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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성서에 나오는 여인을 중심으로 한 여인 동화 - 하갈
류호정  |  hjgh1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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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6월 07일 (화) 22:14:10
최종편집 : 2022년 06월 07일 (화) 22:16:48 [조회수 : 3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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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나오는 여인을 중심으로 한 여인 동화 

 

   
▲ 류호정

 <감옥선교회>의 대표였던 척 콜슨은 “주변 문화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진정한 경청이 요구된다.… 기존 문화의 소망과 꿈, 두려움을 담은 문학, 음악, 미술, 이슈들을 직접 체험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쌓은 다리 위로 복음을 들고 들어가면 이 이야기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했다.  
 
성경은 하나님의 이야기며,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은 예수님의 이야기가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좋은 전달 수단이되었다. 민담과 전설과 야사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듯 하나님의 이야기도 족장과 부모들로부터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 우리 민족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성경은 우리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특히 성경에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제법 많이 등장한다. 부끄럽지만 간들간들한 이야기는 밤 새워 읽을 수 있는 연속극과 같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거의 대부분 성경 이야기의 주인공이 남성 중심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성경은 여인들의 이야기를 감추거나 축소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다. 다만 화자(話者)가 여인들의 이야기를 잘 전해주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성서에 나오는 여인을 중심으로 한 여인 동화는 오늘날 양성평등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시의적절(時宜適切)한 작품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위대한 감리교회를 세우는 데 항상 앞장 섰던 감리교 여성들의 발자취에 비추어볼 때, 성서 여인 동화는 이 시대의 감리교 여인들의 일상과 오버렙(overlap)되고 있다. 아울러 이 작은 책이 그동안 헌신했던 감리교 어머니들과 여인들, 그리고 이 시대를 위해 기도하는 모든 이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여자는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1. 하나님께서 지켜주신 여인 - 하갈(창16:1-16, 21:8-21)
2. 찬양하는 여인 - 레아(창29:31-35)
3. 모세를 구한 여인 - 미리암(출2:1-10. 민12:1-16)
4. 피로써 남편을 산 여인 - 십보라(출4:19-26)
5. 운명을 개척한 여인 - 기생 라합(수2:15-21)
6. 엽기적인 여인 - 헤벨의 아내 야엘(삿4:1-24)
7. 지혜로운 여인 - 아비가일(삼상25:2-42)
8. 눈물의 어머니 - 리스바(삼하21:7-14)     
9. 깜찍한 소녀 - 나아만 아내의 몸종(왕하5:1-19)
10. 기다리는 여인 - 안나(눅2:36-39)
11. 부활의 첫 증인된 여인 - 막달라 마리아(눅8:1-3, 막16:9, 요19:25, 20:1-18, 마27:61)
12. 믿음의 고집쟁이 소녀 - 로데(행12:1-17)

 

 

하나님께서 지켜주신 여인 - 하갈

(창16:1-16, 21:8-21)

 

“와-우 정말 예쁘다!”

바로의 궁궐에서 노비로 살고 있는 어린 하갈은 사라의 얼굴을 보면서 연거푸 감탄을 했다. 하갈은 사라가 얼마나 아리따웠으면 애굽의 바로께서 궁궐로 데리고 오셨는지 이해가 되었다. 바로는 가나안에서 가뭄 때문에 피난 온 아브라함과 사라가 오빠와 누이 사이인줄 알고 아브라함을 후히 대접하여 양과 소와 암수 나귀와 낙타를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노비를 주었는데, 글쎄 예쁘장하게 생긴 자신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바로와 바로의 집에 큰 전염병이 돌았다. 그래서 궁궐 안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죽었다. 만약에 하갈이 여전히 궁궐 안에 있었다면 전염병에 걸려 죽었을지도 몰랐다. 순간 하갈은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말했다.

“휴-우, 낯선 이방인의 몸종이 되는 게 싫었는데, 정말 큰일 날 뻔했네.”

그러나 바로는 갑자기 불어 닥친 큰 재앙에 정신이 멍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진정시키고 원인을 빨리 알아보라고 신하들에게 명령을 했다. 그래서 애굽의 요술사들은 원인을 찾기 위해 궁궐 안을 이 잡듯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 요술사들은 딱히 전염병이 생길만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자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어-허, 도무지 알 수가 없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전염병이 생겼단 말인가?”

“그러나저러나 폐하께는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난감하네.”

