이맘때였다. 꽤 더웠던 어느 날 입담좋고 유쾌한 김집사님이 자신이 아는 근처 강가에 다슬기가 많다며 잡으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정확히 어디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여섯 명이 따라 가보았더니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검은 색 다슬기가 돌에 다닥다닥 붙어서 움직이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마치 땅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마냥 한참을 열심히 잡았더니 금세 가지고 간 들통에 한 가득 차게 되었다. 집으로 가지고 와서 수돗가에서 씻은 다음 해감을 시켰는데 이런 저런 바쁜 일들이 있어 마무리를 못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 가 보니 다슬기가 다 상해버린게 아닌가? 지독한 쉰내가 나서 결국 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장갑을 끼고 다슬기를 박박 문질러 여러 번 세척한 후에 수돗물에 3시간 정도 해감한 뒤 삶아놓았어야 했는데 그 더운 여름날 하루가 지났으니 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때의 허탈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다슬기는 보통 민물 가에 서식하는 고둥을 말한다. 깊고 맑은 물가에 주로 서식하다 보니, 다슬기가 있는 곳은 '청정지역'이라는 수식어가 따르기도 한다. 2009년에는 경상남도 사천시 곤명면 성방마을에서 중생대 백악기(1.4억 년 전부터 6500만년 전에 해당하는 기간) 때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다슬기류 화석이 대량 발견되었다. 이렇듯 다슬기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 식재료다. 해와 물과 돌이 존재하는 물가에 다슬기는 한결같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다슬기는 오랜 취식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18세기 말 조선의 학자 이만영이 저술한 <재물보(才物譜)>에서는 '호수나 시냇물에 있으며 논우렁보다 그 크기가 작다. 한편 삶아서 살을 빼어 먹는데, 어린아이들이 즐겨 먹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초등학교 앞에서 번데기와 함께 팔았던 삶은 소라가 바로 다슬기였다. 

다슬기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경남에서는 고둥, 경북에서는 고디, 골배이, 골부리, 전라도에서는 대사리, 대수,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등으로 불리는데 중부 지방, 그 중에서도 충청북도 영서지방에서는 '올뱅이(충주 등 동쪽지방)', 혹은 '올갱이(청주 등 서쪽지방)'라고 부른다. 

다슬기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나, 충북 괴산과 강원 주문진, 경북 울진 등에서 주로 서식·채취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충북 괴산은 전국 유일의 올갱이마을이 존재하는 곳으로 연간 60톤 내외의 다슬기를 생산한다. 괴산을 대표하는 괴강, 둔율면을 둘러싼 달천강에는 수질이 맑고 돌이 많으며, 유속이 느려서 다슬기의 먹이생물인 식물성 플랑크톤 성분이 풍부하기에 다슬기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매년 7~8월이면 '괴산올갱이축제'가 열려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외에도 충청북도 영동군, 보은군, 영월군 등 산 많고 계곡 많은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 

주로 수초를 먹고 자라는 다슬기는 엽록소와 클로로필 성분의 유익균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이며 100g당 단백질이 약 15g 함유되어져 있는 동물성 식품이기도 한다, 다슬기는 아미노산과 타우린이 풍부해 간 기능 회복과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충청도 지역에서 해장국의 으뜸으로 다슬기 해장국을 꼽는 이유도, 앞서 말한 간 기능 개선 효과 때문이다. 한편 다슬기는 빈혈증 치료에 도움을 주며,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 증가와 성인병에 효과를 준다고 전해진다. 저지방고단백의 장점 또한 다슬기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다이어트나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 탁월하다.

다슬기를 손질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앞서 말했듯이 수차례 박박 문질러 깨끗하게 세척후 수돗물에 3시간 해감을 시킨 뒤 굵은 소금을 넣고 한 번 더 박박 문질러 헹궈 준다. 굵은 소금을 넣으면 비린내도 적어진다. 세척한 뒤 물 없이 볼에 다슬기만 넣고 10~15분 정도 기다려 주면 살이 껍질 밖으로 나와 알맹이만 빼내기 쉬워진다. 기다리는 동안 물을 끓여놓고 살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살이 껍데기 속으로 들어갈 틈이 없이 재빨리 끓는 물을 부어 익혀준다. 익은 다슬기는 찬물로 헹궈주며 다슬기를 살살 비벼주면 입구 쪽 막이 쉽게 제거가 된다. 이후 다시 끓는 물에 손질한 다슬기를 넣고 5~6분간 삶아준다. 삶은 다슬기는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 소분할 때 다슬기를 끓인 초록빛 육수도 함께 넣어서 냉동해두었다가 해동해서 끓여먹으면 건강에 좋다. 다슬기 피에 들어있는 푸른 색소 때문에 초록빛이 나는데 이 색소는 간 질환을 치료하는데 유익한 성분이다

다슬기 자체 가격은 싼 편이나 다슬기 해장국의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이유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알맹이를 빼내야 하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기에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문으로 취급하는 음식점을 다른 해장국들에 비해 찾기 힘든 편이다. 수작업의 한계 때문에 대중화되기에는 어려운 음식이기에 지나가다가 혹시 보게 되는 다슬기 해장국집은 꼭 들러서 먹어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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