그때 한 요술사가 번뜩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혹시, 아브라함이란 사람이 믿는 여호와 하나님이 전염병을 퍼뜨린 것은 아닐까?”

“예끼 이 사람아! 우리가 믿는 태양신 라가 얼마나 강한데, 그까짓 가나안에서 기근 때문에 피난 온 사람의 신이 폐하와 그 집안을 초토화시킬 수가 있겠는가?”

“아닐세. 이 전염병은 신의 분노 때문인 게 분명하네.”

“그렇다면 증거라고 있는 건가?”

“확실하진 않지만, 음, 난 아브라함이란 사람이 뭔가 폐하께 거짓말을 한 것 같단 말일세.”

“무슨 거짓말?”

“글쎄, 그러니까 음, 폐하가 궁궐로 데리고 온 아브라함의 누이동생이 아브라함의 아내인 것 같네. 그런데 아브라함이 뭐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감쪽같이 폐하와 우리를 속인 듯 하네.” “아 하, 그래서 아브라함이 믿는 신이 폐하와 폐하의 집안을 못 살게 괴롭혔구나.”

“음, 그렇군. 가나안의 신은 폐하가 남의 아내를 강탈한 것으로 여겨 전염병을 퍼뜨린 거였어. 이제야 전염병의 원인이 풀렸네.”

“그렇다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폐하께 말씀을 드리려 가세.”

그리하여 신하들과 요술사들은 전염병에 대한 원인을 바로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바로는 치를 떨며 아브라함을 불렀다. 그리고 따지듯 아브라함에게 짜증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브라함! 자네는 어찌하여 사라를 아내라고 말하지 않고 누이라고 속여 내가 아내로 삼게 하였느냐? 자칫하면 우리 왕족이 순식간에 멸문을 당할 뻔하지 않았는가?”

순간, 아브라함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아브라함을 보자 바로는 약이 올랐지만 화를 삭히며 말했다.

“아브라함! 여기 네 아내가 있으니 당장 데리고 가라.”

바로는 신하들에게 궁궐을 어수선하게 했던 아브라함과 그 일행에 대해서 일체 책임을 추궁하지 못하게 하고, 이미 아브라함에게 선물로 준 모든 것을 가지고 애굽을 떠나게 했다. 그때 하갈은 고향 땅 애굽을 떠나 낯선 땅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어린 하갈은 마냥 신났다. 왜냐하면 하갈은 애굽의 궁궐에서 평생 노예로 살 팔자였지만 예쁜 사라의 몸종이 된 것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갈은 이것이 불행의 시작인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갈은 가나안 땅으로 온 이후에 주인이신 아브라함에게 특별한 힘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아브라함의 집에서 태어나 훈련된 318명의 정예 사병들이 팔레스타인의 패권자였던 그돌라오멜 왕의 군대를 격파하고 포로로 잡혀간 조카 롯을 구출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하갈은 조마조마해서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하갈은 세월이 흘러갈수록 아브라함의 힘과 능력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그래서 하갈은 비록 사라의 몸종이었지만 신앙의 주인들을 섬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잠깐, 하갈의 인생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아브라함의 나이 85세 때, 사라는 여전히 임신을 하지 못했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환상의 원앙부부였다. 하지만 사라가 출산하지 못하자 집안 분위기는 항상 우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조르듯 말했다.

“나의 주인 아브라함이여! 여호와께서 내 출산을 허락하지 아니하셨으니 원하건대 내 여종 하갈과 동침하여 자녀를 얻으세요.”

그런데 아브라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라의 말대로 했다. 그러나 그때 하갈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갈은 하나님을 믿어 의로 여김을 받았던 아브라함이 왜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과 동침하려고 했는지 헷갈렸다. 하지만 하갈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갈은 아브라함과 어쩔 수없이 동침을 했다. 그런데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하갈은 덜컥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하갈은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여주인 사라는 아직까지 임신을 하지 못했지만 난 주인님의 씨를 임신했어. 그러니 이제부터는 내가 주인님의 아내 행세를 해야지.”

그리하여 하갈은 노골적으로 사라의 명령을 거역하고 멸시했다. 심지어 하갈은 아브라함의 모든 재산이 곧 태어날 자신의 자식 몫이라고 생각하며 멋대로 행동했다. 그러자 사라는 아브라함에게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소연했다.

“내 주인 아브라함이여! 내 억울함을 들어 보세요. 내가 받는 모욕은 원래 당신이 받아야 옳은 거 아닙니까?”

“아니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요? 당신이 누구한테 모욕을 당한단 말이오?”

“제가 하갈을 당신과 동침하라고 했는데, 하갈이 임신을 했지요. 그런데 하갈이 임신한 순간부터 나를 멸시하고 주인 행세를 하니, 당신과 저 사이에서 누가 모욕을 당해야 할지 하나님께서 판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듣고 보니 난감해진 아브라함은 임신한 하갈의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대뜸 말했다.

“으-음, 뭐 그러니까 하갈은 당신의 여종이니 당신 마음대로 하면 되지 않겠소.”

사라는 아브라함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자 그동안 당했던 멸시를 꾹 참고 있다가 마침내 하갈의 머리채를 잡고 혼꾸멍을 냈다.

“내 이년, 감히 몸종이 주인의 씨를 임신했다고 여주인을 깔보고 무시해. 내가 오늘 네 년의 주리를 틀어버릴 것이다.”

하갈은 자신이 임신하면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될 줄 알았는데, 상황이 불리해졌다. 예쁘고 다정했던 사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오히려 날마다 사라의 학대는 점점 심해졌다. 하갈은 출산일이 다가오는 데, 자칫 잘못하면 태아가 위험해질 것 같았다. 하갈은 하루 하루가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래서 하갈은 사라를 피하여 광야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하갈이 술 길 샘 곁에서 물을 마시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여호와의 천사가 나타났다. 하갈은 아브라함이 평상시 여호와의 천사와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을 익히 보았기 때문에, 금방 알아 보았다. 하지만 여호와 하나님은 자신과 같이 미천한 사람에게 나타나리라고는 꿈도 꿔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하갈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여호와의 천사가 별 볼일이 없는 내게 오신 걸까?”

그때 여호와의 천사가 하갈에게 물었다.

“사라의 몸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그러자 하갈은 마치 범죄를 들킨 사람이 벌벌 떨 듯 기가 죽은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저는 여주인 사라를 피하여 도망쳤습니다.”

하갈은 이제 꼼짝없이 포승줄에 묶여 질질 끌려갈 게 뻔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여호와의 천사는 의외로 엉뚱한 이야기를 하셨다.

“하갈아! 너는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에게 복종하거라.”

그러자 하갈은 깜짝 놀랬다. 하갈은 사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사라에게 돌아가라는 말씀에 강하게 거부했다.

“못 가요. 내가 미쳤어요. 여주인에게 돌아가면 저 뿐만 아니라 제 뱃속에 있는 아기도 죽는다는 것을 모르세요. 그러니 절대로 여주인 사라에게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여호와의 천사는 흥분한 하갈에게 다정한 말로 다독거리며 말했다.

“하갈아! 네 아이는 결코 죽지 않는단다. 내가 네 씨를 크게 번성하여 그 수가 많아 셀 수 없게 해 줄터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너는 아들을 낳을 것이고,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부르거라.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네 고통을 들으셨단다. 그런데 네 아들은 들나귀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하지만 네 아들의 손은 모든 형제들과 대항하며 살게 될 것이다.”

하갈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하찮은 자신의 고통과 신음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말씀을 듣고 보니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살피시는 분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하갈은 감격하여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다.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

그리하여 하갈은 불끈 힘과 용기가 생겨 벌떡 일어났고, 콧노래를 부르며 사라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하갈은 가는 도중 계속 뭔가를 웅얼거렸다.

“내가 어떻게 살피시는 하나님을 뵈올 수 있었지?”

결국 하갈은 여주인 사라에게 돌아가서 복종했고, 사라는 화가 풀리지 않았지만 아브라함의 씨를 잉태했으므로 더 이상 하갈을 괴롭히지 않았다. 그래서 하갈은 무사히 아들을 낳았고, 아브라함은 신기하게도 하갈의 아들의 이름을 여호와의 천사가 가르쳐주신 대로 이스마엘이라고 지어주었다. 그러자 하갈은 이스마엘이란 이름을 부르면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우리 주인님께서는 이 아이의 이름이 이스마엘이란 것을 아셨을까?”

세월은 어느 덧 13년이 흘렀다. 아브라함은 99세가 되었고, 이스마엘은 13세가 되었다. 그때 아브라함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상징하는 할례를 받았고, 그의 아들 이스마엘도 받았다. 이스마엘은 아프다고 칭얼되었다. 하지만 하갈은 드디어 이스마엘이 아브라함의 상속자가 되었다는 꿈에 부풀어 이스마엘을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제 모든 것이 되었어. 비록 주인님의 아내는 되지 못했지만 내 아들이 언약의 할례를 받은 이상, 주인님의 모든 것은 이스마엘의 것이 될 거야.”

그런데 하갈의 꿈은 일장춘몽이 되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지나가는 천사들로 나타나셔서 아브라함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고 말씀하셨다.

“내년 이맘때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그러나 정작 기뻐해야 할 사라는 장막 문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기가 막혔는지 웃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라는 생리가 끊어졌고, 아브라함은 노쇠하여 임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갈은 왠지 찜찜했다. 그래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안 돼! 사라가 임신하면 절대로 안 돼!”

그런데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능하지 못한 일이 없으신 분이셨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사라를 돌보셨고, 말씀대로 아브라함의 나이 100세에 아들을 낳게 하셨고, 이름을 이삭이라고 하였으며, 팔 일만에 할례를 받게 하셨다.

이렇게 되자 하갈은 무척 당황했다. 하갈은 지금까지 사라의 웃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사라의 웃음 소리가 집안 곳곳에서 들렸다. 그러나 하갈에게 사라의 웃음은 가슴을 찌르는 송곳이 되었다. 그리고 하갈의 불길한 예감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삭이 젖을 떼는 날에 큰 잔치가 베풀어졌다. 그런데 이스마엘은 심통이 났다. 자신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잔치를 갓 태어난 동생이 하니까 약이 올랐는지 이삭을 은근히 괴롭혔다. 하지만 이 장면을 사라가 목격했다. 사라는 부글부글 끓어오는 감정을 억제하며 아브라함에게 말했다.

“나의 주인이신 아브라함이여! 하갈과 이스마엘을 당장 쫓아내세요. 이스마엘이 내 아들 이삭과 함께 기업을 얻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러자 아브라함은 십 수 년간 이스마엘과의 정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렇다고 사라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고, 아브라함은 매우 근심했다. 그런데 그 순간, 여호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아브라함아! 이삭과 이스마엘 때문에 근심하지 말라. 사라가 네게 말한 대로 다 들어 주어라. 이삭이야말로 네 씨가 될 것이고, 이스마엘도 네 씨니 그로 하여금 한 민족을 이루게 해 주마.”

아브라함은 밤새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주저없이 이른 아침에 떡과 물 한 가죽 부대를 가져다가 하갈의 어깨에 매워 주고 이스마엘과 함께 떠나라고 했다. 하갈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주인님! 제발, 내쫓지 말아 주세요. 이스마엘은 주인님의 아들이예요.”

그러나 아브라함은 뒤돌아서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다. 결국 하갈은 이스마엘의 손을 잡고 길을 떠난 방랑자가 되었다. 어느덧 하갈은 브엘세바 광야까지 왔다. 그런데 하갈은 그만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더군다나 물은 떨어졌고, 이스마엘은 지쳐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하갈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여호와 하나님! 어미된 자로서 아이가 죽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겠어요. 살려 주세요.”

그때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이스마엘의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를 들으셨다. 그리고 여호와의 사자를 보내시어 하갈에게 말씀하셨다.

“하갈아! 무슨 일이냐? 두려워하지 말라. 여호와 하나님께서 네 아들의 소리를 들으셨다. 일어나 아이를 일으켜 네 손으로 붙들라 그가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또한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하갈의 눈을 밝히 보게 하셔서 샘물을 보게 하셨다. 그러자 하갈은 정신을 차리고 얼른 샘물에 가서 물을 가득 채워다가 이스마엘에게 마시게 했다. 하갈은 사라에게 도망쳤을 때 말씀하셨던 여호와 하나님의 음성을 되새기며, 살피시는 하나님을 다시 경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절망 가운데 우는 소리를 들으시는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하여 여호와 하나님은 이스마엘과 함께 계셔서 이스마엘을 장성하게 하셨고 활 쏘는 자가 되게 하셨다. 한편 하갈은 애굽 땅에서 한 아리따운 여인을 데리고 와서 이스마엘의 아내가 되게 하였다. 이렇게 하갈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만났고, 이스마엘이 아내를 맞이하는 장면을 끝으로 성경과 역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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